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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문칼럼
작성자 김영주
작성일 2013-09-14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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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추[바람이 분다] “사요~나라, 미야자키 사마!”

미야자키 하야오가 은퇴를 선언했다. 맘이 가슴 깊이 아련하게 저려온다. 70시절, [빨강머리 앤]이나 [미래소년 코난]을 얼핏 만났지만, 잠시 만화나 만화영화에서 멀어지던 시절이라서 무심코 흘려 넘어갔다. 90시절, 이웃집 중학생이 보는 칼라만화[이웃집 토토로]를 만나고서 잔잔하고 훈훈하게 감동하였다. 비디오가 있다고 해서, 당장 수소문해서 만났다. 내 인생 최고의 예술작품이었다. 이어서 [바람의 계곡, 나우시카] [천공의 성, 라퓨타] [붉은 돼지] [마법소녀 키키] [원령공주]까지 미야자키의 바다에 풍덩 빠져 들었다. [센과 치히로]는 감동까진 아니었고 재미있었다. [원령공주]와 [센과 치히로]가 일본 고유문화를 소재로 하여 이채롭고 좋았다. 그런데 [하울의 움직이는 성]이 그림은 좋은데, 내용이 싱거워졌다. [벼랑위의 포뇨]와 [마루 밑에 아리에타]에선 실망감이 들었다. “그가 늙어가는구나!” 너무나 좋아했기 때문에, 스며드는 안타까움이다. 뇌리에 ‘은퇴’라는 낱말이 얼핏 스쳐지나갔다. 그리곤 이번에 은퇴를 선언했다.
 


그러니까 [바람이 분다]는 그의 마지막 작품인 셈이다. 실망스런 [벼랑위의 포뇨]와 [마루 밑에 아리에타]가 떠오르면서 “그의 마지막 작품인데, 괜찮아야 할 텐데 . . . ” 불안감이 끼어든다. 어느 인터뷰에서 “정성을 많이 들였고, 열심히 만들었다.”고 했다. “그래야지요. 내 인생 최고의 우상인데.” 그런데 일본 제국주의를 옹호합네 욱일승천기가 등장합네 구설수가 떠돈다. 문득 [반딧불 무덤]이 떠올랐다. 그가 만든 작품이 아니지만, ‘지브리 스튜디오’의 다카하타 이사오 감독이 만들었으니, 그가 깊이 관련된 작품이다. [이웃집 토토로]에 버금갈 만큼 훌륭한 작품이다. 일본 제국주의를 찬양하는 걸로 오해받기 쉬운 장면들이 있지만, 거기에 오히려 전쟁을 반대하고 일본 제국주의를 비난하는 뜻이 숨어 있다.

[바람이 분다]도 그런 오해를 살만한 장면들이 있고, 스토리 자체가 그런 오해를 불러일으킬 법하다. 주인공의 실존인물인 호리코시 지로, 악랄한 일본 제국주의 전쟁에 혁혁한 공을 세운 ‘제로센 전투기’의 설계자이다. 그는 인터뷰에서 “그의 젊은 날 사진 한 장이 심금을 울렸다. 부끄럽다. 논란의 위험을 감수하더라도 그릴 만한 인물이라고 직감적으로 이해했다.”고 하면서, 그 난처함을 길게 설명한다.(아래 인터뷰 글 참고.) 그가 ‘호리코시 지로’를 미화한 게, 그 개인이나 시대상의 역사적 평가로 보면 잘못일 수도 있다. 그러나 그는 그런 옳고 그름을 넘어서서, 이 세상에 발을 딛고 살아간다는 엄혹한 현실에서 나약하고 어리석은 어느 한 인간의 내면을 들여다보고 자기 자신을 돌이켜보고 싶었던 듯하다.  그래서 영화 첫 화면에 폴 발레리의 싯귀 "바람이 분다, 살아야겠다!"를 말했으리라. 이 작품 내용이 어떠하든, 그 동안 우리가 만난 그의 작품들은 항상 ‘생태 · 여성 · 어린이 · 평화’를 따뜻하게 감싸며 추앙한다. 이 영화는 그 동안 그가 보여주던 방식에서 한 걸음 더 깊이 들어간다. 참혹한 현실의 짙은 그늘을 진저리치듯이 도망쳐 한 폭의 수채화 같은 환상의 세계로 들어가면서, 엄혹한 현실의 생생한 생활 속에 찌들린 추악한 인간들로부터 벗어난 또 다른 세상을 갈망한다.  그가 꿈꾸는 수채화 같은 환상의 분홍빛 세계를, 보수파가 보더라도 사회파가 보더라도, "현실적이지 못하고 몽환적이며, 현실도피에 지나지 않는다."고 비난할 수 있다.  인정한다. 그러나 그의 작품은 지금 현실을 살아가는 인간들에게 좀 더 진지한 반성과 좀 더 치열한 노력을 부탁하고 있다.  그래서 그는 인터뷰에서 다음과 같이 말한다.  "시대를 사는 것은 그 시대와 사회의 왜곡과 함께 살고 있다. 이 왜곡을 자기 자신의 왜곡이라 생각하는 사람이 좋다."  이 말을 직설로 말하자면, 우리 자신을 이렇게 꾸짖어야 하겠다.   “인간들아, 제발이지 이렇게 살지 말자! 해도 해도 너무 하는 거 아니야?”
 
