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워싱턴의 윤승한 소식
이제 자식과 헤어지던 순간의 애틋했던 감상으로부터 평상심을 거의 회복하였습니다. 자식놈도 자기 생활여건에 맞춰 자리를 잡아가는지 그새 제법 의젓해져 있습니다. 우리가 이렇게 안정감을 찾아가는 이면에는 인터넷의 도움이 큽니다. 사나흘 전부터 전용 인터넷회선을 확보한 작은 아들은 채팅을 하자며 새벽 2시, 3시에 우리에게 전화를 하여 깨워댑니다. 우리는 화상전화기를 이용하는 것이 가능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기에 장비를 구입해서 보내려고 합니다. 어쨋든 공연한 사적인 감상을 여기에 실어 친구들로부터 실없는 놈이라는 소리를 듣게 생겼으나 할말 없습니다. 자식놈을 캐나다에 있는 학교에 등록시키기 전에 워싱턴에 있는 윤승한이와 사전에 연락이 되어 우리 3가족은 우선 워싱턴으로 날아갔습니다. 금융감독원에 근무하다가 World Bank의 공시 및 회계담당 조사관으로 파견나가 있는 승한이는 오는 11월 귀국을 앞두고 연차휴가중이었습니다. 이민가방 2개에 커다란 트렁크를 끌고 나타난 우리를 마중하기 위해 승한이가 워싱턴의 Dulles 공항에 나타났습니다. 그리고는 바로 골프장으로 안내하더군요. 비행기 도착 3시간 뒤에 우리 두 부부는 필드에서 티샷을 날리기 시작했습니다. 승한이 공 잘 치더군요. 무엇을 하든 끝장을 보는 성미인 승한이는 확실한 싱글 골퍼가 되어 있었습니다. 백티에서 치는데도 말입니다. 어쨋든 우리 가족은 승한이네 집 4층 Guest Room에 짐을 풀고 3박4일간을 풀코스로 대접받았습니다. 그간 애써준 승한이 마누라에게 이 란을 빌어 고마운 마음을 전합니다. 둘쨋날, 내 마누라는 골프에 취미가 별로 없어서 승한이 마누라랑 아울렛매장을 쫓아 다니며 쇼핑을 하고, 나는 승한이랑 게티즈버그에 인접한 필라델피아 골프장에서 36홀을 돌았습니다. 숲속에 배치한 18홀 코스와, 잡풀이 무성한 벌판에 배치한 Links 코스는 도전적이고 아름다웠습니다. 우리동기 이재원이의 형이며, 미국대사관의 상무관으로 있는 19회 재훈이 형이랑 멤버를 짰더군요. 우리는 아침과 점심을 빵쪼가리로 싼 핫도그 한개씩만 먹어가며 36홀을 돌았습니다. 그 동네 주민이라면 우리돈으로 2만원에서 4만원이면 칠수 있는 골프장은 휴일인데도 불구하고 텅텅 비어 있었습니다. 그 이유는 12세 미만의 자식을 둔 젊은 부모는 휴일날 가족을 두고 골프를 못가는 것이 미국이나 캐나다의 사회풍토이기 때문입니다. 미국의 가장들에게는 주말이면 가사를 돌보고 애들과 놀아주는 일이 필수적인 일과였습니다. 나는 생업과 관련된 교제를 한답시고 밤에는 술마시고, 주말이면 골프장으로 나돌아 다니느라 애들에게 관심을 못가졌던 생활을 많이 반성했습니다. 내가 못 돌본 자식을 마누라에게 학원비나 쥐어 줘 공부시켰으면서도, 애가 잘못 크고 있는 것을 볼 때마다 교육환경을 탓하고 선생님 탓이나 했던 스스로가 부끄러워집니다. 우리 애도 예외는 아니지만, 요즘 해외유학 붐은 국내에서 교육시킬 자신이 없는 자식들을 외국에 내 보내서 해결해 보겠다는 안이한 발상에서 출발한 사례가 많습니다. 한국에서도 공부가 안되는 애들이 잘 알지도 못하는 영어로 공부 잘한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라서, 유학간 놈들중 상당수가 못쓰게 되는 모양입니다. 애버리고, 귀한 외화 낭비하고 나중에 크게 후회할 일이지요. 나도 그러한 점은 조심하면서, 외국공부시키는 장점을 최대한 얻어 볼 욕심인데 잘 될른지 모르겠습니다. 어쨋든 애에게 더 많은 애정과 관심을 보이면서 같이 고민을 해 봐야겠지요. 우리 동기들 모두가 그러하긴 하지만 윤승한이는 정말 뛰어난 친구입니다. 이미 <증권거래법 강의>, <자산유동화실무>라는 2권의 책을 쓴 승한이는 지금 <미국증권거래법 해설>을 쓰고 있었습니다. 그는 매번 전문적인 분야를 700페이지 내외로 방대하게 써냅니다. 내가 증권회사에 다녀서 알지만 사계에서 그가 쓴 책은 하나의 바이블입니다. 교수나 연구원이 아닌 샐러리맨이 근무외 시간에 그러한 작업을 해 내는 것을 보면 불가사의합니다. 윤승한은 금융감독원 근무시절의 실무처리 능력도 매우 탁월했습니다. 몇년전 코스닥 시장에 연간 100여개의 기업들이 무더기로 상장되던 시절 대부분의 기업이 그의 손으로 심사되었습니다. 그가 그 업무를 그만 두자 증권회사의 업무종사원들은 업무처리가 답답해졌다고 호소하더군요. 요즘 누구나 이용하고 있는 금융감독원의 전자공시체계도 그의 손을 거쳐 태어 났습니다. 우리의 친구들 가운데 나라살림을 제대로 해낼 수 있는 재목들이 더 크도록 잘 보살펴주는 것도 우리 동기들의 숙제라고 생각됩니다. 오는 11월 승한이 귀국 때 소주한잔 같이 할 친구들 미리 연락합시다. 김태룡 |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