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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꽃처럼 나비처럼] 수애의 고군분투, 나머진 별 볼 일 없다.
 조선 왕실의 권력다툼에서 우리 입에 가장 자주 오르내리는 여인은, 장녹수 장희빈 정난정 민비이다. TV드라마에서 민비로 내 기억에 선연하게 남아 있는 사람은, 80시절 김영애 · 90시절 김희애 · 00시절 이미연과 최명길이다. [명성황후]에서 최명길이 일본 자객에게 호통을 치며 장렬하게 죽어가는 모습은 처절하고 강렬했다. 조수미의 ‘나 가거든’이라는 노래의 뮤직비디오에서 이미연의 죽음은 애절하고 침통했다. 이 처절하고 애절함이 너무나 인상적이어서, 이번 이 영화에서 어떻게 그려질까 궁금하기도 했고, 좋아하는 배우 수애와 조승우의 모습도 보고 싶었다. 감독을 그리 신뢰하지 못하던 터에, 이 영화에 평판까지 별로 좋지 않아서 이 영화를 볼까 말까 망설였지만, 그 장면에 궁금증과 두 배우에 갈증이 받쳐 올라서 실망감을 무릅쓰고 보기로 했다.  <예고편> http://movie.daum.net/moviedetail/moviedetailVideoView.do?movieId=41469&videoId=25249 조승우가 민비를 가로막으며 일본 자객 앞에 죽어가고 마침내 민비까지 고아하게 하얀 비단옷에 핏빛 낭자하게 죽어가는 장면이 장렬해 보이기는 하였지만, 최명길과 이미연의 장면에 비하면 좀 어색하게 작위적으로 보여서, 그 처절함과 애절함이 많이 약했다. 그런데 그게 단지 이 장면의 어색함 때문만은 아닌 것 같다. 이 영화의 거의 모든 것이 전반적으로 어색하고 작위적이다. 팩트와 픽션을 뒤섞어서 스토리로 엮어가는 흐름도 매끄럽지 못하고, 조승우와 수애의 만남부터 사랑을 이루어 가는 과정도 억지스럽고, 액션 장면을 비롯한 갖가지 컴퓨터그래픽 기법에 인공적인 꾸밈새가 생경하도록 힘이 잔뜩 들어가서 싸구려 색감과 질감으로 가득하다. 초장부터 이미 난, 영화 안으로 빨려들지 못하고, 영화 밖으로 빠져 나갔다. 황진이가 없었던 영화[황진이]가 단박에 떠올랐다.  영화 밖에서, 난 영화를 관찰하고 있었다. “조승우, 무던히도 꾀죄죄하게 나오네! 바다를 향해 간다며, 도도하게 흐르는 강물을 타고 가는 게 아니라 개울물이 고여든 연방죽이나 늪지대에서 오리유람선으로 시간 죽이는 분위기다. 조선시대에 왕비간택을 코앞에 둔 여자가, 바닷가 백사장의 사춘기 청춘남녀 물장난이라니, 쩝쩝. 역량이 딸리니, 상상력도 제자리만 뱅뱅 돌고 있다. 의상의 색감과 맵시에 신경을 많이 쓰긴 썼지만, 서민 옷은 잘 잡았는데, 궁실 옷은 괜한 뻥을 쳐서 눈이 불편했다. 왕비상궁의 눈빛이 너무 음산하지 않나? 일본 총독, 아예 나쁜 놈이라고 작심한 듯이 무지하게 고약스럽다. 대원군과 고종은 왜 저 모양이야? 액션을 멋있게 만들어보려고 나름대론 무지 애를 많이 썼구나! 사랑과 액션에 시간을 지나치게 몰아주다가 나머지 스토리를 자연스럽게 끌고 갈 여유를 잃어버렸다. 꾀죄죄하면서도 멋진 척하던 조승우가 뒷부분에선 그나마 그의 연기력을 발휘해 내는구나!” 이렇게 주절주절 콩이야 팥이야 영화를 찍고 발랐다. 