<예고편> http://movie.daum.net/moviedetail/moviedetailVideoView.do?movieId=80371&videoId=42053

일본 군국주의에 대한 그런 오해를 의식해서 일까? 아니면 일본열도가 다시 극우세력에 말려드는 모습을 심히 걱정해서 일까? 그는 이번에 일부러 매스컴에 나서서 강조하여 말했다. “지난 날 일본은 한국 중국 아시아 사람들에게 크게 잘못했다. 사죄해야 한다.” 일본이 극우화해 가는 모습에 너무나 심난했으나, 내가 가장 존경하는 사람이 그런 돌직구로 일본의 극우세력을 꾸짖어주니, 묵은 체증이 내려가 듯 속이 후련했다. 지금 일본은 그의 충고에도 불구하고 극우의 아베세력이 기세등등하고 있다. 일본열도가 화산이나 지진 같은 자연재해로 침몰하는 게 아니라, 후쿠시마 원전사고에다가 극우세력의 극성까지 인간재해로 침몰해 가는 것 같다. “망할라고 환장했구만!” 망하려면 자기들만 망하지, 우리도 그 옆에서 함께 묻혀갈까 두렵다. 난 극우와 극좌가 진저리치게 싫다. 미야자키도 그러하다.

[바람이 분다]는 그걸 노골적으로 드러내지 않고, 미친 일본 제국주의 전쟁이라는 현실에 드리워진 짙은 먹구름 틈새로 비쳐드는 햇살처럼 그려간다. 비행기를 향한 꿈과 그녀와의 수채화 같은 사랑으로. 그는 그 시대를 사는 어쩔 수 없이 주어진 상황에서 틈틈이 드러나는 주인공의 순박한 심성을 그려 보여주고, 히틀러에게 저항하다가 일본까지 흘러들어온 독일인을 통해서 극우파쇼와 그 전쟁을 비난한다. 그녀와의 수채화 같은 사랑도 아련하게 슬프면서 아름답다. 그래서 어린이를 위한 애니메이션이 결코 아니다. 어른을 위한 애니메이션이다. 젊음이 탱탱한 시절에 만난 그의 작품이 이젠 반백으로 삭아가는 나에게 작별인사를 건네는 듯하다. “그토록 감동해 주어서 고맙습니다. 안녕~!”

누구나 늙어가고 죽어가기 때문에, 누구나 무엇이나 만나면 헤어지는 법, 그래서 會者定離라고 했다. 그렇게 헤어질 수밖에 없으나, 그 헤어짐이 아름다워야 하겠다. 그러나 아름다운 헤어짐이 그리 쉽지 않다. [바람이 분다]로 마련된 미야자키 하야오와 작별의 마당은, 그 동안 작품을 천진스레 좋아했던만큼이나 이 작품은 처연하게 아름다웠다.  그에게 감사하고 감사하며, 그를 존경하고 존경한다.  앞으로도 그의 지난 작품을 틈틈이 다시 만나며 그를 잊지 않겠다.  “사요~나라, 미야자키 사마!”


