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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문칼럼
작성자 김영주
작성일 2013-09-13 (금)
ㆍ추천: 0  ㆍ조회: 1409   
#'미야자키 하야오'가 은퇴한답니다.
내가 인류의 역사에서 가장 존경하는 사람을 단 한 사람만 꼽으라고 하면, '미야자키 하야오'를 꼽는다.  그가 이번에 [바람이 분다]라는 작품을 마지막으로 은퇴한다고 합니다.  너무나 서운하고 맘이 아파서, 그에 관한 예전 글 2개를 다시 올립니다.  2007년 글 [귀를 기울이면]과 2001년 글 [이웃집 토토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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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를 기울이면] 미야자키 하야오와 '지브리 스튜디오'

   
 미야자키 하야오’를 아십니까? “이 분을 모르는 사람은, 인생을 헛살았다.” 물론 과장해서 한 말입니다. 이제라도 미야자키의 작품을 보시면, “인생을 잘 살았다.”고 금방 만회할 수 있으니, 지금까지 인생을 헛살았다고 절망하실 일은 아닙니다.

그는 70년대에 TV만화영화 [알프스소녀 하이디] [미래소년 코난] [빨강머리 앤]으로 우리나라에 알려지기 시작하여, 80년대 초반에 ‘지브리 스튜디오’를 만들어 극장판 애니메이션으로 1984 바람계곡의 나우시카 · 1986 천공의 성, 라퓨타 · 1988 이웃집 토토로 · 1988 반딧불의 묘(다카하타 이사오) · 1989 마법소녀 키키 · 1991 추억은 방울방울(다카하타 이사오) · 1992 붉은 돼지 · 1994 너구리 폼포코(다카하타 이사오) · 1995 귀를 기울이면(콘도 요시후미) · 1997 원령공주 · 2001 센과 치히로 · 2002 고양이의 보은(모리타 히로유키) · 2004 하울의 움직이는 성 · 2006 게드 전기(미야자키 고로)를 만들어 일본이 떠들썩할 정도로 대히트를 치고 세계적으로 명성을 얻었다.( 감독이 미야자키 하야오가 아닌 경우는 괄호 안에 이름을 써 넣었다. 그가 감독하지 않은 작품이라도, 그 그림스타일이 미야자키의 스타일에서 전혀 벗어나지 않으며 그가 제작하거나 지휘를 하였기 때문에, 미야자키의 체취를 벗어나지 못한다. )

[고양이의 보은]은 수준이하의 작품이어서 미야자키와 ‘지브리 스튜디오’의 명성을 갉아먹었고, [게드 전기]는 미야자키의 아들 작품인데 그림 수준이 떨어지고 스토리가 유치하고 싱거워서 실망을 안겨준 작품이다. 이 두 작품을 제외한 나머지는 모두가 그 우열을 가늠하기 힘들 정도로 잘 만든 걸작들이다. 그래도 어렵사리 그 우열을 굳이 가늠하여 말해 보면, [토토로]를 단연 으뜸으로 꼽겠다. 그리고 그 다음으론 [ 라퓨타] [반딧불 ] [ 방울방울] [붉은 돼지] [귀를 ...]을 함께 꼽고, 그 다음으론 [마법소녀 ] [너구리 ] [원령공주]를 함께 꼽고, 그 다음으론 [바람계곡 ] [센과 치히로 ] [하울 ]을 함께 꼽는다.

     

[토토로]는 미야자키 작품 중에서 가장 빼어날 뿐만 아니라, 내가 지금까지 본 밤하늘에 별처럼 수많은 영화 중에서 가장 훌륭하고 가장 재미있는 영화이다. 남녀노소 누구에게나 꼭 보라고 권장한다. 나는 영화관에서 2번 보았고, 비디오론 10번쯤은 보았을 게다. 일주일 전에 큰 작업을 하나 마쳤기에, 좀 쉬려고 오락거리를 찾다가, 비디오를 DVD로 더빙 녹화도 할 겸 또 보았다. 보아도 보아도 좋기만 하고 전혀 질리거나 지루하지 않다. [ 라퓨타] [반딧불 ] [ 방울방울] [붉은 돼지] [귀를 ...]를 향한 열광은 [토토로]에 별로 뒤지지 않는다. [반딧불 ]은 조금 무겁고 일본 군국주의를 찬양하는 걸로 오해할 수도 있고, [ 방울방울]은 너무 평범해서 싱겁게 여길 수도 있다. 그러나 곰씹어 보아야 우러나는 깊은 맛이 있다.

   
 
