张爱玲은 1920년 9월 상해 麦根路(지금의 太兴路)에서 태어났다.이름은 장영 张瑛.원적은 허베이 펑룬(河北丰润)이다. 장애령의 집안은 전형적인 중국의 귀족 집안이다.장애령의 조부는 청대말기 고위관직에 있었고 그의 할머니는 청말기의 세력가 이홍장의 친딸이다. 집안은 대단한 재력을 가지고 있기도 했는데 조부는 청렴결백한 관료였고 거의 대부분의 재산은 조모가 시집오면서 따라온 것들이었다. 장애령의 집안은 전형적인 봉건대가였다. 모든것이 대대로 전해지는 집안의 규칙에 따라 이루어졌고 자유분방한 성격이었던 그녀 부친과 모친은 그것을 불편해 했다. 그래서 항상 집안에서 벗어나 분가하기를 원했고 결국 천진쪽에 당시 북양정부의 일을 처리하는 직을 얻어 분가하게 된다.

부유한 집안이다 보니 그녀가 어렸을 때 집에는 차와 운전기사 하인들이 있었고 남동생과 자신에게는 각각 보모가 딸려 있었다고 한다. 하지만 부친이 유흥과 친구들에 빠지고 방탕한 생활을 하기 시작하면서 차츰 부부간의 싸움이 잦아졌다. 기방을 드나들고 술과 향락을 즐기며 아편을 피우고 첩을 두는 전형적인 청말기 타락한 귀족들의 전형을 보이던 그녀의 아버지를 그녀의 어머니는 용서하지 않았다. 그녀의 어머니 역시 전통적인 명문가출신이었지만 그녀의 사고는 전혀 보수적이지 않았다. 그녀는 남편과의 모순과 대립을 참지 않고 서양유학이라는 과감한 결정으로 자신의 의견을 피력한다. 1924년 여름 모친의 나이는 28세였고 이미 두아이가 딸려 있었다. 이런 신분으로 해외유학을 떠난다는 것은 당시로서는 굉장히 파격적인 일이었다.장애령은 그런 모친에게서 정신적인 영향을 많이 받은 듯하다. 이후 그녀 역시도 파란만장한 삶을 보내지만 이런 삶의 방향에 대한 그녀의 선택은 앞서간 어머니를 바라보는 그녀의 시각이 크게 좌우되었다.모친은 4년간의 유학기간 동안 가끔 돌아와 그녀와 그녀의 동생을 살피고는 이내 다시 떠나곤 했다. 

모친 黄逸梵

1928년 그녀의 가족들은 천진에서의 생활을 마치고 상해로 돌아오게 된다. 근본적인 이유는 그녀의 아버지가 실직했기 때문이었다. 부친의 계속된 방탕한 생활과 그로 인한 악명은 그나마 크지않은 그 직위 마저도 지켜낼 수 없게 만들었던 것이다. 이때 그녀의 나이 8세였다. 상해로의 이사와 더불어 그녀의 모친도 그들 곁으로 돌아오게 된다. 이러한 상황에서 그녀의 부친은 모친에게 아편을 끊고 여자관계를 정리할 테니 돌아와 달라는 화해를 청했고 모친은 이를 받아들였던 것이다. 물론 부친의 말을 크게 신뢰한것은 아니었지만 그녀역시 어머니였고 아이들이 너무나 눈에 밟혔던 것이었다. 또하나의 중요한 이유는 장애령과 그의 동생이 취학연령이 되었기 때문이었다. 원래 장애령의 부모는 정식교육을 받은 적이 없다. 어릴적부터 개인교사를 청하여 집안에서만 교육을 받았고 그의 부친역시 자식들에게 그런 방법의 교육방법을 택하고자 하였다. 하지만 이미 영국에서 4년간의 유학생활을 했던 그녀의 모친은 아이들이 학교에 입학하여 조화롭고 정규적인 교육을 받기를 원했다.이로인해 둘사이에는 큰 싸움이 벌어지고 봉건적 사고로는 도저히 용납되지 않는 그녀 모친의 행동에 부친은 무척 화를 내고 다시 아편에 손을 대기 시작한다. 모친은 크게 절망하고 이후 다시는 어떤 의견도 묻지 않고 단독적인 행동을 하게 된다. 그리하여 장애령은 모친의 결정에 의해 미국 교회협회에서 운영하던 황씨소학 6학년에 입학하게 된다.

