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악산 울산바위에는 돌잔치길’이 있다. 어린아이 팔 비틀기 식으로 돌잔치라고 우습게 봤다간 고생하기 십상이다. 울산바위에서 가장 어려운 루트중의 하나이다.총 30개 봉우리에 51 피치 등반과 25번의 하강을 해야 한다. 최소 2박 내지 3박의 비박을 감내해야 하며 먹을 것, 입을 것, 땔 것 및 바위에 고인 물을 먹는다면 모를까 마실 것 또한 준비해야 한다. 이 루트는 록파티에서 개척 했으며 등반을 시작해서 끝낼 때까지 흙을 밟아보는 일이 없이 계속해서 이어지는 암벽을 잔치를 하듯 넘어간다는 뜻과 록(rock 바위)과 파티(party 모임) 산악회를 상징 하는 의미를 담고 있다고 한다.
등반 중 오후에는 산 봉우리로 구름인지 안개인지 오르내리는 것들이 있었다. 오후 4시 30분경에 해가 가끔씩 내비치기 시작하였다. 선등으로 3봉의 3피치에 먼저 오른 H회장이’ 여기 무지개 떴어’말해 비도 오지 않았는데 이상하다고 생각하였지만 무지개가 사라질까 봐 확보도 하는 둥 마는 둥 서둘러 오버행 밑의 크랙을 따라 우측 턱을 넘어 올라가는 중에 무지개가 없어졌다는 목소리가 들려 왔다. 무지개 잡아먹는 회장도 있나 하고 실망스러웠다(?). 15년 전 기억이어서 아물 가물 하지만 우리 애들 동화책에서 무지개 잡아먹는 도깨비(무지개의 전설)를 읽은 적이 있다. 강렬한 색상의 동그란 무지개와 동화책답지 않게 보라색, 푸르스름한 색조를 띤 그로테스크한 삽화들이 많이 있어 아이들이 싫어하지 않을까 우려했던 선입감이 아직도 생생하다. 일곱 도깨비들이 항상 무지개를 먹고 살았는데 무지개에 줄을 던져 묶어서는 야금야금, 너는 빨간색 먹어라~~ 나는 파란색 먹어야지~~ 이러면서 . 무지개가 하도 없어지니깐 꽃들이 화가 나서 자기네들 색소(꽃의 즙?)를 빼내 형형색색의 물감이 마구마구 나왔는데 도깨비들이 거기에 잠겨서 익사했고 무지개가 생겨나는 계곡에는 다시 평화가 왔다는 뭐 이런 내용이었다.
잠시 후에 아래쪽 좌측 능선으로 다시 무지개가 나타났다. 뒤에 있는 S원장이 햇빛에서 피해주니까 모양이 더 선명하게 나타났다. 손을 들면 동그란 무지개 속의 그림자가 같이 손으로 화답해 주었다. 이야기로만 들었던 브로켄(Brocken) 현상을 본 순간이었다. 처음에는 뒤에서, 점점 앞에서 5분 가량 나타났다 없어지곤 하였다. 별 수 없이 발길을 재촉해야 했으나 시간만 있었으면 계속해서 나타나는 걸 볼 수 있었을 것만 같았다.
브로켄 현상은 주위가 트인 산봉우리에서 태양을 등지고 앞쪽에 젖은 안개가 끼어 있을 때 그 안개 속에 자신의 그림자가 보이는 동시에 그 그림자를 광채를 띤 원이 두른 현상이다. 태양 빛이 미세한 안개입자 사이를 통과 하느라 미세한 안개 입자에 반사되고 회절(回折 diffraction )되면서 파장 별로 색깔이 분리된 나머지 원형의 테가 무지개처럼 여러 빛깔을 띠게 되는 것으로 독일 중부지방 하르츠 산맥에 있는 브로켄 산(Brocken, 1142m)에서 자주 볼 수 있다 하여 붙여진 이름이라고 한다. 이를 'glory'라 하여 '광륜(光輪)이나 후광(後光)으로 표기하지만 대개는 '브로켄 현상', '브로켄의 요괴(妖怪)' 혹은 '브로켄의 환영(幻影)'으로 불리고 있다고 하는데…. 보통 테의 안쪽부분은 청색을 바깥쪽은 적색을 띠며, 사람의 그림자가 들어있는 테의 중심부분은 밝게 보이는 것이 일반적이라고 한다
무지개 도깨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