조승우마저 제대로 받쳐주지 못한 채, 수애의 고군분투가 단연 도드라진다. 마치 이소룡 영화에서 나머진 다 후진데, 이소룡 혼자서 빼어나게 발군하는 것처럼.( 이소룡만큼 세계적으로 독보적이라고 할 순 없겠지만. ) 화장이 지나쳐서 그녀의 단아한 아름다움을 해치는 장면이 없진 않았지만, 그녀의 연기도 좋았고 그 단아한 모습이 민비에게 잘 스며들어서 지금까지 만난 민비들 중에서 가장 민비다워 보이는 감흥이 있었다. 그녀의 아름다움을 다양하게 만나는 맛에, 영화가 지겹지는 않았다. 그녀가 이 영화에 아깝다기보다는, 추락하는 이 영화를 그녀가 혼자서 끝까지 붙잡아 이끌어가고 있었다. 수애에게 너무 눈이 멀어버린 걸까? [가족]이라는 영화에서, 그녀가 아빠에게 반항하며 집밖으로 나가서 밤하늘을 바라보며 담배를 찐하게 빨아들이는 모습이 뇌리에 선명하게 박혀 있다. 그 장면으로, 그녀를 향한 ‘지나친 보호심리’가 내 가슴에 응어리져 박힌 것 같다. 그녀에겐 관음증이 돋지 않아서 편안하다. 그냥 그대로 바라만 보고 있어도 좋다. 전지현도 관음증이 돋지 않는데, 전지현보다 더 편안하다. 그러나 그런 그녀의 눈망울에 눈물이 고이면 바라보기가 참 힘들다.  대중재미 C+ · 영화기술 C+ · 삶의 숙성 D0. 대원군과 민비 그리고 일본 침략을 이야기할 맘이 없지 않았으나, 이 영화를 보고나선 그럴 맘이 식어 버렸다. 영화를 까다롭게 보는 사람에게는 권하고 싶지 않은 영화이고, 일반 관객에게도 별로 권하고 싶지 않은 영화이다. 다만 수애를 좋아하는 사람은 그녀의 단아한 아름다움을 다양하게 바라보는 재미로 볼만 한 영화라고 할 수 있겠다. 다음엔 좋은 작품 잘 만나서, 그녀의 역량과 아름다움이 제대로 활짝 피어나길 진심으로 기원한다. ***** * 민비라고 불러야 하나? 명성황후라고 불러야 하나? '광주 민주항쟁'을 엉겹결에 '광주 사태'라고 말하다가 때때로 지적받은 적이 있다. '광주 사태'란 말이 입에 붙어서 엉겹결에 나온 잘못이니, 그걸로 비난받을꺼야 없겠지만, 말을 줄여서 '광주 항쟁'이라고 불러버릇해야겠다. 그런데 민비와 명성황후 문제는, 몇 가지 생각할 점이 있다. 내가 이 부분을 전문적으로 연구한 게 아니니, 이 '몇 가지 생각할 점' 자체에 잘못이 있을 수 있다. 잘못된 점이 있으면 지적해 주시기 바랍니다. 1. 대원군과 민비의 권력다툼을 어떻게 해석할 것인가? - 대원군의 섭정이 나라를 위한 것이냐? 개인의 권력욕이냐? 고종의 통치력을 무능하다고 볼 것이냐? 대원군과 민비가 너무 드세어서 감당하지 못했느냐? 설사 대원군이 개인의 권력욕이 너무 강했다거나 성격이 너무 드세었다고 인정한다고 하더라도, 민비가 정치의 전면에 나서는 게 옳느냐 그르냐? 설사 민비의 권력욕이 너무 강했다거나 성격이 너무 드세었다고 인정한다고 하더라도, 민비의 정치행태가 개인의 권력욕이냐 나라를 위한 것이냐? 2. 대원군이 권력을 민비에게 뺏기지 않고 계속 유지하였다면, 우리가 일본의 식민지화를 막을 수 있었을까?( 여기에는 대원군의 쇄국정치가 장기적으로 지속되었을까? 아니면 나중에 부분개국 또는 전면개국을 시도하였을까? 하는 문제가 있다. ) 민비가 죽지 않고 그대로 권력을 유지하였다면, 우리가 일본의 식민지화를 막을 수 있었을까?( 여기에는 민비의 개국정치가 과연 어떤 모습으로 진행되었을까? 