 
# 미야자키 하야오, [바람이 분다]논란에 답하다(인터뷰)
                                                                    머니투데이 스타뉴스 도쿄 김현록/ 2013.08.30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의 애니메이션 '바람이 분다'가 드디어 다음달 5일 개봉한다. '벼랑위의 포뇨' 이후 5년만에 돌아온 일본 애니메이션의 거장은 이미 뜨거운 환영을 받았다. '바람이 분다'는 일본에서 6주 연속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하며 600만 관객을 넘긴 히트작이자 화제작이 됐고, 제 70회 베니스국제영화제 경쟁부문에도 초청되는 저력을 보였다. 한국에서는 다른 의미로 화제작이 됐다. '가미가제 폭격기'로 알려진 태평양전쟁 당시 일본 주력기, 제로센을 만든 호리코시 지로를 주인공으로 삼았기 때문이다. 일본의 우경화로 한일관계까지 경색된 요즘, 한국 관객에겐 더욱 불편한 인물이다. 그러던 중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이 영화 개봉을 앞두고 일본 아베 정권의 역사 인식을 강한 어조로 비판해 화제가 되면서 영화에 대한 관심이 또한 높아졌다. 어린이를 위한 아름다운 판타지를 그려 온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은 '바람이 분다'를 통해 처음으로 현실의 이야기, 어른의 이야기를 담았다. 지브리 특유의 서정적 2D 화면에는 전쟁을 일으켜 파멸해가는 나라 덕에 어린 시절부터 꿈꾸던 비행기를 만들 수 있었던 호리코시 지로의 아이러니가 담겼다. 또한 지로와 동시대를 살았던 일본 문학가 호리 타츠오의 소설 속 아프고도 아름다운 로맨스가 비극의 시대와 함께 어우러져 있다. 전쟁에 대한 직접적 묘사가 최소화된 가운데 히노마루(일장기)를 단 모든 비행기가 추락하는 모습이 눈길을 끈다.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은 최근 도쿄에 위치한 개인 아틀리에에서 스타뉴스와 만나 '바람이 분다'와 그를 둘러싼 논란에 대해 말했다. 미처 묻지 못한 질문에도 서면으로 긴 답을 보내왔다. 한국의 관객들이 편견 없이 작품을 보길 바라는 거장의 진심이 느껴졌다.

-처음으로 실존인물과 시대적 배경이 등장하는 작품을 내놨다. 늘 아이들을 위한 애니메이션을 만들다가 이런 변화를 시도하게 된 이유가 있다면

▶어린이들을 위한 영화를 제작하는 일은 상업주의와 타협해서는 안 되는 신성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이 일을 하기 위해서는 이런 데 동요치 않는 어른이 되어야 한다. 현재 세계가 격변기에 접어들면서 시대의 톱니바퀴가 소리를 내며 돌아가기 시작했다. 이 시대에 어떻게 생각하고 어떻게 보고 어떻게 느끼는지 지독히도 많은 질문을 받고 있다. 아이들을 잠깐 기다리게 하고, 한 소년으로 돌아가 어려웠던 시대를 살아본 것이 이번 '바람이 분다'다.

-왜 하필 논란의 위험이 있는 제로센 설계자 호리코시 지로를 주인공으로 삼았나.

