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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날은 간다
 봄날은 간다 (2003. 11월 7일) 늙는다는 것은 같은 세대의 노래와 함께 늙고 잊어져가는지도 모른다. 우리 연구실에 최모 박사님이 계셨다. 외국에서 초빙한 유치 과학자로 열심히 연구하시다가 지금은 퇴직해서 위촉연구원으로 가끔씩 사무실에 나오지만. 물리학을 전공했기 때문에 궁금한 물리 이론에 대해 물어보면 해박한 이론에 열심히 가르쳐 주셨다. 건강에 관심히 많으셔서 관련 책을 읽으시면 꼭 10여 페이지로 요약을 해서 보여주시곤 했다. 혼자서 단전 수련도 열심히 하셨는데 젊었을 때 술 너무 많이 마셔서 그런지 요즈음은 몸도 안 좋고 목소리도 힘이 없다. 그분 나이 쯤되면 흘러간 노래를 많이 부르는데 노래방에 가면 오직 '봄날은 간다'만 불렀다. 요즈음의 가수 한영애와 거의 비슷한 목소리에 중간 중간 뜸을 들이는 것도 닮았다. "연분홍 치마가 봄바람에 휘날리더라. 오늘도 옷고름 씹어가며 산제비 넘나드는 성황당 길에. 꽃이 피면 같이 웃고 꽃이 지면 같이 울던, 알뜰한 그 맹세에 봄날은 간다. 새파란 풀잎이 물에 떠서, 오늘도 꽃 편지 내던지며..." 그 카랑 카랑한 목소리도 내가 연구실을 다른 건물로 옮겼기 때문에 요새는 들어본지 오래되었다. 젊어서 미국으로 유학을 갔기 때문에 그 시절의 공백기가 생겨 다른 노래는 전혀 모르신다. 달변이어서 옛날 개발했던 폭탄 이야기를 굉장히 재미있게 하신다. 공중에서 투하하면 그게 작은 파편으로 나누어지는데 각각 송방울 같은 날개가 달려 윙윙 소리를 내며 하늘에서 먼 지역으로 퍼져예 ...그랬어예, ...그랬어예, 하면서 영화 '봄날은 간다'에서 치매에 걸린 상우 할머니가 자신의 꽃다운 시절과 그 시절의 할아버지만 기억하는 것처럼 사람들에겐 자신만의 소중하고 추억하고 싶은 시절이 있다 사람들에겐 저마다의 ‘봄날’이 있고 상우의 ‘봄날’은 그렇게 사랑하고 잊혀지는 것*이며 우리의 최박사님도 노래 '봄날은 간다' 함께 사라질 것이다. * 영화 '봄날은 간다'의 줄거리 에서 요즈음은 '봄날은 간다'가 영화로도, 악극으로도, 그리고 리바이벌 노래도 나온다. 지난주 TV 프로의 '조영남이 만난사람'에서 가수 한영애와 나누던 예기를 잠깐 귀동량하자. 조영남이 사랑을 몇 번이나 했냐고 물으니까 "무엇이 사랑이고, 청춘이던고, 모두다 흘러가면 끝없건만을"으로 답송한다. 99년에 앨범 <난다>를 내놓았고, 다섯 번째 음악 <봄날은 간다>를 리메이크 했었다. 철들고 나서 그 노랫말이 좋았다고 했다. 봄날은 간다의 제목이 '주어와 ...다'로 딱 떨어져 힘있고 굉장히 남성적이고 멋있었단다. 콘서트를 할 때마다 그 노래를 많은 관객이 불러주기를 바랬고, 20대 초반에서 50대 후반까지 모두 다 열광 적이었다고. 1925년부터 1955년 노래까지 흘러간 노래중 13개를 선택해 'Behand Time' 앨범으로 다시 불렀다. 절절한 삶이 베어있는 옛 노래들을 들으면서 어린 날 나를 지탱해준 많은 부정의 힘들이 자리잡는 걸 느꼈다고 했다. 그녀의 노래와 백설희 노래는 다른 정서이지만 나름대로 한영애식의 남성적인 힘을 40대를 거친 자기식으로 해석한 것이 이색적이었다. 눈을 감으면 문득 그리운 날의 기억 아직까지도 마음이 저려 오는 건 그건 아마 사람도 피고 지는 꽃처럼 아름다와서 슬프기 때문일 거야, 아마도. 봄날은 가네 무심히도 꽃잎은 지네 바람에 머물 수 없던 아름다운 사람들 가만히 눈 감으면 잡힐 것같은 아련히 마음 아픈 추억같은 것들 봄은 또 오고 꽃은 피고 또 지고 피고 아름다와서 너무나 슬픈 이야기 봄날은 가네 무심히도 꽃잎은 지네 바람에 머물 수 없던 아름다운 사람들 가만히 눈 감으면 잡힐 것같은 아련히 마음 아픈 추억같은 것들 눈을 감으면 문득 그리운 날의 기억 아직까지도 마음이 저려 오는 건 그건 아마 사람도 피고 지는 꽃처럼 아름다와서 슬프기 때문일 거야, 아마도 * 영화 '봄날은 간다' 노래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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