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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 석자는 반듯반듯하게 써야 한다
제 한글 이름이 신재형 입니다. .... 여섯살 때......증기기관차 기관사셨던 아버님께서 출근하시면서 마당에 작대기로 제 이름 써 놓으시고... "글자는 반듯반듯하게 써야한다"시면서.... "낼 아침까지 반듯이 쓸 수 있도록 연습하라." 하셨심다. 허걱... 첫 글자부터...숨이 막혔더이다. 이게 무슨 禪問答? 看話禪도 아니고.... 'ㅅ' 분명히 비스듬히 기울어져 있는데.... 반듯하게 쓰시라니... 이리보고 저기 앉아서 보고... 이리 연습했다, 저리 끄적였다... 속도 모르는 우리 고모님들 절 더러 대견하다 하시고... 미싯가루 타서 토방으로 내 오시고... 대견해 하시긴 할머님도... 담뱃대에 담배 재우시면서 속으로는 "동네 할멈들도... 참...왜...오늘따라 우물물도 길러 오질 않나.... 우리 잘난 손주 저 꼴 보러 오지 않고...." 아쉬워 하셨담다. 겨우 요령을 터득하여 새참 지나 쓴 글씨가... "Tl 밑에 ㄴ자,....기울지 않고 반듯한 '신'자요, 下ㅐ...'기울지 않은 '재'자"... ....그러나....거기까지였심다. 반듯한 것은 전봇대지, 빨랫줄은 아니지 않습니까? 어찌 비스듬한 게 반듯합니까? "ㅎ"에 와서는 도저히 답이 없었심다. "ㅅ"이나 "ㅈ"처럼 기울어만 있는 것도 아니고... 완전히 동그랗게 휘어있는 것을 반듯하게 쓰라니... 정말 미칠 노릇이었습니다. 결국 점심 전에 'ㅗ' 밑에 'ㅁ'을 쓴 다음 'ㅕ'를 붙이고 밑에 다시 'ㅁ'자를 붙인 '형'자를 완성할 때까지... 서른마지기 벼를 다 탈곡할 수 있었던 너른 마당은 온통... 반듯반듯하게 써야만하는 기울어지고 휘어지고 동그란 제 이름 석자로 채워졌다는 전설.... .... 전 거의 모든 글씨를 반듯반듯하다 못해 뻣뻣하게 씁니다. 아버님께서는 당신의 책임을 돌아가시는 그날까지 모르신 채... "넌 왜 글씨가 나뭇가지맨치로 뻣뻣하냐? 能柔制强이란다." 말씀하시곤 하셨심다. 세상에 기울어진 반듯한 글자, 휘어진 반듯한 글자.... 기울어졌어도 반듯하고... 동그랗게 휘어졌으면서도 반듯반듯한.... 글씨를 써라.... 제가 형용 모순에 열을 내는 가장 원초적인 이유이기도 합니다. 또 나중에 제가 서예를 보는 눈을 조금 갖춘 다음.... 몽당붓으로 쓴 秋史의 葛筆....'板殿'을 쵝오의 글씨로 칠 수밖에 없는 배경이기도 합니다. 아버님 기일 지방의 글씨도 '몽댕이'처럼 뻣뻣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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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하석
2011-09-23 15: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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ㅂㅏ ㅗ ㅏㅓ ㄱ ㅁㅏ ㄱ 제 이름석자 반듯하게 써 보았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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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성래
2011-09-23 15: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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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님 말씀도 그 말씀 새겨 사는 칭구의 얘기글도 엄청 잼있네~~ ^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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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경석
2011-09-24 08: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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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튼 우리 신재형의 재담은 알아줘야혀. ㅋㅋㅋ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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