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영화팬이라고 부를 수 있는 우리 관객을 200만 명쯤,  입소문을 듣고서야 움직이는 관객을 100만 명쯤, 매스컴의 호들갑으로 움직이는 관객을 200만 명쯤으로 잡는다.  영화팬 관객이란 한 달에 서너 편쯤을 안 보면 괜히 엉덩이가 간지러운 사람, 입소문 관객은 영화를 좋아하긴 하는데 좀 바빠서 한 달에 한 편쯤 보는 사람, 매스컴 관객은 영화를 좋아하긴 하는데 영화관까지 찾아갈 맘은 별로 없는 사람.  짐작컨대 이들이 영화를 보는 눈높이를 ‘삶의 숙성’만을 기준으로, Co 아래가 70%쯤, C+ 20%쯤,  Bo 5%쯤,  B+ 3%쯤, Ao 2%쯤, A+ 1%쯤으로 본다.  그래서 200만 명을 넘어섰다고 해 봐야 영화는 대체로 Co영화이고, 500만 명을 넘어서는 영화는 C+쯤 이면서도 그 어떤 히트 포인트이나 세상 분위기에 따른 행운이 있어주어야 한다.  Bo를 넘어서면 오히려 관객이 줄어든다.( 히트 친다고 해도 100만 명쯤이다. )  B+영화가 대중적으로 히트 치는 경우가 드물다.( [살인의 추억]나 [라디오 스타]가 이쯤 된다고 생각한다. )  A급 영화가 대중적으로 히트치는 경우는 거의 보지 못했다.( 이창동의 [오아시스]가 100만 명을 넘어섰으니 그나마 대중에게 히트쳤다고 할 수도 있겠다.  그마저도 아마 그 앞의 영화 [박하사탕]이 지식인들 사이에 워낙 자자한 입소문을 탔기 때문이 아닐까 짐작한다. )

그래서 난 이런 정도의 영화가 300만명을 넘어서면 안 되고, 여기에 매스컴의 호들갑 그리고 우리 영화의 침체위기돌파를 위한 '애국심'을 감안한다고 하더라도 관객 500만명을 넘어서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  이런 정도의 영화가 300만명을 넘어서거나 500만명을 넘어서면, 돈이 엄청 들어가는 영화제작에 영화투자가들이 말초적인 대중재미가 되는 영화에만 투자하게 되고, 삶의 숙성이 깊은 영화를 거들떠보지도 않거나 멸시하기까지 하게 되는 풍토가 퍼지게 되어, 우리나라 문화적 숙성에 구멍 송송 무릎 삐걱하는 광우병 다우너로 빠지게 된다.  그래서 그 병이 전염병으로 변하여 우리나라 문화가 전반적으로 유치찬란의 수렁으로 빠져들고 오락영화에마저도 전염하게 되어, 예술영화 뿐만 아니라 오락영화까지 동반추락하게 될 것이다.  그래서 난 500만 명을 넘긴 우리나라영화 중에서 [웰컴 투 동막골] · [살인의 추억] · [괴물] · [타짜] · [말아톤] · [친구] 말고는 별로 탐탁하게 여기지 않는다.( [추격자]는 아직 보지 못했다. )

* Bo이상의 영화에 많은 관심을 가져주길 바랍니다.

제가 이렇게 영화이야기를 하는 중요한 이유 중에 하나가, 우리나라에서 Bo영화에 500만 명쯤 그리고 B+영화에 300만 명쯤이 모여드는 일이 일 년에 5번에서 10번쯤 나타나는 세상이 되면 좋겠다는 희망입니다.( Ao영화에 200만 명 그리고 A+영화에 100만 명쯤이 모여드는 일이 일 년에 3번에서 5번쯤 나타나는 세상이 되면 좋겠다는 희망도 있기는 하지만, 우리나라의 문화적 풍토로 보아 ‘지나친 욕심’이라고 생각이 듭니다. )  이에 덧붙이자면 20대 전후의 청춘 남녀들뿐만 아니라 30대 40대 중년 나아가서 50대 60대 장년들도 골고루 Bo이상의 영화에 많은 관심을 가져주길 바랍니다.  이런 세상이 되면, 우리나라도 지금보다 훨씬 덜 천박한 세상이 되고 ‘사람 사는 세상’에 많이 가까이 갈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니까 제 영화이야기는 제 나름의 사회운동이고 사회봉사이기도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