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creation
여가생활

 

 

 

작성자 박기성
작성일 2004-08-01 (일)
ㆍ추천: 0  ㆍ조회: 2275   
돌아온 알타이
나 돌아왔네, 친구들이여. 간다는 말도 없이 떠났지만.
낭랑한 목소리로 읊는 영목이의 '귀촉도'가 있었으면... 유장한 동주의 '송군이사안서' 가 곁들여졌으면 좋았겠지만 그냥 갔었네. 그리고 한 달만에 돌아왔네.
어딜 갔냐고? 곤륜산맥. 무즈타그 아타(7546m)라는 산이었지. 빈 손으로 가 빈 손으로 돌아왔네.
가기 직전 대동고 출신의 3년 후배가 죽었었네. 그 후배를 태우며 나도 곧 화염산으로 가겠구나 했는데... 산행 전 선발대로 우루무치에서 카쉬가르까지 25시간 동안, 서역으로 가는 기차 안에서 화염산으로 가는 터널의 느낌을 받았다네.
저 서방정토에는 무엇이 있을까? 밝을까, 어두울까? 황량할까, 도때기시장일까?
거긴 '돌아오지 못하는 바다' 타클라마칸'이었네. 소금기가 첫눈이 내린 듯, 혹은 파도의 스톱모션을 만든 듯 시간을 정지시킨 공간이었네. 산 아래 대지는 또, 하늘과 땅이 갈린 뒤 생명을 기다리는 원초의 광야였네.
가서 뭐 했냐고, 뭘 보았냐고? 나도 잘 모르지. 샹그리라에 들어갔다 왔으니 알 까닭이 있겠는가? 그 기억은 다음과 같은, 열 살짜리 아들에게 보낸 편지에 남아있을 뿐이네. <잃어버린 지평선>에서처럼.

아들아. 아버지가 올라간 산 이름이 뭔지 아니? 산악회 홈피에 나와있으니 물론 알겠지. 그 뜻은? 아버지의 산이라는 뜻이란다. 아버지는 아버지의 산을 올라간 거지.
왜 스키를 타고갔냐고? 눈이 많아서 그랬지. 스키를 타고가면 조금밖에 안 빠지거든.
내려올 때도 물론 타고 내려왔지. 물론 몇 번 넘어지긴 했지만.
산에 세계 각국에서 온 수많은 등산가들이 있었지만 아빠가 올라간 날에는 아무도 같이 같이 간 사람이 없었어. 그래 무지 심심했지. 이때 노래를 불렀단다. 너가 유치원에서 발표회 할 때 아빠와 함께 불렀던 “내가 살아 가는 동안에 할 일이 또하나 있지” 하는 거. 물론 널 생각하면서. 아빠는 아마 그 힘으로 올라간 듯하다.
내려올 때도 사람이 없었어. 거기다 눈보라가 몰아쳐 길을 찾을 수 없었단다. 스키 자국은 모두 지워져버렸고... 하마터면 아빠는 다른 길로 빠져 널 영영 보지 못했을 수도 있었어. 그렇지만 어림짐작으로도 정확히 간 길로 되돌아갔고 마침내 텐트에 닿을 수 있었지.
발이 얼고 피가 잘 안 통해 얼얼한 것 외에는 건강하단다. 지금은 카쉬가르라는 도시에서 쉬고있는데 이따 밤 열한 시에 우루무치로 날아가고 8월 1일 인천공항에 도착할 거다.
홍천 집에도 가고 기합소리와 함께 목검을 휘두르는 너의 모습도 하루 빨리 보고싶구나.


61.248.189.129 박승식: 7000m 급 산이면 굉장히 힘들었으리라 짐작하고도 남는다. 사진도 곁들였으면 이해하기 보다 쉬울텐데.  -[08/17-15: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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