하는 문제가 있다. ) 3. 고종의 '대한제국'의 독립선언을, 자발적인 민족독립 선언으로 볼 것이냐? 일본이 조선을 청나라의 굴레에서 벗어나게 해서 조선침략을 수월하게 하기 위한 진행하기 위한 책략에 말려든 것에 지나지 않느냐? 4. 고종황제라는 칭호와 명성황후라는 칭호가, 고종황제가 죽고나서, 일본이 일본왕(=천황)에 의해서 하사한 칭호라는 설이 있으며, 조선 유학자들 입장에서 보면는 제후국이 황제를 칭하고 황후를 칭하는 것은 잘못이라고 보는 경향이 매우 크다는 점이 있다.( 지금 우리 입장에서야 당연한 것 아니야 싶겠지만, 그 당시 조선시대 시대상 자체로 보면 상당히 심각한 문제이다. ) *** 2번 문제는 가설해서 생각하는 문제에 지나지 않지만, 조선말 유학자들 사이에는 민비의 정치를 싫어하는 분위기가 상당히 강렬했다. 그 분들 말로는, "여자가 정치에 끼어든 자체가 잘못이다. 외척의 발호는 조선통치의 중요한 금기 중의 하나였다. ` 민비의 부정부패가 너무 심각했다. ` 민비의 정치는 이러저러한 행태로 보아 개인적 권력욕이다. ` 대원군이 경복궁 건립추진에 상당한 무리함이 있었으나 그 본 뜻은 나라의 위엄을 세우기 위한 것이었다. 설사 욱일승천하는 일본의 국력을 이길 방법은 없다고 하더라도, 대원군처럼 강단진 사람이 나라의 기강을 잡고 군대를 정비하며, 깡다구로 버티는 방법을 썼으면 고통스럽지만 나라를 잃지는 않았을 것이다. 설사 일본에게 침략을 당하여 옥쇄를 당하는 한 있더라도, 대원군을 중심으로 선비과 백성들이 똘똘뭉쳐서 장렬하게 싸우고, 정히 여의치 않으면 망명정부를 강력하게 세워서, 망명정부의 정통성을 굳건하게 내세우며 계속 싸웠어야 했다. 그래야 국력에서 밀려 설사 식민지화를 당했다고 하더라도, 그토록 국가의 자존심이 추락하지 않았을 것이요, 나중에 해방이 된 뒤에도 친일파가 그토록 설치도록 방치하지 않을 수 있었다."쯤으로 요약된다. 이런 관점에 선 조선 말 의로운 선비나 일제시대 지식인은 나라를 잃은 의분때문에 민비와 고종을 비난했고, 비겁한 선비나 일제시대 지식인은 자기의 비겁함이나 양심의 가책을 합리화하기 위하여 민비와 고종을 비난했다. 의로운 쪽과 비겁한 쪽 양쪽에서 모두 비난의 대상이 된 것이다. 사실인지 아닌지 확인할 수 없는 '민비에 관한 험담'이 낯뜨거울 정도이다. 그래서 '민비'라는 칭호가 일본이 민비를 내리깔아서 한 말이 그대로 이어져서인지, 위의 관점에 젖은 사람들이 스스로 미워서 민비라고 부르는 게 되었지는 알 수 없지만, 최근에 [명성황후]라는 드라마나 뮤지컬이 나타나기 이전에는 '민비'라는 칭호가 일반적이었다. 요즘에는 민비에 비난보다는 명성황후에 찬양이 대세를 이루고 있다. 그래서 나도 민비라고 해야 하나 명성황후라고 해야 하나 좀 헷갈리지만, 난 개인적으로 '민비의 정치 노선과 스텝'을 별로 탐탁해 하지 않는다. 그렇다고 내가 위에서 쓴 글에서 '민비'라는 칭호에 비난어린 감정을 넣어서 쓴 게 아니고, 일반적으로 널리 그렇게 부르던 것에 익숙해서 '민비'라고 불렀을 따름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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