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creation
여가생활

 

 

 

작성자 김태룡
작성일 2004-05-09 (일)
ㆍ추천: 0  ㆍ조회: 2003   
나의 보스톤 마라톤 여행기




gumbule의 보스톤 마라톤 여행기 1
“아버지! 저 지금 춘천마라톤 골인지점을 3시간 26분대에 들어 왔어요. 내년 4월 보스톤 마라톤에 참가할 자격을 얻었어요. 부모님 모시고 가겠습니다.”





작년 10월 19일. 우리 부모님은 불교공부 모임 회원들과 함께 계룡산 일대의 불교와 유교 문화유적을 답사하는 1박 2일의 일정을 마친 후 회식자리에서 내 전화를 받으셨다. 일행들이 환호성을 지르면서 장도를 축하해 줬다고 한다. 나는 지체없이 보스톤마라톤 협회 인터넷 사이트에 들어가 U$135을 송금하고 참가신청서를 냈다. 그리고 마라톤 대회 참가를 위해 겨울 내내 지루하지만 끈기 있게 훈련을 해 나갔다. 싸늘하고 컴검한 새벽을 안고 입김을 내뿜으며 내달리다가 한강에 떠오르는 해를 바라보는 즐거움, 희미한 써치라이트에 의존해 목동운동장 트랙을 돌다가 마침내 여명이 밝아 올 때의 벅찬 기쁨.... 이런 훈련 끝에 지난 3월 14일의 동아마라톤에서는 3시간 17분대에 골인하여 생애 최고 기록을 세웠다. 그러나 부모님을 모시고 해외로 마라톤을 다녀 오기에는 넘어야 할 산이 너무 높았고 건너야 할 강도 무척 깊었다. 현실적으로 경비가 만만치 않은 데다가 시부모님을 모시고 여행해야 할 아내의 동의를 구하는 것도 간단치 않았다. 내 마음이야 “부모님이 더 노쇠해 지시기 전에 내가 직접 모시고 외국관광을 시켜드리고 싶다.”는 단순.소박한 치기를 발로한 것으로 치부하더라도, 현실감각이 월등히 발달한 아내의 입장에서 보면 보통 부담스러운 노릇이 아니었을 것이다. 아내는 간단히 말했다. “여보, 정신차리시요. 우리 형편을 생각해야 되잖소?” 나는 아내가 시부모 모시고 가는 여행에 대한 부담이 앞서 반발한다고 생각하여 무척 서운했다. 하지만 아내의 동의없이는 아무 것도 할 수 없다는 현실을 직시하고 아내 설득 100일 작전에 돌입했다. 냉전, 열전, 회유를 수반한 천신만고의 협상 끝에 지난 2월 초에야 아내는 여행동의서에 사인을 했다. 아내는 꾀를 냈다. 2년 후에 있을 어머니 칠순기념 여행을 지금 가는 것으로 하고, 형제들끼리 여행경비를 출연하자는 것이다. 나는 그 조건을 받아들이기로 했다. 아내와의 타협안이 확정되자 서둘러서 항공편, 자동차 렌트, 숙소 등을 예약해 나갔다. 이번 기회에 토론토 인근에서 공부하는 작은 아들을 찾아 볼 계획이었다. 그런데 예약이 너무 늦어서 토론토에 가는 비행기 표는 이미 동이 나버렸다. 할 수 없이 뉴욕 왕복 항공권 티켓을 구입하기로 계획을 바꿨다. 마침 동생 둘과 내가 가진 마일리지를 합쳐 4사람분의 뉴욕 왕복권을 구입할 수 있었다. 그것만으로도 여행경비 부담이 크게 줄었다. 4월 15일 오전 11시에 인천 공항을 출발한 비행기는 13시간을 날아 같은 날 오전 11시 45분에 뉴욕에 도착했다. 나는 뉴욕이 초행이었다. 까다로운 미국 입국절차를 마치고, 자동차 렌트를 하고 나니 오후 1시. 우리는 나이애가라 폭포가 있는 버팔로로 갈 예정이었다. 그런데 렌터카 회사에서 내 준 지도만으로는 뉴욕 시내의 상세한 교통사정을 알 수가 없다. 주유소에 가서 필요한 지도를 사 보란다. 우리나라 고속도로 주유소를 상상하고 일단 시내 관통 고속도로를 탔는데, 뉴욕 시내 고속도로변에는 주유소가 없다. 이리저리 뺑뺑이를 돌다가 4시간 만에 뉴욕시내를 탈출한 후 뉴저지를 지나 어배니쪽 고속도로에 접어들었다. 아버지는 그 유명한 뉴욕에 왔다는 데에 대한 흥분, 미국 동부의 풍광이 생소한 데서 오는 충격에 연신 감탄을 하신다. “아, 이 놈들, 이렇게 펑퍼짐하고 기름진 땅에 농사를 안하네. 그냥 숲만 우거져 있어. 부자집 살림이라 땅 사용하는데도 아주 여유가 있는 모양이다. 근데 애비야, 이 놈들은 어디서 미영(목화)이랑, 오렌지 농사를 헌다냐?” 버팔로 지역에 도착하니 밤 11시 30분이다. 그 늦은 밤에 4번이나 길을 물어 마침내 숙소가 있는 나이애가라 폭포 앞 번화가에 들어섰다. 여기는 작년 여름에 와 본 곳이라 대충 알 것 같다. 새벽 1시에 허기를 때우려고 젊은이들 노는 술집에 들어가 하와이안 피자를 시켰는데 맛이 엉망이다. 무지하게 짠데다가 덜 익혀 내왔는지 생밀가루 냄새가 난다. 다들 맛을 좀 보더니 접시를 밀어 낸다. 아내가 한마디 한다. “새벽 1시에 이런 걸 저녁이라고 대접이면서 효도관광왔다구 허요?” 까시박힌 아내 말에 찍소리 못하고 미리 예약한 메리어트호텔에 짐을 풀었다. 아직 관광 시즌이 이른 시기여서 폭포가 정면으로 보이는 방 2개를 200불 남짓에 계약했었다. . . . “오늘은 신혼 신혼여행 왔다고 생각하고 기분 풀소. 아무나 이런 전망 좋은 방에서 못자네.”








글...gumbule 편집...일지향 음악... Yo-Yo Ma - Libertango









이번에 부모님 모시고 보스톤 마라톤 여행을 다녀 왔습니다. 유서 깊은 제 108회 대회를 완주한 경험도 잊을 수 없지만, 부모님의 건강이 허락하는 기간 동안 내가 직접 모시고 해외 여행을 가고 싶다는 간절한 소망을 이룬 즐거운 추억이 고스란히 남았습니다. 너무 길어서 5회에 걸쳐 연재합니다. 친구들의 질책을 감수할 각오로 그저 생활이야기에 불과한 잡글을 올리오니 혜량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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