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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 방황의 끝
 오랜 방황의 끝 (2003. 11월 8) 김태영의 '오랜 방황의 끝'은 큰 딸레미의 노래를 듣다보니까 전염되어 좋아진 경우다. 오랜 방황일 망정 끝이 보이면 얼마나 좋을까? 약간 감기 걸린 것같은 (나쁘다는 의미는 아님) 이소라의 음색과도 비슷하지만 더 중성적이며 차분한 목소리의, 사실 노래에서는 여자 가수란 걸 몰랐다. 잔잔하게 들리는 낮은 음성과 단순하면서도 별로 많이 꾸미지도 않은 멜로디가 듣기 편한 노래이다. 이런 노래는 노래방 같은 데에서 직접 불러봐야만 어려움을 안다. 전체적으로 음이 낮기 때문에 마이크를 두 개 다 가지고 불러도 충분한 성량을 내기 힘들다. 이기찬의 '사랑일 뿐야'와 박효신의 '그대안의 블루'에서 김태형의 코러스는 노래를 더욱 돋보이게 하는 것 같다. 큰 딸 P가 억지로 노래를 들려 주면서 몇점이냐고 물어본다. "68 점!" 이때 실망의 기색이 얼굴에 보이면 얼른 정정한다. 짜게 굴었다가는 당장에 보복이 들어오는 줄 익히 아는지라. "아빠 그 노래(김광석의 두바퀴로 가는 자동차) 뭐예요?" "독사에게 잡혀온 땅꾼만이 긴혀를 ..., 하늘로 나는 돛단배..." 그것도 노래 가산가? 두 딸레미가 함께 들고 나오기 때문에 얼른 "응, 70 점 만점에 68 점이야." 하고 무마시킨다. 어떤 곡은 72점을 주면 "몇 점 만점에?" "그건 100 만점이야. 어떻게 첫 번에 좋아 할 수 있냐? 여러번 들어서 좋아지는 곡이 있잖아?" 싫어하는 가수의 노래는 가수 이름은 절대 알려주지 않고 노래만 들려준다. 10대 소녀팬들을 의식해서 만든 것 같은, 구절 구절 눈물이 뚝뚝 떨어질 것 같은 목소리와 톤으로 '가시나무'를 부른 조*모 가수의 경우는 특히 그렇다. 오, 이시대의 tear jerker여, 사탕 발림으로 애들 호주머니 돈 빼먹는 식으로 계속 그렇게 부를 지어다. 지금의 10대는 음악적으로 변해 가겠지만 10대 발라드 세대는 앞으로도 계속 생겨날 수 있으니께. 누구는 같은 노래를 부른 시인과촌장이 가늘고 섬세하게 노래했다면 조성모는 감정이 녹있는 애절한 노래임을 보여줬다고 ? 페트릭 스웨이즈와 데미 무어가 나온 영화 '사랑과 영혼 (ghost)'이 1990년 초에 나온 후 어느 때부터 죽음을 초월한 귀신 영화 및 노래가 유행하기 시작했다. 남녀 주인공의 이승과 저승을 넘나드는 순애보가 사랑에 굶주린 우리의 눈물 짜내기에 성공한 뒤부터. 조*모 가수의 경우 '천상유애, 'To Heaven', '아시나요', '슬픈영혼식', 등을 연달아 히트 시켯다. 이들은 모두, 홀로 저 세상에 간 애인, 혹은 이승에 홀로 남은 애인에게 육신의 이별을 넘어선 영원한 사랑을 고백하고 다음 생에는 곡 다시 만나 못다한 사랑을 이루겠다는 다짐을 담고 있는 비극적인 노래들이다. " 눈물 흘린거니 내품에 안긴 네 사진이 젖었어| 왜 좋은 날에 울어 너까지 이제 마지막 네 소원이었잖아| ....| 나 없이 혼자 갈 수 있겠니 그길에 나 데려가면 안되니| 첮눈 오거나 비오는 밤엔 가끔씩 들려줘 해마다 꼭 다녀 가야해| "- '슬픈 영혼식' " 아시나요 얼마나 사랑했는지 그댈보면 자꾸 눈물이 나서| ...| 여기 이세상이 아름다운 건 그대가 머문 흔적 때문에 아마| 슬픈 오늘이 같은 하늘아래 그대와 내가 함께 서있는 마지막 날인 걸 아시나요.| -'아시나요' 죽음이란 인간을 가장 순수하게 만드는 사건이다. 인간이라면 누구나 생의 마지막에 맞을 죽음이라는 사건을 상상하고 살아간다. 아무리 순정적 사랑이 깨진 세상이라 할지라도, 애인이 죽었다는데 슬픔이 밀려오는 바로 그 순간에 어찌 순수해지지 않을 수 있겠는가 말이다. 죽음은 순수한 사랑, 순정적 사랑, 영원한 사랑을 느끼게 해주는 가장 좋은 소재인 셈이다. 이들 노래는 현실감이 거의 없는 설정을 극적으로 해놓고 그 속에서 순수한 사랑을 느끼도록 만드는 것이다. 순수한 사랑을 느껴보기 위해 애인 혹은 나자신을 쉽사리 죽여 버리다니. 이 시대 발라드의 순수한 사랑은 뒷맛이 쓰다. 현실을 감당하기 힘들 정도로 지쳐있는 이 시대 사람들의 퇴행적 태도를 고스란히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 '흥남부두의 금순이는 어디로 갔을까'- 이영미 책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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