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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susupark
작성일 2010-09-10 (금)
홈페이지 http://kaerisan.com/gallery/sspark.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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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일홍(百日紅)처럼 오래오래
백일홍(百日紅)처럼 오래오래 Susupark. ‘10/09/01

올해는 8월 한달 중 22일간 비가 내려 1908년 기상관측을 시작한 후 가장 자주 내린 8월로 기록되었다. 하지만 그것뿐. 비 따로, 더위 따로 놀고 있다. 올 여름 더위는 쉽게 물러가지 않는다. 가을의 계절인 9월에 들어섰지만 늦더위는 여전히 기승이다. 아무래도 지난 정월 대보름에 ‘더위팔기’를 하지 못해서 그런 것 같다. 어렸을 때 “네더위내더위먼데더위”라고 지나가는 친구를 불러 그 해 일년간 더위를 선물시장(futures market)에 내다 판 적이 많았었다. 물론 상대방에게는 기회를 주지 않는 일방적인 강요였지만. 올해는 ‘더위팔기’가 짚신장수와 나막신장수 양쪽 모두에게 팔렸나 보다.

여름의 끝이 사나울수록 더욱 화사하게 빛을 발하는 꽃이 있다. 7, 8, 9월 석 달 열흘을 분홍으로 자주로 빨갛게 하얗게 환하게 물들이는 백일홍이 그 꽃이다. 9월 초 지금은 다른 꽃은 별로 찾아보기 힘들다. 무궁화와 봉숭아가 겨우 얼굴을 내밀 정도이다.

울랴고 내가 왔던가. 웃을랴고 왔던가
비린내 나는 부둣가엔 이슬맺힌 백일홍
그대와 둘이서 꽃씨를 심던 그 날도…/ (선창)

고운봉의 ‘선창’에서 ‘둘이서 꽃씨를 심던 풀꽃 백일홍’은 아쉽게도 그 꽃이 아니다. 나무 백일홍이 주인공 꽃이다. 두 꽃은 백일 동안 오래 피기 때문에 모두 백일홍(百日紅)으로 불린다.

미국 미시시피 강가, 내쉬빌의 하드락 카페, 볼티모어 선창가, 고창 선운사, 담양 명옥헌, 운주사 가는 길, 울진 덕구 온천 가는 길, 동네 진입로 등 곳곳에 심어진 배롱나무 가로수를 볼 수 있다. 바야흐로 백일홍의 전성기가 도래하였다.

10년 전에 루이지애나주 뉴올리언스의 미시시피 강가에서 분홍으로 만발한 백일홍을 보고 놀라 자빠졌다. “아니 저게 무슨 일이야. 저것, 선운사에서 보던 꽃 인데 우리 꽃 아냐?” 맞는 말이다. 우리가 가끔씩 정자나 절에서 봤던 배롱나무를 1747년에, 다른 한 일본 종은 1950년 경에 미국이 도입한 것이다. 1790년경에는 프랑스 식물학자 앙드레 미쇼(Andre Michaux)가 중국과 한국산 배롱나무를 사우스 캐롤라이나(South Carolina)의 찰스턴(Charleston)에 심었다고도 한다. 그 후 미국에서 약 200년간 큰키 종, 난장이 종, 여러 가지 다양한 색깔로 품종 개량이 이루어지고, 일본에서도 개량되어 정원수종으로 인기가 있자 우리가 역수입하여 지금의 배롱나무 시대가 도래하지 않았나 생각된다. 산이나 들에 자생하는 배롱나무가 없는 것으로 봐서 우리는 원산이 아닌 것 같고 중국, 일본, 인도, 호주 등 따뜻한 지방으로 알려져 있다. 우리나라는 약 700년 전 고려시대, 중국에는 1200년 전 당나라 양귀비 시절의 기록이 있다. 재미있게도 미국에서도 배롱나무를 ‘Crape Myrtle’이라 하는데 ‘Crapemyrtle’, ‘Crepe Myrtle’ 등 띄어 쓰거나 붙여 쓰거나, 철자 등이 통일되지 않고 사람에 따라 지방에 따라 혼용해서 쓰고 있다. 꽃잎이 주름져있어 프랑스 말 ‘Crepe’에서 어원이 유래하였다. 프랑스의 얇은 팬케이크인 크라페(crepe) 빵을 연상하면 된다.

선운산 대웅전 앞에는 두 그루 배롱나무가 있다. 구불구불 물줄기처럼 이어지는 줄기가 특이하다. 원래 많은 꽃을 피우지는 않았지만 그것만으로도 여름 경내를 환하게 비추기에 충분하다. 거기에 가면 안전 등반을 기원하며 대웅전에 두 손을 모으는 클라이머의 모습을 때론 볼 수 있다.

백일홍은 행운과 긴 생명을 뜻한다. 클라이머들이 오래 운동하면 좋겠다. 젊을 때만 활발히, 열흘 동안만 꽃피는 화무십일홍(花無十日紅)이 아닌 백일홍 꽃처럼 백일 동안 계속 피어나, 먼 길을 떠나는 여행자처럼 숨이 긴 등반을 하면 좋겠다. 그리고 오래 오래 살아 적어도 등반 자일을 사릴 힘이 남아있을 때까지는 가슴 설레는 등반을 계속하면 좋겠다.

백일홍처럼 오래오래 / 이운진

삼백 년 된 백일홍나무가 꽃을 피우는 일은 그저
삼백 년 쯤 된 습관이겠거니
짐작했겠지만
꽃을 만드느라 뒤채던 밤이 삼백 년이라면
그 잠은 얼마나 곤할 것인가
이를테면 지금도
삼백 년 전 첫 꽃을 맺었을 때처럼
혹은 방금 햇살을 베어 물고 날아와 앉은 새의 발목처럼

착하지도 죄를 짓지도 못한 채
당신이 내 등줄기를 짚어주던 그 밤처럼
놓지 못한 바람이 보인다면
삼백 년 째 백일 동안
꽃은 얼마나 두근거렸을 것인가
나는 그 꽃 아래서
겨우 서른 몇 날의 그리움을 걱정하였으니
백일홍나무의 몸속에 잠든
삼백 년 된 별을 어찌 알아볼 수 있겠는가
무슨 힘으로 마음을 피우고 지우며 또 피우겠는가

 
  뉴올리언스 세인트루이스 성당, 2000년 7월
 
 
 
뉴올리언스 시내, 2000년 7월
 
 
 
뉴올리언스 미시시피강변, 2000년 7월
 
 
           내슈빌 시내, 2006년 7월
 
           
      내슈빌 하드락 카페, 2006년 7월
 

         
      볼티모어 선창가 카페, 2010년 7월

  

       
      볼티모어 선창 공원, 2010년 7월
 
 
     
     
     담양 명옥헌, 2010년 8월 

      
     
     담양 명옥헌, 2010년 8월 

 
     
      담양 명옥헌, 2010년 8월 

    
     담양 명옥헌, 201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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