얼마지나지 않아 그녀의 부모는 이혼을 결정하게 된다. 장애령과 그녀의 남동생은 부친이 맡아 기르기로 하였다 하지만 그녀의 모친은 이혼조건에 아이들의 교육과 진학문제에 있어서는 반드시 모친의 의견과 동의를 거쳐야만 한다는 조항을 넣었다.

다시 천진으로 돌아온 이 가족은 얼마간 평화로운 시간을 보내는 듯 하더니 부친의 재혼과 함께 다시 혼란에 휩싸이게 된다.

고모와 함께

1937년 여름 장애령은 성마리아여학교를 졸업하고 그녀의 부친에게 영국으로 유학갈 것을 요구하였다. 하지만 단번에 거절당한다. 그녀의 어머니가 장애령의 영국유학을 상의하기 위해서 1936년 상해로 돌아와 그녀의 부친과 이문제를 담판 하려 했지만 부친은 고의적으로 이를 회피하고 모친을 만나주지 않았다. 어쩔수없이 장애령은 스스로 유학문제를 아버지에게 요구했지만 결국 돌아온것은 냉정한 부친의 거절과 새엄마의 싸늘한 눈초리 뿐이었다. 그후 일본이 중국대륙침략을 본격화 하면서 항일전쟁이 폭발하였고 중국은 이래저래 어수선한 상황이었다. 그 무렵 장애령의 모친은 외삼촌과 함께 무석으로가 그곳에 거주하게 되고 사람을 보내 장애령과 남동생을 데리고와 두주일을 같이 보내게 된다. 이 일에 대해서 그녀의 부친은 미리 알고 있었지만 계모는 전혀 그 사실을 모르고 있던 터라 그녀가 집으로 돌아오자 마자 불같이 화를 내며 그녀를 때렸다. 계모의 손이 날라오자 장애령은 무의식중에 두팔을 들어 피하려 했고 계모는 더 큰 소리를 내며  장애령이 자신을 때리려 한다고 그녀의 부친에게 읍소를 하였다. 부친은 전후상황을 파악하지도 않은 채 장애령이 바닥에 쓰러질 때까지 때리고 그녀를 감금하게 된다. 상황이 급하게 돌아가자 외조모의 노복이었던 아간은 그녀의 외삼촌 집에 급히 전화를 걸어 이 사실을 알렸다. 바로 그녀의 외삼촌과 고모가 달려오고 부친에게 장애령을 풀어줄 것과 유학을 보내는데 동의해 줄것을 청하게 되지만 이 역시 무시가 되고 감정이 격앙된 장애령의 고모와 부친은 치고박고 싸움이 벌어져 고모가 많이 다치게 된다.