이렇게 훌륭한 작품임에도 불구하고, 김대중 정부가 ‘일본 대중문화 수입금지’를 해제하기까지 우리나라에서는 그 동안 일본 만화와 애니가 해적판으로 돌아다녔다. 나도 80년대와 90년대에 그 해적판을 이웃집 중고생이나 여드름 조카들에게 푼돈 주고 빌려보다가 미야자키 작품을 우연히 만나게 되었다. 도리야마 아키라의 [드래골 볼] [닥터 슬럼프]와 함께 내 30대의 한 시절을 차지하였다. 그 [토토로]가 2001년에야 상영되었고, [귀를 ]과 [마법소녀 ]가 이제야 상영된 것이다. 음성적으로나마 그 시절에 워낙 인기가 자자한 만화였고 애니였기에 볼 만한 사람은 이미 보았겠지만, 그 시절의 매니아들에게서 조금 빗겨난 지금의 10대와 4050에게는 낯설지도 모르겠다. 마침내 그 [귀를 ]과 [마법소녀 ]가 지난 11월에 영화관에서 상영했단다. 바쁜 일 때문에 영화이야기 타이밍을 놓쳤지만, 이제라도 미야자키 작품 이야기를 쓰지 않을 수 없다. [귀를...]과 [마법소녀..]의 작품성과 분위기는 [토토로]와 거의 엇비슷하다. 한 장면 한 장면이 마냥 정겹고 마냥 흐뭇하다. 인간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모습을 깊은 삶의 통찰로 잡아낸 잔잔하고 편안한 영화이다. 아무리 찬양해도 그 찬양이 부족할 따름이다.( 이 영화이야기 바로 앞 글에 7년 전에 이야기하였던 [토토로]를 이야기를 다시 실어 올렸으니 그걸 읽어보시기 바랍니다. 혹시 미야자키 하야오와 그의 ‘지브리 스튜디오’를 더 자세하고 알고 싶거든, 다음 싸이트를 찾아들어가 보세요. www. ghibli. jp // www. miyaclub. com // www. myloveani. kr )

이런 작품은 영화관에서 보아야 그 깊은 맛을 제대로 만날 수 있지만, 혹시 놓쳤더라도 비디오나 DVD로라도 꼭 보기를 권한다. 아니, 강요하고 싶다. 반드시 온 식구가 함께 모이는 이벤트로 마련하여 ‘가족사랑’을 다짐하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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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웃집 토토로], 내 생애 최고의 예술작품

 


 [토토로]는 재미있다. 그리고 빼어난 예술작품이다. [토토로]를 처음엔 만화로 만났다. 홀딱 반했다. 비디오가 있다는 말에, 이웃집 중학생 만화광에게 수소문하였다. 그리곤 ‘내 인생 최고의 걸작’을 만난 감동에 젖었다. 당장 미야자끼 하야오 작품을 샅샅이 뒤졌다. 모두 재미있고 깊은 감동이 있다. 그러나 단연코 [토토로]가 으뜸이다.

재미라는 건, 그게 기쁨이든 환상이든 슬픔이든 공포이든, 머리가 아니라 가슴을 흔들어야 한다. [토토로]에서 만난 재미는, 영화에서 지금껏 만났던 그런 재미하고는 사뭇 다르다. 편안하고 잔잔하며, 상큼하고 깔끔하다. 그리고 삭막한 이 세상을 벗어나, 어린 시절을 향한 아련한 그리움이 적셔온다. 그 은은한 재미가 깊고 깊다.

삶에 깊은 깨달음이 없는 손재주가 예술일 리 없다. [토토로]는 그렇고 그런 만화영화가 아니다. 삶의 깊은 깨달음이 담긴 ‘예술’이다. 만화 나부랭이를 예술이라고? 예술을 말하는 사람들은 오랫동안 만화와 영화를 비웃었다. 그렇다. 그들이 예술로 그리 떳떳치 못하면서도, 비웃을만한 만화와 영화가 많고 많다. 그러나 어쩌다 비웃을 수 없는 만화와 영화를 만났을 때는, 문학 미술 음악 무용이라는 예술이 오히려 가소롭다.

[토토로]는 무엇보다도 ‘그 잔잔한 소박함’ 때문에, 그 경지가 더욱 높다. 높고 깊음은 우리를 감복시켜 감히 범접키 어려운 ‘경외감’을 준다. 그런데 거기엔 ‘교활한 음습함’이 스며들 위험이 항상 도사리고 있다. 그 교활함은 소박함을 등에 업고, 남을 속이고 자기도 속인다. 참으로 어렵고 어려운 건, 높고 깊음이 간교함을 헤치고 소박함과 제대로 만나는 것이다.

나는 괴테 베토벤 피카소는 좋아하지 않지만 셰익스피어 도스도예프스키 슈베르트 렘브란트 고호는 좋아한다. 석굴암과 김홍도 그림 · 김정희 글씨 · 이창동 [박하사탕] · 최명희 [혼불] · 황병기 가야금 · 박재동 그림판 · 스필버그 영화 · 디즈니 만화영화 ··· 을 매우 좋아한다. 그러나 이 모두가 그 예술성에서 빼어나게 높거나 깊지만, ‘잔잔한 소박함’과의 만남이 [토토로]보단 못하다. 그래서 난 [토토로]를 내 인생 최고의 예술작품으로 꼽는다.
 
 
 
대교약졸大巧若拙(『老子』) 진짜 진짜 높은 경지에 오르면, 어찌나 편안하고  소박한 지 전혀 티가 나지 않아서, “그 높은 경지를 제대로 눈치 채기 어렵다”는 뜻이다. 나는 [토토로]라는 작품에, 감히 이 덕목을 헌사하고 싶다. 그리고 ‘마음의 스승’으로 삼는다. ‘너무도 편안한 이 영화’를 이리 진지하게 쓰는 건, 사람들이 ‘그 참으로 높은 경지’를 소홀히 할지도 모른다는, 고놈에 ‘괜한 노파심’ 때문이다.

이런 찬양을 매스컴 영화평의 ‘그 흔한 뻥’으로 여길지도 모르겠다. 매스컴은 ‘돈벌이와 문화적 마약주사’를 위해, 영화마다 일부러 뻥을 친다. 나의 [토토로] 찬양은 그런 뻥이 결코 아니다. 사람마다 좋아하는 입맛이 다르다. 내 입맛엔 쩍쩍 안길지언정, 다른 사람은 맛없을 수도 있다. 그래도 나는 세상사람 모두에게 [토토로]를 강요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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