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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문칼럼
작성자 김영주
작성일 2013-09-16 (월)
ㆍ추천: 0  ㆍ조회: 1249   
@그나마 [스파이]가 [관상]보다 조금 더 재밌다.

추석맞이 영화로 [스파이]와 [관상]이 떠오른다. 어느 걸 볼까? <예고편>만 보고선, 대중재미가 [관상]이 [스파이]보다 더 나을 꺼라고 짐작했다. 막상 영화를 보니, [스파이]가 [관상]보다 조금 더 낫다. 내 재미는 둘 다 그저 그렇다. [스파이] B0, [관상] C+. 대중들은 나보단 좀 더 재미있어 하겠다. [스파이] B+, [관상] B0. 추석명절을 노리는 영화에게 대중재미 말고 그 무슨 기대를 할까마는, 감독은 그 대중재미라도 완성도를 높이려는 노력이 있어야 한다.
 


[스파이], 설경구는 그저 그랬고, 문소리가 고생이 많았다. 다니엘 헤니가 가장 돋보였다. 그리고 털뚱보 고창석, 지금까지 만난 모습 중에서 가장 자연스럽게 코믹해서 좋았다. 마지막에 헬기 폭파장면이 화끈했다. 그래서 좋은 점만 보자면, 초짜감독이 이 정도 대중재미를 이끌어냈다는 게 대견하다. 그런데 감독이 관객의 웃음보를 터트리려고 작심한 게 오히려 관객에게 부담을 준다. 자질구레한 곳에서 순 억지를 부린다. 목목이 태클을 건다.  “얼마든지 다르게 처리해도 되는데, 왜 저러는 거야?” 웃기지 않아도 좋으니, 차라리 잘라 버리는 게 낫겠다. “일반관객을 졸로 보나?”
 
<예고편> http://movie.daum.net/moviedetail/moviedetailVideoView.do?movieId=64373&videoId=41887&t__nil_VideoList=thumbnail

난 사주풀이나 점괘에 전혀 관심이 없는데, 관상엔 솔깃이 호김심이 있다. 삼성의 이병철회장이 회사원을 뽑을 때 ‘관상쟁이’를 곁에 두었다고 하고, 삼성의 어느 회사에선 지금도 그러하다고 들었다. 그 호기심에 허영만의 관상만화 [꼴]을 열심히 보았으나, 군데군데 그럴 듯해 보이지만 전체적으로 설득력이 별로 없다.  관상학, 괜스런 ‘잡학’이 아닐까?  그래도 오랜 세월에 쌓여진 통밥으로 다가오는 어떤 사람의 어렴풋한 이미지에 나도 모르게 선입관이 스며들곤 하지만, 그 선입관이 들어맞는 경우가 반반이 넘지 않아서 사람을 함부로 예단하지 않으려고 많이 노력한다. 잠깐의 말투나 행동 그리고 겉모습으로 그 사람의 기본 스타일을 대충 짐작할 수는 있지만, 그것만으로는 많이 부족하다. 적어도 1년쯤은 몇몇 일을 함께 경험해 보고, 서로의 이익이 부딪혀 보아야, 그나마 희미하게 알 수 있다. 사람은 누구나 이기적이고 어리석으며, 주어진 상황과 자기 스타일에 따라 끊임없이 변한다.  “딱 보면 안다.”는 건 괜한 허세에 지나지 않는다. “열 길 물속은 알아도, 한 길 사람 속은 알 수가 없다.”  그래도 체질과 풍모의 스타일에 따라 대표적인 열 가지 유형쯤은 있는 것 같다. 진짜로 어려운 건, 그 善과 惡의 정도를 파악하는 힘이다.  그래서 '새로운 관상학'에 호기심은 아직도 질기게 남아있다.  

