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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평한 좋은 세상을 위한 한판 굿
그야말로 한판굿이었다. 김태룡 회장(모 선배가 입만열면 김동문을 칭찬하며 그리 불러 나도 귀에 박혔다)이 야심차게 마련한 진도씻김굿이 참석자와 공연자, 넋풀이 주인공 모두에게 신명과 후련한 씻김을 가슴에 심어주면서 이구동성으로 아주 좋았다고 평을 했으니 요즘 보기드문 대박 한판굿을 연 셈이다. 그래서 동문들에게 분위기라도 전해야겠다. 가을 들녁, 저 건너 월봉산도 짖푸른, 담양의 창평 한옥 앞마당에서 해어름께부터 시작돼 새벽 1시께 끝난 뒷풀이 공연까지 볼거리, 먹거리, 애깃거리, 취객들 퍼포먼스까지 참으로 넉넉하고 여유롭게 즐긴 하루였다. 굿판에 들기전부터 들판에 길게 주차된 차량들을 보고 많이 모였구나 했더니 아닌게 아니라 여러찌리 사람들이 다 모여들었다. 김회장이 초청한 동창들과 지역 선후배도 많이 왔지만 그림 사진 음악 연희 문화기획 등 딴다라들, 교수 총장 관료 등 먹물들, 목사 수녀 승려, 독일서 귀화한 ‘담양빈’씨 종조, 노구의 최철훈 동문 부모님, 멀리 창녕에서 온 멋진 누님, 여기에 마을 주민까지, 내가 모를 특별한 사람들 등등 얼추 3백명은 된 것 같다. 분위기도 한목했겠지만 이날 출연진은 열과 성을 다해 굿판을 벌였다. 인간문화재 다수를 비롯해 전수자, 이수자급, 세습 자제분 등 젊은 예인들까지 힘을 보태 굿판의 힘을 끌어올렸다. 원로 문화재 박선생이 “김사장이 어떤 분인지 모르지만 20명 넘는 씻김굿 출연진이 함께 모이기가 여간 힘든 게 아닌데 앞으로 기대한다”는 눈치의 말씀도 했다. 김회장과 실무를 논하는 씻김굿 사무국장급인 동년배 김오현씨도 동문들 자리에서 와서 “오늘 출연진을 모으느라고 힘들었다”며 김사장이 주관하니까 이렇게 모였다고 속내를 털어놓았다. 모든 세상사 마찬가지로 굿판도 죽은자의 영혼을 빌어 오늘의 산자들을 위한 것이다. 결국 이날 굿판도 애당초 기획과 주관을 한 김회장을 위한 것이다. 그러면 김회장은 무엇을 위해 제 돈들여 많은 시간을 할애해 이 날을 준비했을까. 이미 초청사에서 밝힌 바 있지만 시대와 주위의 아픔, 그것도 유난히 어려운 고향의 아픔을 위한 것이 분명하다. 이날 굿의 절정인 고풀이에서 김회장은 속으로 무던히 울고 또 우는 것 같았다. 굿은 망자 유족이나 유고자가 지금 이 시간에 장례식 등이 실제 존재하여 망자의 원혼을 달래고 유고자의 액을 벗기기위한 목적이 있을 때 리얼리티가 있고 굿판의 생동감이 고스란히 살아 흐르는 것이다. 굿의 대상자가 없을 때는 돈내고 보는 문화예술 공연에 불과하다. 이날 굿판은 전체적 컨셉은 공연형식이었지만 김회장이 목적한, 정확히 산자를 위한 액풀이 굿이었다. 본인이 존경하고 좋아하는 대상자들의 어려움을 위무하고 풀어주기 위한, 고풀이었다. 마직막 고풀이 때 무대로 나간 김회장은 흐느끼는 6~7명 기원자 중 유난히 바로 옆의 한 중년 부인에 엎드려 기대어 함께 빌고 또 정성들여 빌기를 계속했다. 아시는 동문은 누구인지 짐작하리라. 나도 객석에서 기원이 잘 이뤄지기를 염원하며 저절로 함께 동화됐다. 나뿐 아니라 관객 모두 굿이 절정에 이르니 한 때의 웃음과 흥이 삼현육각의 시나위와 구음, 만가에 녹여지면서 처연한 슬픔 속에 한 때나마 저마다 액의 씻김과 아픔의 치유를 느꼈으리라. 이상 이날 분위기를 스케치 해 전달해드리고 싶었고, 이제 김회장은 특유의 열정과 애정으로 한판 씻김굿판을 바쳤으니 본업인 사업 열중하고 잘되기를 바라는 바이로소이다. 근데 나이들어 노는 재밋거리를 만들어야 하는데 동문들 중 몇몇이 소리와 풍물, 장단 등에 취미를 붙여 부지런히 연마하고 있어 나이 더들어 함께할 수 있는 꺼리가 생길 것 같아 흐뭇한 생각이 든단 말이지요. 동문 김동현 교수랑 함께 하는 북모임 ‘남도 풍류길’ 모임이 있고, 수제자인 이근욱 동문이 최근 북장단 입선을 하고, 해보 손기창 동문과 영암 이강일 동문이 풍물을 수년째 전문으로 가다듬고 있고, 질러 등산 패거리도 막걸리 집에서 젓가락 장단을 익히고.......늙어 가까운 산하와 정자 주유하며 한가락씩 뽑고 장단 맞추면서........ 하, 하, 남도 풍류 도반이라.....이 아니 좋지 않겠나. 그럴려면 열심히 따라 배워야 하는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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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경석
2011-08-30 09: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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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룡친구의 멋진 굿판 마련에 김선출친구의 실감나는 현장 분위기 중계. 참으로 맛갈나네 그랴. 선출이가 그자리에서 그러했듯이 모든 친구들의 고풀이를 기원합니다. 김태룡친구의 열정과 애정을 존경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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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목
2011-09-06 2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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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저런 까닭으로 굿하는 동안 몇차례 눈시울이 뜨거워졌어. 노년이 평화로워야 허는디. 선출이 말대로 각인각색의 고풀이 자리였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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