고모와 외삼촌이 돌아간 후 장애령은 지하단칸방에 갇힌 채 부친이 엄명을 내려 그 누구도 그녀를 돌보지 못하도록 하였다. 이 때부터 장애령은 집에서 도망갈 것을 결심하고 기회를 엿보며 준비를 하고 있었다. 하지만 장애령은 병을 얻게 되고 혼자 갇힌 채 시름시름 앓게 되었다. 노복 아간이 이 사실을 부친에게 알렸지만 그녀의 부친은 그녀에게 의사의 진찰도 약도 제공하지 않고 방치하였다 그렇게 장애령의 병은 나날이 심각해져 갔다. 노복 아간은 조모의 몸종으로 평생을 그녀의 집안에서 지내왔기 때문에 그녀의 발언은 다른 누구와도 달리 무게감이 있었다. 평소 장애령에 대한 애정이 깊었던 노복 아간은 이대로 장애령을 죽게 할 수 없었기에 그녀의 부친이 어쩔 수 없는 이유를 대어 그녀가 치료를 받도록 노력한다. 아간은 부친에게 만일 장애령이 저렇게 죽게 된다면 그 책임은 분명 부친에게 돌아갈 것이며 세간에서 쏟아질 惡父라는 손가락질을 어떻게 감당할 것이냐고 부친을 압박하였다. 아간의 말이 일리가 있다고 생각한 그녀의 부친은 계모가 잠시 자리를 비운사이 장애령에게 항생제를 주사케 하였고 몇번의 주사와 아간의 세심한 배려 덕택에 장애령의 병세는 호전될 수 있었다.

건강이 회복되고 나서 도망치고자 하는 장애령의 의지는 더욱 확고해 졌다. 1938년 초 감시하는 사람들이 교대하는 틈을 타서 장애령은 이를 실행에 옮기게 된다. 이로 인해 노복 아간은 그녀의 도망을 도왔다는 이유로 집안에서 쫒겨나게 된다.

그로부터 얼마 지나지 않아 장애령은 그간 그녀가 겪었던 감금과 탈출의 경과를 세심하게 영문으로 작성하여 영자지 <대미만보 大美晩報>에 발표하였다. <대미만보>는 그녀의 부친이 항시 구독하던 신문이었고 이 글을 본 그녀의 부친은 당연히 불같이 화를 내었지만 이미 세상에 공개적으로 발표된 상황을 어쩔 수는 없는 일이었다. 그녀만의 그녀방식대로의 복수였던 것이다.

 집에서 도망친 장애령은 모친에게로 갔다. 그녀의 어머니는 경제적 부담에도 불구하고 그녀에게 영국인 개인교사를 두어 공부를 시켰고 런던대학의 입학시험을 치도록 하였다. 천생이 총명하였던 장애령은 열심히 노력하여 입학시험에 당당히 일등으로 뽑히게 된다. 하지만 유럽에서 전쟁이 발발하면서 그녀는 런던에 갈 수 없게 되었고 대신 1939년 홍콩대학에 입학하였다. 원래 그녀의 모친이 장애령의 영국유학을 강력하게 요구했던 것은 그녀의 장래를 위한 공부도 중요했지만 그녀와 함께 영국으로가 같이 생활하고자 하는 의지도 있었던 것이었다. 하지만 시대의 상황과 맞물려 이러한 희망을 산산히 부서지고 만다.

장애령의 부친은 전쟁종결시점 즈음 이미 가산을 탕진하고 작은 단칸방에 계모와 함께 이주해 살았고 모친은 1948년 중국을 떠나게 된다. 모친이 떠나면서 그들 남매와는 평생 다시 만날 수 없었다.

1941년 태평양전쟁이 발발 홍콩이 일본에 점령되자 학교를 마치지 못하고 상해로 돌아오게된 장애령은 소설창작에 심혈을 기울였다. 천재로서의 자질과 그동안의 많은 습작들이 있었지만 중국의 현대문학사상 그녀가 차지하는 본격적인 존재감은 이시기에 비로서 꽃피우기 시작한다. <第一爐香>과 <第二爐香>은 당대문단에 그녀의 이름을 알린 작품이 되었고 이윽고 <红玫瑰 与白玫瑰>,<倾城之恋>,<金锁记>를 통해 중국 현대문학의 중요한 지위를 점하게 된다. 이로서 그녀는 상해문단에서 가장 유명한 여류작가로 명성을 얻게 되었다.