 

[관상]예고편에 땡기는 맛도 있었고, [우아한 세계]의 내용이 상투적이었지만 리얼러티를 제법 잘 살려냈고 [연애의 목적]을 참 좋게 보았기 때문에, 상당히 기대했다. 더구나 호화캐스팅이다. 그런데 실망했다. 적어도 B+는 되어주어야 하는데, 겨우 B0쯤에 지나지 않았다. 스토리 흐름이 매끄럽지 못하다는 게 제일 맘에 들지 않는다. 스토리의 중심을 이루는 두 줄기에서 송강호의 아들이야기를 너무나 억지로 구겨 넣는다. 이 영화에서 가장 관심의 초점이라고 할 수 있는 김혜수의 캐릭터가 싱거운 조연수준에 머무르고 말았다는 불만까지 곁들여서 말하자면, 억지로 구겨 넣은 아들이야기 대신에 김혜수의 기생이야기를 중심줄기로 삼았더라면, 영화가 훨씬 생동감 있게 살아날 수 있었을 게다. 왜 그 좋은 배우와 그 좋은 소재를 제쳐두고, 풋내기배우 이종석의 고리타분한 아들이야기를 중심줄기로 잡았을까? 안타깝다.



내용이 역사적 팩트에서 상당히 벗어난 게 거슬리지만, 뭐~ 영화니까 그러려니 넘어가자. 그래도 팩트를 살리려는 노력은 필요하다.  김종서를 '호랑이 상호'로 수양대군을 '늑대 상호'로 잡아서 이끌어 가는 것은 좋았는데, 수양대군의 늑대 상호를 그렇게 노골적으로 “나는 늑대 캐릭터다!”고 외치듯이 얼굴에다 칼 흉터를 두 군데씩이나 선명하게 드러내야 할까? 예고편에서부터 거슬렸다.  수양대군의 모든 걸 그런 뒷골목 깡패두목처럼 이끌어가고, 더욱이 이정재의 상투적인 연기까지 보태어지니까, 그 캐릭터에 긴장감도 없고 숙성된 깊은 맛도 우러나지 않는다. 이렇게 영화의 핵심을 잘못 잡고 어설프게 이끌어 가니까, 나머지 제법 괜찮았던 것까지 제대로 살아나질 못하면서 영화가 전반적으로 수렁으로 말려들어가고, 뒤 쪽으로 갈수록 추욱 늘어지고 지루해지기까지 한다.
 
<예고편> http://movie.daum.net/moviedetail/moviedetailVideoView.do?movieId=70609&videoId=41923&t__nil_VideoList=thumbnail

[천안함 프로젝트]는 추석맞이 영화가 결코 아니다. 광주극장에서 상영하고 있다.  천안함 사건에 대해 지극히 상식적인 질문을 던지는 그저 평범한 다큐멘터리였다. 이미 알려진 내용을 다시 편집하여 만들었기 때문에, 어떤 획기적이고 새로운 내용을 기대했던 사람들에게는 오히려 실망감을 줄 수도 있겠다.  다만 당시 너무 많은 보도와 말들이 쏟아져 나와서 도무지 뭐가 뭔지 종을 잡을 수 없이 헝클어진 내용을 아주 차분하게 이성적이고 논리적으로 일정의 거리를 두면서 하나하나 보여주고 있다.  특별한 내용이 들어있는 건 아니지만, 영화로 이런 시도를 하였다는 용기에 박수를 보낸다. 우리나라가 물질적 풍요로움으로 흥청망청하며 國運상승을 노래하면 노래할수록, ‘천안함 사건’처럼 어처구니없는 작태에 국민들이 놀아나고 협박당해야 한다는 게 더욱 더 서글프다. “빛이 밝을수록 그림자는 더욱 짙다.”

최근 영화 중에서 [바람이 분다]가 단연코 훌륭하지만, 미야자키 하야오가 자기 삶에 대한 숙성된 고민을 담아 넣었기에, 일반관객에겐 좀 부담스러울 수 있다. 이런 저런 걸 생각하지 말고, ‘수채화 같은 분홍빛 사랑영화’려니 하는 맘으로 보면, 나름대로 잔잔하고 아름답게 슬프다. 그런데 대중들에게까진 바람이 불지 않아서, 상영 10여 일만에 영화관에서 막을 내렸다. 다운로드해서라도 가족과 함께 꼭 보길 권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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