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creation
여가생활

 

 

 

작성자 김태룡
작성일 2004-06-01 (화)
ㆍ추천: 0  ㆍ조회: 2083   
마라톤 여행기(마지막회)
이튿날은 하버드대와 MIT를 구경나갔다.
내 친구 정석구가 MIT대학원의 MBA과정에 있는
한겨레신문사의 이원재 기자를 소개시켜 주었다.
이 기자는 일부러 시간을 내어 우리를 마중나와
두 학교 교정을 두루 구경시켜 주었다.
이 기자는 철영이더러 하버드대학교 교정에 세워진
설립자 하버드의 동상 발을 만져 보라고 한다.
그러면 그 학교에 다시 올 수 있다고.
내 아들의 가슴에 이번 보스톤 여행이
하나의 사건으로 기록이 되고,
그것이 그의 앞날에 의미있는 지침이 되기를 바란다.


모처럼 한국 식당에서 맛있는 점심을 들고 난
우리는 차를 뉴욕으로 몰고 갔다.
이제 중요한 일정을 마쳐서인지 좀 느긋한 기분이 된다.
그런데 뉴욕에 들어가니
또 도로 진입로 찾는 데 또 애를 먹었다.
기가 막히게도 나는 이미 대금을 치룬 숙소
“Quality Hotel”이할렘 인근에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밤 10시쯤 브로드웨이 94번가 가는 길을 물어 보려고
차를 세웠는데 온통 흑인밖에 안보인다.
겁이 많은 마누라는 누가 총질할 지 모른다고
차에서 내리려고도 않는다.
그나마 나는 이 친구들 발음을 거의 알아들을 수가 없다.
답답한 지 철영이가 차에서 내려 거든다.
그 흑인 아저씨들은 발음이 어눌한
나를 제껴 두고 철영이랑 뭐라고 한참을 이야기한다.

감잡았다는 철영이가 안내해서
어렵게 찾아낸 호텔에서 나는 거의 기절할 뻔 했다.
호텔 전체가 곰팽이 냄새에 절어
퀴퀴하고 좁고도 구질구질하다.
인터넷상에서는 멋있는 호텔이었다.
사이버거래를 함부로 믿으면 안된다는 것을 절감한다.
속았다고 했더니 프런트에 있는 아저씨왈
“이래 뵈도 맨하탄에 있는 별3개짜리 호텔입니다.”
맨하탄의 호텔에
부속 주차장이 없는 것은 당연하다는 거다.
그런데 더블베드 둘중 침대
한 개의 모서리가 내려 앉아 있다.
화장실이며 세면장도 순 엉망이다.
항의 끝에 방을 교체 했지만 그게 그거다.
덕분에 우리는 양심의 가책을 받지 않고
호텔 방에서 라면을 끓여 먹었다.


이튿날은 뉴욕 시내 관광 길에 나섰다.
뉴욕에서 가장 큰 여행업체인 동부관광을을 운영한다는
고등학교 후배를 누가 소개해 줬는데,
그가 특급 밴을 호텔로 보내 왔다.
더구나 1장에 U$12 짜리인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
전망대 관람권 5장을 서비스로 보냈다.
쌍둥이 빌딩이 무너진 지금은 이 빌딩이 가장 높은데,
전망대에서 보는 맨하탄 일대의 구경거리에
우리집 노인들이 몹시 흥분되신 것 같다.
아버지는 완전히 신이 나셨다.

이 빌딩은 아버지 탄생일보다 1년 빠른
1931년에 1년 2개월의 공사 끝에 준공되었다.
그리고 102층 높이임에도 불구하고
지하층은 1층 밖에 안된다고 한다.
더욱 놀라운 것은 통일교 교주 문선명씨가
지난 해 여름에 이 빌딩을 구입했단다.
아버지는 “그 양반 큰 애국하셨다.”고
대견해 하시는데 나는 그 자본의 복잡한 성격이
먼저 생각나 다소 맘이 어지럽다.

우리는 110층짜리 쌍둥이 빌딩이
미국을 증오했던 이슬람 원리주의자들에 의해
무너져 내린 자리에서 기념촬영을 했다.


“Ground Zero”


커다란 문명이 충돌했던
이 현장의 이름은 무엇을 상징하는가?
그것은 우리 마라토너들을 열렬히 응원했던
보스톤 주변의 순수 백인 청교도인
WASP(White Anglo Saxon Protestant)가 이루고 세웠던
자부심이 또 다른 문명권과 화해하지 못하고
갈등 속에 주저 앉아 Zero가
되어 버렸다는 사실을 증명하고 있다.

나는 새삼 이 현장에 서서 마라톤이라는 평화의 축제와
전세계를 제패하겠다는 폭력을 동시에 가진
미국의 거대한 이율배반의 뿌리를 본다.

뉴욕시내 구경이 끝나고 철영이가
토론토 가는 비행기를 탈 수 있게 공항으로 데려다 주었다.
토론토에서 200Km 떨어진
하숙집까지는 지가 알아서 찾아갈 것이다.
놈은 이제 제 세상으로 가는 날개짓을 시작하겠지.

해질 무렵에 어떤 분이
저녁을 대접하겠다고 연락해 왔다.
시카고에서 일하고 있는 후배의 부탁을 받고
찾아 오신 선배님은 생면부지의 우리를
롱아일랜드의 에이커 빌리지로 데리고 갔다.
미국내 소득세 신고 수준이 10위 이내인 부촌에
대략 1에이커가 넘는 작은 성채 모양의 집들이
바닷가를 향해 앉아 있다.

영어를 폼나게 잘하는 선배가
바닷가 쪽 창가 자리에 예약을 해 두었다.
바닷가재와 다랭어, 그리고 이름을 알 수 없는 생선 요리에
맛 좋은 포도주가 곁들여졌다.

이런 멋진 대접을 받고 어머니가
특별히 흐뭇해 하시는 것 같다.

나이드신 울 어머니도 이럴 때는
분위기에 약한 여자일 뿐이라는 생각이 든다.신기하다.

마누라는 ‘이게 다 당신이 갚아야 할 빚이요.’하면서도
우아한 식사자리가 싫지 않은 눈치다.
나는 생면부지인 분이 제공하는
환대를 즐겁게 받아들이기로 했다.
나 또한 언젠가 내 도움이 필요한
그 누군가를 기꺼이 도와 주면 그것으로 족할 것이다.
이것이 당겨주고 밀어주며 사는 세상살이의 이치 아닌가?

나의 요란스러운 보스톤마라톤 여행은 이렇게 끝났다.
그리고 어느 새 한달이 훌쩍 지났다.
나는 그 동안 밤낮이 뒤죽박죽인
생체리듬을 추스리느라 적잖이 시달렸다.
의외로 부모님은 아무일 없으시다.
그리고 알량한 장남 내외와 외국여행 다녀온 것
자랑하는 일로 당분간 소일거리를 삼으실 것이다.

나는 이번 여행을 통해 아무나
누릴 수 없는 큰 복을 받았다고 믿는다.

앞으로 이 감당하기 어려운 은혜를
세상을 향해 갚아 나갈 수 있기를 바란다.














글...gumbule
음악..유리상자/아름다운 세상















147.43.73.18 박승식: 잘 읽었-다.
     다음 도시는 캐나다 벌링톤이 되려나?
     마라톤, 보스톤, 벌링톤 ...   -[06/15-20: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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