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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늦은 가을인사
항상 말 수가 적고 애처럼만 보이는 훈종이는 고등학교 시절 어느땐가 나와 문학모임에서 함께 만나 시를 쓰기도 하고 또 시이야기도 하며 정말 짧은 시간이기는 하지만 문청(문학청년)시절을 서로 보낸적이 있었다. 박몽구,곽재구 선배등이 조직한 "울림 문학 동인" 이라고 하는 문학동인이었는데 훈종이와 나는 그 곳에 소속된 동인으로서 선배들에게 시를 배우고 문학을 배우는 풋내기 문학도인 셈이었다. 같은 학년이 한 사람 더 있었던 것으로 기억되는데 산문을 썼던 한명환이라는 친구였다. 한명환이라는 친구도 말 수가 적고 훈종이처럼 키도 작고 어린애처럼 생겼는데 훈종이는 얼굴이 깨끗하여 더욱 어린애 같았는데 한명환이라는 친구는 얼굴에 여드름이 많이 나 어린애같지는 않았다. 그런지 30년 가까히. 명환이는, 책가방 장사를 아직도 하고 있는 명환이는 작년에 서울에서 정말 잠깐 만났고 훈종이는 올해서야 광주 동문모임에서 만날 수 있었다. 다들 문학 주변에서는 살아가고 있는 모양인데 나는 전혀 그렇지 못한 엉뚱한 모습이 민망스럽기도 하였다. 그러던 어느날 올 늦은 여름 느닷없이 훈종이 한테서 전화가 걸려와 문학산책의 방장이 되어달라는 것이 아닌가! 내 가정 내 방의 방장도 제대로 못하고 있는 꼴에 무슨 방장은 방장이냐고 하였지만 이름만 걸어놓으면 될것이라고 하는 훈종이의 말에 속아 문학산책의 방장이 된지 어언 몇개월 여러 차례의 인사말 성화에 못이겨 오늘 늦은 인사를 드리게 되었다. 꼭 결혼식장 폐백실 시부모님 앞에 선 신부의 모습처럼 수줍기만 하다. 좀 더 파급이 될 수 있도록 친구들의 우정어린 충고를 기대한다. 동문 정치칼럼에 칼날을 휘두르고 있는 임성래, 전용호, 홈페이지까지 만들어 올린 곽수만 등등 이 못난 방장을 봐서라도 우리 문학동네에 산책 좀 와주게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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