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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프모임 스케치
나는 두어달 전 아무생각 없이 광주.서울 친구들이 무안CC에서 만나 일합을 겨뤄보자고 제안했다. 그리고는 죄없는 총무 손호상이를 엄청 고생시킨 덕분에 우리들은 지난 토요일에 출정할 수 있었다. 서울측 참가자는 신희석,최명규,오종건,김태룡,민동곤,배민영,강주완,조명규 내외,오종건,이영규,범희변,정경연,곽수만,김홍업,신재형,김학용이었고, 광주에서는 이근욱 내외,유필열,강행안,김기세, 최철훈, 오행수, 노동규, 김진영이 참가했다. 무안 컨트리 클럽의 예약 및 여행주선 사업을 도와주고 있는 박형운이가 물심양면으로 진행을 도왔다. 형운이가 큰 수고를 해서 대회 진행이 원만하고 수월했다. 무안골프장 주인 최철훈이는 왼팔에 엘보가 있어 거의 못쓰기 때문에 골프를 해서는 안될 형편인데도 용감하게 이틀간이나 출정을 해 주었다. 무안CC는 현재 36홀이 완공되어 있고 18홀의 신규공사가 진행중이다. 계속하여 공사를 진행해서 108홀 정도의 규모를 갖출 예정이라고 한다. 모두 완공되면 우리나라는 물론 세계적으로도 이름난 골프리조트가 될 것이다. 철훈이네 식구들의 경영철학은 참 독특하다. 기본적으로 자기네가 잘 모르는 일은 남이 돈번다고 해서 쉽사리 뛰어 들지 않는다. 호남 지역에서 가장 오래된 건설회사인 남화토건을 운영해 왔으면서도 아파트 분양사업에는 끝끝내 손을 대지 않은 걸 보면 안다. 그리고 빌린 돈으로 사업하지 않는다. 골프장도 돈 벌리는 대로 지속적으로 증설을 해 나갈 계획이라고 한다. 또 하나의 특징은 오우너 일가의 검박함을 들 수 있다. 철훈이는 웬만한 손님하고는 5천원짜리 백반을 먹고, 술도 소주만 고집한다. 그날 골프장에 스쿠터에 작업복을 입고 나타난 철훈이 큰형 최재훈 사장의 한결같은 농투산이 같은 차림도 그렇다. 그런 철학은 골프장의 설계와 운영에도 고스란히 배어 있다. 최대한 저렴하게 조성된 코스에는 소위 치장이란 것이 없다. 비싼 나무도 없고 큰 돈이 들어간 장식품도 없다. 클럽하우스나 그늘집도 좀 심하게 말하면 시골버스정류장의 슈퍼나 장터국밥집 분위기다. 대신 그린피를 다른 퍼블릭 골프장의 3분지 2밖에 안받는다. 말하자면 고객의 주머니를 배려하는 경영철학인 셈이다. 여기서 더 쓰면 내가 철훈이네 홍보부장인 것 같아 일절만 하기로 하자. 토요일 내 앞조에서는 오종건이가 곽수만,신재형, 그리고 정경연이를 거느리고(?) 한수 지도를 즐기고(?) 있었다. 오종건이의 전반홀 스코어는 무려 33타, 그리고 나머지 선수는 55타 수준이었다. 그런데 후반홀에 앞팀에서 내기를 한다고 했다. 어안이 벙벙했다. 어떻게 내기가 성립되지? 더욱 알수 없는 일은 숏홀에서 그린에 올라간 볼 둘을 놓고 종건이가 깃대로 재고 있는 사태였다. 저건 또 뭔일이냐? 심상치 않은 분위기가 감지되었다. 회식자리에서 흘러 나온 얘기에 따르면 니어핀 내기에서 곽수만과 오종건이 깃발로 쟀는데도 비긴 게임이 되었는데, 그 다음홀부터 곽수만이 오종건더러 홀당 한점씩 까고 시합을 하자고 도전했다고 한다. 결과는? 오종건 후반홀 스코어 43점, 나머지는 묻지 말라. 저녁 회식은 무안 읍내의 한식당에서 벌어졌다. 홍어삼합, 양파먹인 쇠고기 육회를 비롯해서 전라도 음식이 쩍 벌어진 상차림. 거기에 광주친구들(배순기,고경주,조운식,이근욱)이 합세해 주어 자리의 흥이 도도해 간다. 배순기는 똥꼬에 괴변이 생겨 우거지상을 한채 소주 한잔 못마시고, 좌중의 분위기에 취해 웃다가도 후장의 고통을 호소하며 오만상이 찌그러진다. 그 몸으로 친구들 접대를 나오다니. 참으로 두터운 배꼭지의 우정에 어찌 숙연해지지 않으리. 정경연이는 일찌감치 술이 좀 간 것 같더니 근욱이 마누라더러 형수라고 하면서 손등에 뽀뽀를 해댄다. 친구 부인이 형수냐, 제수냐에 대해서 조운식의 해석이 분분한 가운데 모두들 형수라고 불러대는데 기가 막힐 노릇이다. 왜 형수라고 부르는 걸 좋아하냐고? 곽수만이에게 전화해서 물어봐라. 밤이 되자 게스트하우스에서는 팬티런닝만 걸친 채 또 한판의 술판이 어우러진다. 하지만 나는 내 습관대로 10시 남짓해서 잠들었으므로 나머지는 기억에 없다. 구전에 따르면 신재형이가 그 큰 목소리로 노가리를 심하게 까는 바람에 잠 못잔 놈 많았다고 한다. 일요일에는 광주에서 선수들이 합세해 와서 일곱팀이 일전을 겨루었다. 조명규댁은 85점을 쳤다. 이날은 캐디가 우겨서 레이디 티에서 쳤지만 레귤러티에서 쳐도 큰 차이가 나지 않는 실력이다. 점심 무렵에는 이천희 총무와 최동렬 동문이 우정출연하여 자리를 빛내주었다. 마침내 회식자리에서 재경,재광 팀들이 연간 2회씩 정기전을 갖기로 결의했다. 중간고사가 끝난 주말 이틀을 잡아 남녀 모두 참여하되 실력대결을 벌여 100만원 내기를 하자는 의안이 채택되었다. 추진 간사로는 서울의 배민영, 광주의 강행안이 결정되었다. 올 가을부터는 무안CC에서는 미국팀과 유럽팀이 겨루는 라이더컵 대회 못지 않게 불꽃 튀는 결투가 벌어질 것이다. 최철훈이는 50팀이 오더라도 받아줄 테니 해 보자는 거다. 칻들 잘 갈아 두기 바란다. 그리고 가을대회에 나가기 전에 예선전도 해 보자꾸나. 이만 스케치북을 닫는다.  배민영: 골프모임 끝나고 소맥으로 회포를 푸는 자리에서 재경-재광 골프자존심 한판 대결을 정기적으로 하기로 했음.실력 향상에 최선을 다하도록 부탁드립니다. 방식은 참가자 거의 전원의 종합성적으로 할까합니다. -[06/09-18:32]- 서경석: 여어 친구들 오랜만에 많이들 모이셨구먼. 재경, 재광이 아닌 재英은 안 들여 주남? 태룡아, 희석아, 명규야, 종권아, 민영아 맨날 바쁘긴 하다만 틈나는 대로 칼을 갈고 있으니 나중에 보자. 골프의 원조 영국 편을 보여주마..... -[06/13-16:1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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