▶그의 젊은 날 사진 한 장이 심금을 울렸다. 부끄럽다. 논란의 위험을 감수하더라도 그릴 만한 인물이라고 직감적으로 이해했다. '무기를 사용한 인간을 주인공으로 영화를 만들자'는 데 대한 의문은 저와 스태프에게도 있었다. 정의는 보장되지 않고, 시대의 왜곡 속에서 꿈이 변형되고, 고뇌는 해결되지 않은 채로 살아야만 하는… 그런 건 사실 현대 세계에 살고 있는 우리 자신들 운명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으로 영화를 제작했다. 의식은 안했겠지만 그가 만든 비행기가 태평양 전쟁에 쓰였다. 내가 열심히 살아왔다고 해서 무조건 면죄인가 하는 생각이 든다. 예를 들면 저는 '이웃집 토토로'를 어린이들이 밖에서 뛰어 놀길 바라는 바람으로 만들었지만 결국엔 아이들이 집안에서 TV를 보게 됐다. 간단치가 않다. 열심히 한다고 좋은 결과가 나오는 건 아니지 않나.

-전쟁무기를 만든 인물을 미화했다는 의견은 어떻게 생각하나.

▶미화하지 않았다. 혹시라도 그렇게 생각하는 사람이 있다면 그 사람은 영화를 보기 전부터 그렇게 생각하는 사람이다. 그런 사람이 많이 있겠지만 제 신념은 흔들리지 않는다.

-'바람이 분다'라는 제목은 '바람이 분다, 그러니 살아야겠다'는 폴 발레리의 시에서 따 왔다. 어떤 의미를 담았나.

▶세계이며, 생명이며, 시대다. 바람은 산뜻한 바람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시대의 거센 바람, 방사선을 포함한 독이 든 바람도 불어댄다. 동시에 바람이 일어나는 것은 생명이 빛나는 증거이기도 하다. '세계는 있다. 세계는 살아있다. 나도 너도 살아있다. 아무리 힘들어도 살지 않으면 안된다'고 이해하고 있다.

-영화에는 감독의 역사인식과 그에 대한 고민이 느껴진다. 영화를 통해 가장 고민했던 부분이 있다면.

▶현대, 이 순간 저는 지로와 같은 삶을 살고 있다. 저희 부부는 검소하게 살려고 마음먹고 있지만, 모든 돈을 의미있는 곳에 기부하거나 하지는 않고 있다. 시대를 사는 것은 그 시대·사회의 왜곡과 함께 살고 있다는 뜻이다. 이 왜곡을 자기 자신의 왜곡이라 생각하는 사람이 좋다. 영화가 너무 길어서 끝낼 수 없는 게 아닌가라는 불안과 싸운 지난 2년이었다.


-주인공이 자꾸 '일본은 가난하다'고 반복해 언급하는 장면이 나온다.

▶고도경제 성장의 결과 숫자상으로 현재 '일본은 풍족하다'라고 표현할 수 있지만, 저는 아직도 '일본은 가난하다'고 생각한다. 게임·영화에 빠진 아이들, 과도한 소비나 경쟁, 이웃에 대한 무관심…. 물질과 마음이 균형이 잡힌 사회는 아직 실현되지 않았다.

-한국에서는 문화예술계 인사의 정치적 의견 표명을 부정적으로 보기도 한다.

▶목소리를 내야 할 부분에서 소리를 내지 않으면 시대에 휩쓸려 버린 것일 뿐 시대를 살았다고 할 수 없다. 그러나 목소리를 내는 것이 전부라면 일을 할 수 있는 기회도 없다.

-원로 만화가는 한국에도 여럿 있지만 원로 애니메이터는 전무하다. 무엇이 계속 그림을 그리게 하나.

▶애니메이터가 되고 나서 세계의 비밀을 조금 안 것 같은 생각이 든다. 움직임이란, 빛이란, 감정이란, 육체란, 시간이란…. 무척 매력있는 틈새를 손에 넣었다고 생각한다.

-한국 관객들에게는 더더욱 민감한 이야기일 수 있다. 한국 관객들이 어떻게 영화를 봐줬으면 하는지.

▶반일감정은 반한감정도 발생시킨다. 저는 동아시아가 평화롭기를 마음 속 깊이 바란다. 영화를 보고 보지 않고는 개인의 자유다. 어떻게 볼 지도 개인의 자유다. 다만 저는 고뇌하면서 성실하게 이 영화를 제작했다. 이 점만은 자신있게 이야기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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