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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문칼럼
작성자 김영주
작성일 2013-11-15 (금)
ㆍ추천: 0  ㆍ조회: 1358   
#[친구1] 내 인생 최고의 깡패영화!
 
*[친구2]를 봤습니다.  [친구1]이 100점이라면, [친구2]는 50점쯤 되어 보입니다.  그러나 [친구1]에 비해서 그렇다는 것이지, 그 나름대로 재미있습니다.  적극 권하거나 강추할 영화는 아니지만 . . . . 12년 전에 [친구1]에 워낙 감동해서, 그 때 그 글을 다시 올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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뽀스따가 눈길을 확 끌어 당겼다. "그 쌔끼들이다!"  빛바랜 흑백사진처럼 누르스름 연한 갈색 바탕에 '검은 교복의 그 새끼들'의 으르렁거리는 얼굴표정이, 영락없이 '그 때 그 새끼들'을 눈앞에서 만난 듯 하여, 단박에 '그 때 그 시절'로 빨려들어 갔다.
 


맨 앞에 나선 장동건. 눈을 치켜 뜨며 내쏘아보는 사나운 눈길에, 호크 풀고 단추 하나 젖히고는 불량끼를 잔뜩 품어내는 그 모습. 진짜 그 쌔끼를 지금 이 골목 전봇대 앞에서 딱 만난 듯 하였다. 가슴이 쩌릿했다.  뒤에 선 세 놈도 바로 그 새끼들이다. 진짜 독종은 뒤로 한 발 빠져있고, 옆에서 우왕 끄는 쥐새끼 같은 그 놈에다가, 양아치는 아닌 듯 하면서 우직한 오기가 서린 그 놈.  [친구] 뽀스타에 감동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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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놈들은 한 다리 건너 '시내 깡패'하고 걸리지 않은 놈이 별로 없을 게다. 그 놈들이 양아치일 때, 부닥치고 자뿌러지고 패고 터지고 토끼고 낄낄대며, 발산 다리밑 · 서방 동양극장골목 · 학동 시장통 삼거리 그리고 동네마다 구석구석 그 골목 · 그 만화빵 · 그 덴뿌라집에서 그렇고 그렇게 함께 자랐다. 어깨가 벌어지면서, 그 친구들 중 한 둘쯤은 별을 달고 양아치를 벗어나, 시내에 화신파 · 국제PJ파 · 오비파 그리고 서방파로 흘러들었다.
 
어느 날엔가 공부는 못해도 맘씨는 한량없이 따뜻한 정환이가, 바지가랭이를 걷어올림서 종아리에 바짝 붙은 '시퍼렇게 날 선 대검'을 보여 주었다. 솜씨 부리는 칼제비에 화들짝 놀랐다. 깡다구 대진이 선배가 깔치하고 뺑꼬하는 걸 옆방에서 훔쳐보고선 실감나게 이야기해 주었다. 달아오르는 몸이 당황하면서 두근거렸다. "뺑꼬하다가 발에 쥐나믄, 발가락을 이렇게 잡아땡김서 주물러라!"는 뺑꼬선배로서 가르침을 눈에 새겨 들었다.
 
냇가쪽 골목길 동네, 단정한 갈래머리 어예쁜 얼굴로 새가슴 콩당거리게 했던 경숙이가, 학교 가는 뻐스길에서, 목언저리에 하이얀 신신빠스 바르고 알록달록한 스파이크 뒤축을 찌글쳐 밟고 도도하게 걷는 모습에, "까졌구나!" 심장에 붉은 피눈물 한 방울이 싸늘하게 흘러내렸다.
 
진수가 즈그 집 대문 앞에서, 깨 할딱 벗고 웅크리며 울고 있었다. 또 술 처먹은 꼰대한테, 깨 벳끼고 좆나게 터진 모양이다. 지 방이 따로 있는 종길이 집으로 몰래 숨어들었다. 진수가 꼰대 씨발 놈한테 좆나게 터진 이야기 뒤 끝에, "야 씨발! 나 서울로 토깰란다! 서울에 아는 성님 있거덩!"
 
다음 날 진수는 계모한테 시달리던 종길이하고, 도둑기차 타고 서울로 토깼다. 종길이는 정읍서 잽혔단다. 종길이 아버지가 자전차 타고 역전으로 델로 갔다. 종길이 말로는, 진수가 기차에서 뛰어 내렸단다.
 
추석날 진수가 나타났다. 1년새 키도 부쩍 컸고 머리도 길었다. 자클하게 쫘악 빼입은 가다마이에다, 깨꼬가 파리 낙상하게 빤질거렸다. 진수가 맞긴 마즌디, 사뭇 달라 보였다. 반갑기야 한량없이 반가워도, "야! 이 씨바"라는 흔한 말이 목젖에 턱 걸렸다. 마른 침을 꿀꺽 삼켰다. 진수가 씨-익 쪼갰다. "야! 이 깨꼬 죽이지!", 양복바지 뒤로 쓱싹 문지르고는, 구두끝을 쑥 내밀었다. 목젖에 걸렸던 말이 쏘내기 퍼붓듯이 터져 나왔다. "야이 씨발 놈아, 난 니가 디-진 줄 알았쨘냐~!" 후크 한 방에 마빡을 불똥 튀게 박았다.
 
우리 동네서 대식이하고 나만 대학엘 갔다. 어쩌다 만난 진수가 나를 피하는 것 같았다. 지는 건달이고 나는 대학생이었다. 나도 어색했다. 그 어색함의 고리를 풀지 못한 건, 갱백한 내 성격 때문이다. 삶의 깊이가 얕았던 때라 더욱 그랬다.
 
