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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산 칠선계곡 산행
 지리산 칠선계곡 산행 일시 : 1박 2일 ; 99년 8월 28일 (토) -8월 29일 (일) 산행 며칠 전부터 비가 왔기 때문에 일기예보에 귀를 기울였다. 산행날짜인 토요일의 일기예보의 강수 확률은 오전 70%, 오후 40%, 일요일은 30% 이었으므로 2, 3년 전의 지리산 계곡 참사가 생각나 계곡을 거슬러 등산하기에는 약간 내키지 않았지만 동문 두분(44회, 52회)이 케냐산 등산 전초전으로 밀어주기로 하여 강행하기로 했다. 대신 골짜기에서의 고립을 대비하여 비상식량을 충분히 준비했다. 오전 6시 10분 셋이서 승용차로 대전을 출발하여 9시 30분에 남원 인월에 도착하였다. 가 는 날이 장날이라고 말린 고추, 풀로 만든 빗자루 등 한산한 시골이 붐비기 시작한다. 장에 서 튀김 통닭을 산 후 10시 10분에 추성동 마을에 도착하니 햇빛이 들기 시작하고 비는 올 것 같지 않다. 낯익은 길이 아니기에 다시 추성 본동으로 되돌아와 등산을 시작 하였다. 10시 30분 용소를 본 후 계곡을 내려와 두지동 마을로 향했다. 첫 번째 고개는 항상 힘들다. 무거워서 더 올라갈 수 있을까? 숨을 가다듬은 후 다시 걸었다. 2년 전 가을 산악회의 천왕봉에서 칠선계곡으로 내려올 때 하산주와 빈대떡을 먹었던 주막집에 들렸지만 수더분한 총각은 보이지 않는다. 옥녀봉, 비선단을 거치고 오후 2시 15분에 점심식사를 한 후 길을 재촉하였다. 신발을 벗고 계곡을 건너니 어떤 곳은 폭우에 씻겨나가 길이 없어졌다. 물이 많아져 대륙폭포는 더욱 힘차게 흘러내린다. 1,400m에 있는 마폭포(삼층폭포)에 도달하니 오후 6시 30분이 되었다. 산죽 밭을 지나고 계속 걸어도 천왕봉은 보이지 않는다. 지금 1,600m 높이 쯤에나 왔을 까? 7시 반이 되니 어두어져서 랜턴을 켰다. 소나무 향이 느껴진다. 산악회장님(44회)은 깜깜한 어둠속에서 불이 없어도 앞서 잘도 간다. 잠깐 쉬어 가자고 부르면 100m 앞 어느선가 대답이 들린다. "그래 쉬어가자." 저녁 8시 55분 드디어 능선전의 철 계단에 도착하였다. 108 번뇌 시름을 잊고 계단 끝에 도달하니 한 그루의 소나무가 무주공산을 지키며 우릴 반긴다. 툭 트인 어둠 속에 별자리가 가득하다. 천왕봉 능선에 도착하니, 보름달이 이마 위로 얹혀 온다. 좌우로 암릉의 실루엣이 펼쳐져 지리산을 지나고 설악산을 지나 백두대간의 끝에 있을 옛날 고구려의 산성으로 다가온다. 지난번 집안에서 오호분 벽화를 몰래 촬영하다 고분 관리원에게 들켜 켐코더를 뺏길 뻔 했던 일이 생각난다. 고분내부에 습기로 인하여 물기가 흘러내려 벽화들이 녹아 내리고 있 어 지워지는 것은 시간 문제인 것 같았다. 동료들의 묵시적 동의를 얻고 가방에서 켐코더를 앞만 슬쩍 들어 찍다 그만... 교포 가이드의 통사정으로 테이프를 지우기로 하고 겨우 마무리 되었는데 조금 남겨둔 후 지운 부분을 그들에게 확인시켜 주려다가 그만 너무 많이 rewind해 속이 드러나고 말았다. 다시 지우고 또 rewind, 이번에도 실수! 더욱 노발대발하 는 두 여성 관리원들을 무마하는데 애를 먹었다. 시간은 시간대로 지나가고 금방 끝날 듯 하면서도 끝나지 않아 일행 및 우리 애 들에게 얼마나 미안했던지... 후덕하게 생긴 한 아주 머니 관리원이 OK하였음에도 심술보가 얼굴 가득한 다른 담당자가 마지막에 재를 뿌리는 바람에 결국에는 전부 삭제 당하고 말았다. 최인호의 '왕도의 비밀' 촬영을 비밀스럽게 했 던 모양인지 그들의 신경이 모두 곤두선 것 같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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