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웬 씻김굿인가?
어제 아침 96세이신 할머니가 돌아가셨다. 늦가을에 마지막 남은 나뭇잎이 툭 떨어지듯이 극도로 쇠잔해진 육신이 조용히 멈추었다. 나이 서른에 혼자되신 분이다. 유복한 친정댁, 곱단한 외모때문에 딸만 둘을 둔 청상과부 생활이 힘드셨을 것이다. 우리 아버지가 열세살 때 작은 댁으로 양자를 들어가셨다. 양어머니를 참으로 지극정성으로 모시던 아버지가 지난 겨울에 돌아가시고 말았다. 할머니 돌아가신 데 대해 친족 이외 누구에게든 부고할 생각은 없었다. 단, 평소 가까이 지내던 진도 씻김굿 단장에게는 알렸다. 즉각 씻김굿을 해 주겠다고 자발적인 제안이 들어왔다. 평소 내가 씻김굿에 대해 후원하는 것을 고맙게 여겨 보답차원에서 해 보겠다는 것. 무려 15명 가까이 굿을 하러 온다고 했다. 중요무형문화재 72호 진도씻김굿과 74호 다시래기의 이수자와 전수조교가 다 모인 판이다. 이런 굿판은 좀체로 보기 어렵다. 그 굿을 친족 몇사람만 보기에는 너무 아까워 우리 회사 직원을 모두 참석시키기로 하고, 이상운에게도 오라고 했다. 상운이가 부고사항을 공지한 모양이다. 어제 조문온 친구 몇이 나에게 물었다. "너는 왜 씻김굿에 그토록 매달리고 있냐, 좀 심하지 않냐?" 곧 바로 답하기에 앞서 몇가지 정리해 본다. 씻김굿이란 서남해안 지방 사람들이 망자의 넋을 달래고 씻어서 황천길로 보내주는 과정을 굿하는 것이다. 110대 이상 가계내에서 대를 이어 온 여자 당골(이 지역 용어로는 '지무네')과 제대로 관현악 편성을 한 악사들, 그리고 지전춤이나 북춤을 추는 무희로 구성되어 있다. 대를 이어 굿의 형식과 내용을 다듬어왔기 때문에 소리나 악기를 다루는 솜씨가 대단하다. 이 굿으로부터 판소리, 농부가, 사물놀이 같은 예술장르가 분류되어 왔다. 진도씻김굿은 우리 민속예술의 정수다. 원래는 해넘어가면서부터 시작하여 먼 동이 틀 때까지 하는 것이 정통굿이지만 우리는 3시간 내외만 할 생각. 하지만 망자의 힘을 빌어 산자들에게 축원 축수를 해주는 "제석거리"라는 굿판에서 흥이 오르기 시작하면 굿판은 훨씬 깊고 길게 진행될 수도 있다. 오늘은 굿쟁이들이 좀 쉬어 갈 때 조문객들이 나와서 춤과 노래판을 벌이는데 윤진철 명창, 가야금 병창, 판소리꾼들이 합세하기로 했다. 왜 굿을 후원하려고 하는가? 우리 예술의 원형질이라고 불리우는, 서양에서는 정말 대단한 찬사를 받는(1979년 벨기에 민속음악공연 금상 수상), 절대적인 예술성이 있는 우리 굿이 외면받아서 사라지고 있는 중이다. 우선 세상이 개명되다 보니 굿해달라는 집이 거의 없고, 서양음악에 취한 사람들이 우리 소리에 귀를 닫고 있어서 굿하는 사람들이 먹고 살기가 너무 힘든 것이 현실이다. 유료 공연으로 가기에는 너무나 넘 미래의 이야기이고. 그래서 우선 후원회 형태로 명맥이나마 잇는 작업을 해보고 있다. 기본적으로 굿은 샤만,무당의 행위이다. 삼신할미에게 애낳게 해 달라고 비는, 정화수 떠놓고 아들 합격하라고 비는, 쌀 보시기를 장독대에 올려놓고 병든 애비 낫기를 비는, 그런 마음과 행위가 종교행위의 시작이다. 그런 마음은 착하다. 역설적으로 현대인은 간절히 비는 마음은 어딘가에 내버리고 일을 꾸며서 공작하는 데만 치중한다. 굿은 현대인에게 통쾌한 카타르시스를 제공한다. 좁은 공간에서 15명의 악사와 가수가 뿜어내는 소리를 가정해 보라. 이런 공연은 명품오페라, 세계 최고의 오케스트라 공연에 비해 결코 낮은 수준의 감동을 주지는 않는다. 와서 느끼고 보면 안다. 우리 할머니 문상 와서 같이 즐겼으면 좋겠다.(조의금은 내지 말고 씻김굿 후원비로 돈 만원쯤 내면 된다.) 당연히 초상집이니 밥,술은 제공된다. 오늘 저녁 6시30분부터 나주경찰서 옆 나주종합병원 장례식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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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성래
2011-06-14 13: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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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가 할머님의 영전에 명복을 비오며~ 뜻깊고 아름다운 씻김굿 되리라 믿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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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경석
2011-06-14 15: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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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가 할머님 명복을 비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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老松軒
2011-07-10 23: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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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인께서 부디 극락왕생하시길 _()_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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