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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날" 살아남은 자의 슬픔....5.18, 윤한봉, 김남주...
고 윤한봉 열사가 귀국하던 김포공항 입국장... 속없는 기자들이 참 의미없는 질문을 던졌다. "귀국 소감이?" 윤한봉 "죄송합니다." 기자들 "네???......." "살아남아서 죄송합니다." 그 날 윤한봉은 고 김남주 시인의 목동아파트에서 잠을 한숨도 자지 못했다. 5분이 멀다하고 아파트 베란다에 나가 담배를 피워물며..."허어, 참....남주가 아파트에 살고....허어 참...." 오래된 레코드판처럼 그말만 되뇌었다. 그 아파트는 김남주 시인의 동지이자 아내인 박광숙이 교사였던 덕에 운좋게 분양받은 아파트였다. 그 날 윤한봉 열사의 독백을 찬찬히 지켜본 내 느낌은, '남주 버렸다.'는 것 같았다. "혁명은 뭐하러 합니까? 다 인간답게 살자고 하는 것 아니겠습니까?" 이따위 찔벅거림은 그날 윤한봉에게는 다 개소리였다. "살아남은 자의 슬픔"은 윤한봉에게만 있는 게 아니었다. 그것은 트라우마처럼 5.18을 겪은 모든 광주시민에게 있었다.김남주 시인이 먼저 죽었다. 강북삼성병원에서 췌장암으로... 암투병 마지막 순간 평생 동지 이강에게 그는 소리쳤다. "이 *할 놈아, 제발 나를 그냥 콱 죽여달란 마다." 혁명 열사도 육신의 고통 앞에서 그렇게 무너졌다. 그 날 나는 그의 조사 기사를 쓸 수 없었다. 후배 기자에게 사정을 얘기하고...대신 쓰게 하고...하루 종일 눈물이 났다. 김남주 장례식 마지막 날...93년 2월 하순..새벽 6시까지 술을 들이켰다. 항공모함같은 내 신발은 누군가가 신고 가버렸다. 맨발로 서소문 중앙일보 건물까지 걸었다. 얼어붙은 겨울 도로가 시렸다. 그해 5.18을 앞두고 "내가 고마 그만했으면 하니 더 이상 5.18가지고 떠들지 말라."는 내용의 YS 담화가 나왔다. 그것을 유의미하게 쓰라는 데스크의 지시를 받잡고...위에 따옴표한 내용을 넣어 "유의미하게 빨아줬다." 그날 저녁 폭음을 했다. 그 데스크 왈 "그래도 네가 썼으니 그만한 꼬장이라도 부리지..." ...."* 빨아라. 이 19-1놈아." 하고 악을 썼다. 그러다가 엉엉 울었다. 윤한봉도 떠나갔다. 그해 여름 선암사에서 한봉형의 극락왕생을 빌었다. 다리가 불편한 가냘픈 형수가 향을 올리는 모습이 아직도 눈에 선하다. 작년 한봉이형 제삿날...골프를 쳤다. 한봉이 형과 친한 후배들과 한봉이 형 여동생 이렇게 넷이서..."오빠 보낸 여동생이... 그 심난한 날...오빠가 좋아하던 후배들 셋을 불러 골프를 친 것이다. 한여름 날씨는 기가 막히게 좋았고, 해남 파인비치는 아름다왔다. 그 날 제사에 나는 가지 않았다. 2007년, 5.18 백일장 장원 '그 날'을 읽는 순간 나는 얼어 붙어버렸다. 눈물이 주루룩 흘렀다. "살아남은 자의 슬픔"을, 극한 상황에서 우리 인간의 마음을...그 이기적인 떨림을... 이보다 더 적절하게 표현할 수 있을까? 그것도 2007년 당시 고3 여학생이.... "그 날" 나가 자전거 끌고잉 출근허고 있었시야 근디 갑재기 어떤 놈이 떡 하니 뒤에 올라 타블더라고. 난 뉘요 혔더니, 고 어린 놈이 같이 좀 갑시다 허잖어. 가잔께 갔재. 가다본께 누가 뒤에서 자꾸 부르는 거 같어. 그랴서 멈췄재. 근디 내 뒤에 고놈이 갑시다 갑시다 그라데. 아까부텀 머리에 피도 안 마른 놈이 어른한티 말을 놓는거이 우째 생겨먹은 놈인가 볼라고 뒤엘 봤시야. 근디 눈물 반 콧물 반 된 고놈 얼굴보담도 저짝에 총구녕이 먼저 뵈데. 총구녕이 점점 가까이와. 아따 지금 생각혀도…그땐 참말 오줌 지릴 뻔 했시야. 그때 나가 떤건지 나 옷자락 붙든 고놈이 떤건지 암튼 겁나 떨려불데. 고놈이 목이 다 쇠갔고 갑시다 갑시다 그라는데잉 발이 안떨어져브냐. 총구녕이 날 쿡 찔러. 무슨 관계요? 하는디 말이 안나와. 근디 내 뒤에 고놈이 얼굴이 허어애 갔고서는 우리 사촌 형님이오 허드랑께. 아깐 떨어지도 않던 나 입에서 아니오 요 말이 떡 나오데. 고놈은 총구녕이 델꼬가고, 난 뒤도 안돌아보고 허벌나게 달렸쟤. 심장이 쿵쾅쿵쾅 허더라고. 저 짝 언덕까정 달려 가 그쟈서 뒤를 본께 아까 고놈이 교복을 입고있데. 어린놈이… 그라고 보내놓고 나가 테레비도 안보고야, 라디오도 안틀었시야. 근디 맨날 매칠이 지나도 누가 자꼬 뒤에서 갑시다 갑시다 해브냐. 아직꺼정 고놈 뒷모습이 그라고 아른거린다잉…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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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목
2011-09-06 2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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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고.......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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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순
2011-09-20 18: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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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봉이 형과 한 집에서 살 때가 좋았다. 본가가 강진 칠량 동향이라 광주 동명동에서 잠깐 한 집에서 살았다. 공부도 도와 주고 함께 놀아 주던 형의 그렁 그렁한 눈동자가 선하다. 많은 세월이 흘렸어도 한국소 눈동자 같던 그 눈동자가 선하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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