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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국이, 고마운 상국이!
나는 함평월야중학교를 나왔습니다. 민주당 대변인 유종필, 육군대령 나성후, 세무사하는 곽수만이 동기입니다. 며칠 전 갑자기 광주 유학시절의 애잔한 추억을 되살릴 일이 생겼습니다. 아래 글은 중학교 동기들 카페에 올린 것을 옮겼습니다. 개인적인 이야기이지만 우리들의 이야기이도 하지 않은가 생각해서 여기에 싣습니다. ==================================================================================== 그저께인가, 이성환이에게서 김호중이 아버님이 별세하셨다는 문자메시지가 들어와 있었다. 호중이 본지는 참 오래되었지만 문장 시장통에서 같이 자라던 정이 있는지라, 부의금이라도 대납시키려고 성환이에게 전화를 걸었다. 그런데 마침 정상국이랑 조문가려고 같이 있다는 것이다. "정상국" 잊을 수 없는 이름이다. 내 인생에 가장 어려운 시기에 나를 말없이 감싸주었던 아름다운 사람이다. 하지만 못 만난지가 어언 30년이 다 되어 간다. 그간 서로 찾아보지 못했던 회한과 어떤 그리움 같은 것이 밀려든다. 전화를 바꾸라고 했다. "상국아, 나 김태룡. 고등학교 다닐 적에 지산동 네 자췻방에서 두어달간 무전취식하던 그 김태룡이다." "그래, 태룡아. 그간 잘 있었냐? 우리가 지산동 문병란 선생댁 바로 앞에서 산 적이 있구나." "그간 서로 너무 무심했었구나. 내가 참 미안하다. 네가 선생님한다는 이야기는 들었는데 지금은 어디 있냐?" "나는 송원대학교에서 철도부설 관련 토목학을 가르친다. 네 고등학교 동기 문훈영이랑도 친하게 지낸다." 이야기를 몇마디 더 나누고 조만간 다시 보자고 했지만 가슴에 무엇이 차고 올라와 서둘러 전화를 끊었다. 내가 고등학교를 들어가던 1972년 무렵부터 문장에서 장사를 하시던 아버지에게는 불운이 찾아 오기 시작했었다. 고구마를 팔러 서울로 가신 후 사기를 당해 트럭 한대분을 날리는가 하면, 여동생이 뇌척수막염에 걸려 전남대 병원에서 오랫동안 입원 치료를 받았다. 자식이 여섯이니 돈 들어가는 데는 많은데 별 자본없이 장따라 다니며 닥치는대로 장사를 하여 먹고 살던 우리집 가계는 작은 충격을 이기지 못하고 순식간에 기울었다. 장남을 일고에 보낸 부모님, 특히 우리 엄니에게는 내가 유일한 희망이었다. 그 무렵에는 잔디씨를 사다가 팔면 이문이 제일 크게 남았다. 어머니는 목구멍에 물 한모금 넘길 기력이 쇠잔할 때까지 잔디씨를 사러 산골마을을 훑으며 다니셨었다. 점심을 걸러 가면서 발품을 파시는 어머니에게는 오직 큰놈을 성공시키겠다는 일념 뿐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에게 송금할 수 있는 돈은 학비하고 한달 먹을 양식, 그리고 버스비가 전부였다. 일학년 때는 종고모 집에서 중3인 그집 아들을 돌봐 주며 얹혀 살았었는데, 그 애가 일고에 합격하고 내가 2학년에 진학하면서 나는 그집에서 나오게 되었다. 아버지는 자취방을 얻어 줄 돈이 없으신 것 같았다. 숙식 문제에 대한 아무 말씀이 없으셨다. 그렇다고 뗑깡을 부릴 일도 아니고, 학교를 그만 둘 일도 아니었다. 우선 고1때 친하게 지내는 애들 중에서 시골에서 유학을 와서 자취를 하는 집으로 들어 갔다. 물론 사전에 양해는 구했지만 그 집에서 지내며 학교를 다니다가 더 이상 민폐를 끼치기 어려운 상황이 오면 다른 곳을 물색해서 이사를 갔다. 이삿짐이라고 해 봐야, 학생 가방 3개가 전부였다. 책 두가방하고, 교련복과 체육복 그리고 속옷 두어벌을 다른 가방에 담으면 언제든 이동할 수 있었다. 그렇게 해서 남의 둥지 속에 들어가 밥하고 김치 얻어 먹으면서 민폐를 끼친 친구가 대략 6-7명쯤 된다. 상국이와 정남진이가 졸지에 나로부터 피해를 입은 중학 동창들이다. 