진수가 충장로 산수옥 골목길 '상아탑'이라는 학사주점에서 양아치들 몇 놈 거느리고 지배인을 하고 있었다. 어색하게 악수했다. 반갑다고 어깨를 툭툭치고는, "너 깔치하고 놀아봤냐?"하더니, 무대 건너편에 불과자 빨아대던 깔치 셋에게 델꼬가서 우릴 붙혀 주었다. 그리 척척한 분유구에서 깔치 옆에 앉아보긴 처음이었다.
 
막걸리에 소주를 냅다 들이부었다. 진땀 쭉쭉 빼며 우웩 웩 커~ 크, 쌉쌀하고 시큼한 침을 질질거리며 오바이트를 하는데, 내 옆에 앉았던 그 깔치가 "술도 못 먹음서, 먼 술을 그리 먹어 갖꼬 . . . !" 등을 두드려 주었다. 그 애는 내가 맘에 들었든 갑다. 무릎에 터억 꺽이고 힘이 쫘악 빠짐서 주저앉았다. 짙은 어둠이 더욱 무겁게 내려앉았다. 그렇게 진수도 까맣게 잊고 살았다.
 
바람결에 들려왔다. 진수는 서울 미아리에서 술집하는디 내려올 때마다 깔치 하나를 옆구리에 차고 온단다. 짱구 종길이는 남광주시장에서 즈그 아버지 사업을 이어받아서 생선도매업하고, 살살이 명식이는 봉선동에서 실내 인테리어 사업하고, 울보 영만이는 나주에서 속셈학원 채렸단다. 그리고 .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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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 앞쪽엔 이런 나의 이야기가 있었다. 그래서 영화에 퐁당 빠져서 푸욱 젖어들었다. 뒤쪽도 재미있다.
 
<예고편> http://movie.daum.net/moviedetail/moviedetailVideoView.do?movieId=2870&videoId=6657&t__nil_main_video=thumbnail
 
 앞쪽은 앞쪽대로, 그 때 그 시절의 추억 · 영어선생의 리얼한 폭력 · 철부지 시절의 아기자기한 그 이야기들이, 우리를 즐겁게 한다. 뒤쪽은 뒤쪽대로, 리얼한 깡패세계 · 잔혹한 칼부림 · 장동건과 유오성 사이의 팽팽한 긴장이, 우리의 가슴을 빠짝 조인다.
 
주인공 4명의 캐릭터 중 샌님 역할이 마음에 좀 덜 차지만, 참 리얼한 연기를 보여 주었다. 유오성과 장동건이 캐릭터가 단연 돋보였다. 물 만난 물고기처럼 대단한 대사와 장면을 보여주었다. 너무나 리얼하고 실감났다. 대단했다.( 장동건이 신인으로 토크쇼에 신인 소개로 출연하였을 때, 어찌나 소녀 만화 주인공 얼굴처럼 곱상히 생겼던지, 기생 오랩씨 맹이로 얼굴 파는 놈이려니 하였다. 그런데 그게 아니었다. 세월이 흐를수록 연기가 익어가는 게 눈에 두드러진다. 그가 점점 더 좋아진다. ) 조연들과 양아치들도 참 좋았다. 눈짓 표정 말투 걸음걸이 액션 하나하나가 참 리얼하다.
 
밑바닥 생활의 리얼함을 보여주기 위해선지, 쌍스런 욕설이 거침없이 쏟아져 나왔다. 유오성이 히로뽕으로 덜덜 떨면서 지 마누라한테 퍼붓는 욕설은 진짜 심했다. 영화에서 그리 쌍스런 욕설은 처음 들었다. 그게 부당한 폭력일까? 예술적 표현일까? 원래 깡패들은 그렇다. 그러니까 그걸 찰지고 맛깔나게 드러내는 게 능력이다. 그래서 예술이다. 그래도 띵-했다.
 
<뮤직 비디오> http://movie.daum.net/moviedetail/moviedetailVideoView.do?movieId=2870&videoId=6660&t__nil_main_video=thumbnai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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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영화는 우정을 과장하고 미화한다. 세상 따라 인심이 메말라 가듯이, 인심 따라 우정도 메말라 간다.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우정을 찾아 헤매는 건 무망한 일이다. 그 놈도 이기적이고, 나도 이기적이다. 사노라니 그리 되었으려니~ 하고 살면 된다. 세상인심이 그런 걸, 이러쿵저러쿵 따질 게 못된다.
 
나도 한 시절 '사랑과 우정'을 믿었다. 그리고 여드름 피어나던 시절 어느 달력 귀퉁이, "사랑은 사람을 만들고, 우정은 사람을 완성한다!"는 글귀에 감동하여 가슴에 새겨 두었다. 처세에 이마가 벗겨지고 세월이 안겨준 시름에 젖다 뒤돌아보니, 웃기는 소리다. 사랑은 '지나가는 버스'이고, 우정은 '껌이나 땅콩'이다. 나도 그녀도 그 놈도, 모두 다 그렇다.
 
사랑과 우정이 내 곁에 변함없기를 바람은 허망한 갈망일 따름이다. 실제로 그러한 것하고, 그렇게 되길 바라는 것은 전혀 다르다. 지극한 사랑이나 우정은, 실제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존재하는 걸로 믿고 싶은 것이다. 그래서 [친구]가 비록 깡패의 의리를 과장하고 미화할 망정, 우리에게 그 시절의 우정을 그리워하게 하는 것일 게다.
 
예술적 승화나 사회적 메세지는 없다. 바로 내 이야기가 담겨있는 향수를 자극하기에, [대부] [원스 어펀 어 타임 인 아메리카] [벅시] [언터처블] 그리고 알랑들롱의 [암흑가의 두 사람] [르 갱]과는 다른 얼큰한 토종맛이 톡 쏜다. 지금까지 만난 깡패영화 중에서 최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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