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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이야기
 바다이야기 Susupark, ‘06’ Aug. 19~20 늘어진 수초 사이로 고래가 떼지어 다닌다, 문어, 복어, 해마가 바다 속에서 위, 아래로 출렁거린다. 대박을 안겨줄 것 같았던 피박 ‘바다이야기’로 무더운 여름이 더욱 짜증날 즈음 바다로 떠났다. 시원한 바다 바람을 마시며 별빛 가득한 망망대해를 바라보며 우린 진짜 바다이야기로 밤을 채우겠지? 설악산으로 등반가기로 했으나 비가 온다는 말에 행선지가 출발 당일까지 계속해서 바뀌었다. 여차여차한 과정을 거쳐 3일에서 2일로 줄어들고 두 팀이 한 팀으로 되었으며 등반지도 아차아차하게 비를 피해 남쪽으로, 수우도 해벽 등반지로 결정됐다. 수우도(水牛島)라, buffalo(물소)섬인가? 한가닥 의문을 품고 새벽 3시에 출발하였다. 삼천포로 빠진 후 몇 년 전 지리망산 등반을 했던 사량도의 물길을 거쳐 수우도에 도착, 배를 갈아타고 등반지인 도독골에 짐을 풀었다. 섬의 형태가 소를 닮고 나무가 많아 수우도(樹牛島)라는 이름이, 동백 나무가 많아 동백섬으로 불렸다던 만큼 산 중턱에 동백 숲과 활엽수가 군락을 이루고 있다. 도독골 가기 위해서는 도독놈처럼 은밀하게 능선 숲으로 우회하거나 해안의 바위를 올라서야 한다. 신선바위로 향한 길은 가파른 해벽길 따라 진행해야 하며 등반지점까지 고정로프가 수평으로 설치되어 있다. 신선바위 루트는 멀티피치 등반지이며 바위가 푸석푸석하여 잡거나 밟으면 홀드가 떨어지거나, 슬며시 부숴져는 통에 ‘돌아가서 다시는 안 오리라 말하리라’ 다짐하며 등반의 어려움을 달랬다. 후등으로 따라가기도 어려웠으며 선등자도 신경을 곤두서며 등반해야 했다. 등반 중 염소가 갑자기 뛰어든 통에 등반자로 착각하고 가슴 써늘해지기도 했다. 땀줄기가 등줄기에 흘러내린다. 떠있는 듯한 녹색 섬과 촘촘하게 공들여 세운듯한 하얀 부표는 타는 목마름을 아는지 모르는지… 185m 신선바위 정상에서 내려보는 정경은 바다, 배, 섬, 부표가 한가롭기만 하다. 그리스 신화에서 탄탈로스가 지옥에서 받는 벌은 영원한 허기와 갈증에 시달리는 벌이었다. 신들의 비밀을 누설했고 신들의 술과 음식을 훔쳐 인간에게 나눠졌다는 괘씸죄로 찍힌 것이다. 물이 아래턱 가장자리에서 찰랑거리는데 아무리 애써도 코앞의 물을 마실 수 없는 것이다. 몸을 굽혀 입술이 다가가면 순식간에 달아나 버렸다. 이렇게 눈앞에 어른거려 감질나게 하는 것을 영어로는 ‘tantalize’라 한다. 그의 이름, 탄탈로스(Tantalus)에서 유래됐다. Cliff Richard의 "The Day I Met Marie(마리를 만난 날)"의 가사에 다음 구절이 있다. // The day I met Marie With the laughing eyes She'd toss her hair and tantalize She came to touch me then she's gone Just like a summer breeze // 마리를 만난 날 눈웃음을 지으며 머리카락을 들어올리며 애타게 하곤 했지 나를 만져보고는 가버렸지 여름의 바람처럼 탄탈로스에게는 끊임없이 죽음에 대한 불안까지 덮쳐 들었다. 머리위로 거대한 바위가 공중에서 떨어지는 듯 했기 때문에. 시골에서 할머니가 건네주시던 우물물 한사발이 그립다. 정승권(노스페이스 클라이밍팀) "씨가 개척한 총 50m 길이에 난이도 5.10d급의 루트인 ‘가서 아름다웠노라 말하리라’를 비롯하여 창원 크라이머스 산악회 류재경씨가 고래 바위, 신선바위, 도둑골 등지에 19개 루트를 개척했다고 한다. 20여 가구의 주민들은 고기잡이와 주로 홍합 양식에 종사하고, 지역 특산물로 흑염소가 유명하다. 민박은 방 한 칸 당 4만원씩 하며 회(자연산) 값을 5만원씩 받는 등 시골 예산으로 그리 싼 편은 아니나 돌담 길과 팽나무 그늘의 한적한 어촌에서 밤을 셀만한 정취는 있어 보인다. 더구나 ‘바다이야기’는 깡그리 잊을 수 있었으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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