그녀는 소설창작에서 뿐만 아니라 당시 상해의 패션계를 이끌던 선도적 인물이었다. 그녀가 입던 옷들은 모두 그녀가 직접 디자인 하였고 그녀의 옷들이 가지는 양식과 대담한 색감들은 자주 신문지상에 오르거나 사람들의 화제거리가 되곤 하였다. 사실 그녀의 기재는 문학에서 뿐만 아니라 매우 다양한 방면에 천재성을 가진 여인으로서 시각과 음감에 이르기 까지 매우 폭넓게 진화해 있었다.

장애령은 사랑에 있어서도 예사롭지 않은 흔적을 남겼다. 1944년에 이르러 문학적 동지였던 호란성과 결혼을 하게되는데 호란성은 이미 결혼을 한 상황이었고 더구다나 그는 일본이 상해를 점령하고 있던 시기 상해의 일본괴뢰정부 선전부와 법제부 주요직을 역임하던  중국입장에서는 매국노의 신분이었다. 장애령은 이를 개의치 않고 그를 사랑한 대가를 순순히 받아 들였다. 일본이 전쟁에 패망하고 중국에서 친일파 색출과 처단에 전력을 다하자 호란성은 온주로 도피하고 장애령은 그의 도피를 돕는다. 내일을 알 수 없는 막막한 상황과 천리먼길의 거리속에서 서로의 애정은 식어버렸고 그녀는 어떻게 해볼 도리가 없었다. 둘은 헤어질 것을 결정하고 1947년 이혼하게 된다. 1945년 출판된 <문화계친일파죄악사>에 보면 장애령의 이름이 나오는데 이 모든것은 호란성이 그녀에게 준 결코 달갑지 않은 선물이다. 근자에 나온 영화 <색,계>를 보면 영화의 외형적 모델은 당시의 특무요원에게서 빌려왔지만 내면적인 모델은 장애령 자기 자신임을 알 수 있을 것이다. 그당시 그가 그러했다.

호란성은 1906년 중국 저장성 출신으로 일찌기 친일적인 글들을 써왔다. 친일 괴뢰정권인 汪精卫의 선전 및 친일행위를 위해 계속 일했으며 1940년 汪精卫에 의해 정권이 수립된 후에는 선전부 상무부부장, 법제국장, 언론사인 大楚报의 주필등을 역임하였다. 일본 패망후에 홍콩을 거쳐 일본으로 도망 이곳에서 학문연구에 매진하다가 1981년 동경에서 사망하였다. 그는 만년에 <今生今世>라는 책을 출판하였는데 이곳에 장애령과 사랑이 상세하게 묘사되어 있어 현대 장애령을 연구하는 사람들에게 중요한 자료가 되고 있다.

일본과의 전쟁이 끝이나고 곧바로 국공내전이 격화 되었다 최종적으로 공산당이 승리하고 국민당은 대만으로 밀려 내려간다. 중국역사에 있어서도 장애령 개인사에 있어서도 근 수년간은 엄청난 격동기였음에 틀림없다. 최종적으로 규정된 사회의 모습은 이미 장애령이 적응하기에는 너무나 벅찬 사회였다. 그녀는 적어도 당분간은 중국을 잊고 싶었을지도 모를 일이다. 1952년 고향 상해를 버리고 홍콩으로 이주 몇편의 소설을 집필한 후 다시 1955년 미국으로 아주 떠나 버린다.

미국으로 이주후 1956년 36세였던 그녀는 65세의 좌파 문인인 극작가 Ferdinand Reyher와 두번째 결혼을 한다.이후 뉴욕에 거주하며 창작과 번역 및 중국연구서등을 집필하였고 1967년 남편이 죽자 미국에 혼자남아 창작활동을 계속한다.

1995년 9월 8일 중국이 중추절로 떠들석 할 무렵 그녀는 아무도 지켜봐 주지 않는 가운데 그녀의 아파트에서 쓸쓸히 생을 마감하였고 그녀의 유골은 몇몇 문인들에 의해서 태평양에 뿌려진다. 향년 74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