나는 상국이가 나를 따뜻하게 대해주었던 기억이 아직도 가슴에 오롯이 남아 있다. 평소에 말이 없고 빙긋이 잘 웃던 상국이 집에서 나와야겠다고 생각해서 어렵게 찾아낸 또다른 친구집은 월산동 꼭대기에 있었다. 이번에는 이삿짐이 불었다. 상국이 집에서는 부실하지만 의자가 붙은 책상을 하나 장만했었다. 이웃에 있던 가게에 가서 잠깐 리어카를 빌렸다. 마침 이사하는 날이 크리스마스 이브 무렵이었다. 이삿짐을 싣고 리어카로 충장로를 지날 때 캐롤송이 흘러 넘쳤다. 나는 함박눈을 맞으며, 리어카를 끌며, 캐롤송을 따라서 불렀다. "기쁘다 구주 오셨네. 만백성 맞으라." "질글벨, 징글벨, 징글 올드벨~~~" 사춘기가 한창이던 고등학교 2학년 짜리 가슴에 무언가가 맺히지 않은 것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눈물을 흘리지도 않았었다. 그 때 나는 사정이 절실했었다. 시시한 눈물이 나올 자리가 없었다. 서둘러서 짐을 내리고 다시 지산동까지 리어카를 반납하러 가려면 종종걸음으로 내달려야 했다. 그리고 내일 부터 살아갈 일이 답답했다. 새로 이사간 친구 자췻방에 내짐을 우겨 넣고 나서 밥때가 되어 친구 숫가락과 밥그릇으로 밥을 먹어야 한다는 것은 보통 머리 무거운 일이 아니었다. 그 상황에 좀 적응이 되려면 열흘이나 보름이 지나야 하는데 그 때 쯤이면 이제 내가 그 친구에게 장난이 아닌 짐이 되게 된다. 적응이 될 만하면 나가서 살 자리를 찾아 봐야 하는 상황이 찾아 온다. 결국은 그 친구가 내게 어떤 식으로 눈치를 주는가에 따라 옮겨갈 시기를 정할 수 밖에 없었다. 상국이는 나를 가장 편하게 해준 친구중의 하나였다. 고3이 되어 학교에서는 교실 4개를 터서 24시간 공부방으로 쓰게 해 주었다. 그 사건은 정말 하늘이 보내준 복음이었다. 카시미론 이불 한장이면 1년을 자면서 공부할 수 있는 거처가 생긴 것이다. 물론 다른 애들은 집에서 쉬다오고, 부모가 밥해 오고 하지만 나는 이제 먹는 곳과 빨래 하는 것만 해결하면 되니까 살판 나게 된 것이다. 가장 싼 값으로 대놓고 밥을 먹을 집을 찾아냈다. 누가 소개를 했는지 모르지만 그 집은 대인동 창녀촌 안에 있는 식당이었다. 일본 불교의 하나인 "南妙好郞敎"를 믿는 그 집 다락에서는 항상 진한 향냄새가 배어나왔다. 애초부터 나는 서울로 대학교를 갈 수가 없다는 조건으로 고등학교를 다녔기에 해양대학 진학은 내게 최선의 선택이었다. 내가 해양대학에 들어간 해인 1976년 4월 아버지는 파산하셨다. 아버지는 빚장이를 전원 집합시킨 후, 가지고 있는 전재산을 빚장이에게 넘기는 절차를 정식으로 밟으셨다. 애들이 야반도주한 아무개 자식이라는 이야기를 듣게 하고 싶지 않으셨다는 것이다. 빚장이들이 넘겨준 쌀 두가마니가 애들 여섯을 둔 마흔 다섯살 우리 아버지의 전 재산이었다. 그것은 서울에서 자리를 잡을 수 있는 마지막 종자돈이었다. 우리 가족은 그 역경을 딛고 잘 살아 남았다. 잘 자라난 우리 형제들이 어느새 중견 사회인이 되어 나름대로 제 몫을 다해내고 있다. 이제부터는 어려운 가운데 남의 도움으로 자라난 우리가 세상을 위해 무언가를 돌려 주기 위해 애를 써야 할 참이다. 상국이에게 다시 한번 감사한다. 이제 머지 않아 그를 만나 보듬고 막걸리 잔을 나누고 싶다.  김인배: 흠,,,,, 짐작은 했네만... 고생이 많았네...그나,, 그런 상항에서도 용두동 골목집에서 얼굴 한번 찡그리지 않고 반겨주시던 어머니, 아버님이 눈에 선~하구먼... 이제는 그저 건강하게 끝까지 우리를 지켜 주셨으면 하는 바램이네... 다른 것은 몰라도 자네 부모님 이야기인지라 반가움과 미안함에 꼬리를 잡아보네... -[01/19-08:0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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