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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susupark
작성일 2015-02-17 (화)
홈페이지 http://kaerisan.com/gallery/sspark.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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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새긴다. 고로 존재한다.


우리는 새긴다. 고로 존재한다.
  2015. Feb. 01. susupark

아시안 컵 축구대회에서 목이 새도록 응원했다.

축구 내기가 커졌다. 준결승에서 스코어를 맞춘 사람이 없어 이월금이 쌓여 판돈이 두배가 되었다. 우승함으로써 제대로 되어가는 일 없는 국내 정치에서 오는 스트레스를 팍 풀어줄 것을 기대해서 응원하는 일행도 많았다.

정말 선거는 잘 해야겠다. 외모는 거죽 한 꺼풀 (beauty is only skin deep)이란 서양 격언이 맞는 것 같다. 우아한 겉 모습에 현혹되거나, 지연에, 혈연에, 세대에, 남녀의 성에, 학연에 휘둘려서는 죽도 밥도 안 된다. 무기력에 빠져든 우리 ‘나 그네’ 들은 차두리의 패스를 기다렸고, 손흥민이 한 골 더 넣어 우승하기를 바랬다. 차두리를 싫어할 자 누가 있겠는가. 차두리가 양팔을 문신으로 도배를 하던, 복부에 알파벳을 새기던지 외모는 거죽 한 꺼풀에 불과하니까.

문신(文身)은 운신(運身)의 폭을 제한한다. 문신은 불신(不信)이요, 꽃신은 당신(當身)이다. 아니 문신은 미신(迷信)이요 맹신(盲信)은 천국(天國)일지도 모른다. 과거에 죄수나 조폭의 어깨에 새겨진 문신은 보기만해도 철렁, 우리를 움찔하게 만들었다. 문신은 정체성이나 집단을 드러내는 일종의 표지였다. 박정희나 전두환 정권에서 폭력배 소탕 작전에는 으레 티셔츠를 억지로 벗겨내는 상체의 문신 확인이 필수였다. 요즘 미국의 종합격투기인 UFC에서 문신을 하지않은 선수는 찾아보기가 힘들 정도이다. 문신 문화는 스스로 혼신(渾身)을 다해 진화하고 있다. 지금은 연예인이나 스포츠맨들이 문신을 하고 나오면서 부정적 이미지의 고정관념이 서서히 변신(變身)하고 있다.

문신은 왜 하게 되었을까? 문신은 주술적인 의례이기도 했고 장식으로서 미학적인 의미도 지닌다. 계급을 나타낸 곳도 있었고 액땜을 위한 이유로 행하기도 했다. 곳에 따라서는 성인이 되기 위한 통과의례도 되었다. 문신의 역사는 오래되었다. 유럽의 신석기 시대, 고대 마야인, 이집트 미라의 문신, 동남아시아 오지 민족의 문신 등 전 지구에 걸쳐 퍼져 있다. 5300여년 전 청동기 시대 화살에 맞은 사냥꾼이 1991년 알프스 빙하 속에 상반신이 드러난 채로 발견되었다. 발견된 지역명을 따라 ‘아이스맨 외치’라고 이름 지워진 이 얼음인간을 조사해보니까 발목과 무릎 종아리 등에 문신이 나타났으며 이 장식으로 봐서 샤먼으로 추정된다는 기사도 있었다. 2000년도 인가 오스트리아 자연사박물관에서 냉동고 속에 들어 있는 이 미이라를 글로브박스 비슷한 창구를 통해 본적이 있었다. 그리 밝지않은 황색 조명에서 인간이 마르고 딱딱하게 굳은, 꼭 고등어 한 마리를 양쪽으로 펼쳐 놓은 것 같은 느낌이 들어 괜시리 미안했었다.

문신은 특정 문화의 표현 양식이다. TV에서 보면 어떤 원주민에게 문신은 화장이며, 의관이기도 했다. 여자들이 화장기 없이 맨 얼굴로 밖에 나가기 싫듯이, 남자도 문신이라는 의관을 정제하고 에헴 하고 외출을 해야 위신이 섰겠지.

문신(文身)은 우리 문화와도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다. 문신에 글월 문(文)자를 왜 쓰게 되었을까? 글월 문(文)은 격자무늬를 그려넣어 나름 아름답게(?) 꾸미는 모양의 상형문자이다. 文은 원래 두 팔을 벌린 가슴에 문신을 새긴 사람의 정면 모습을 형상화 한 것이라 한다. 갑골문에 보면 가슴에 엑스(X), 브이(V), 마음 심(心) 자 형상이 새겨져 있다.

文은 초기의 무늬를 벗어나 문자(법도)-문장-학문-문화 등 형이상학으로 변화에 변화를 거듭했다. 文은 여전히 문화어(文化語)의 위치를 고수하고 있다. 文은 무늬이자 문학이자 문명이다. 원래의 의미를 나타내기 위해 실을 짜서 나타낸 무늬라는 뜻으로 문(紋)도 따로 생겨났다. 문신과 무늬는 상징이다. 현대의 문신은 일탈적 욕망과 미적 기능으로서 위력을 과시한다. 자신의 개성을 독특하게 표현하기위한 가장 화려하고 활동적인 수단이다.

제주도 올레 18코스의 출발점인 산지천 마당에는 동문교가 있는데 여기에 문신남과 문신녀들이 모여있다. 우람한 근육을 자랑하는 제주 아즈방들과 풍만한 가슴의 아즈망들이 다리 난간을 떡 받치고 오들랑 오들랑 혼다. 쳐다보면 우리도 신이나서 힘이 조짝조짝 솟아남을 느낄 수 있다. 가슴에서 팔로 이어지는 문신은 제주도 아낙의 노동 후 땀 흔적일까? 단지 조개 목걸이 장식물일까? 모양이 갑골문의 文자와 많이 닮아 있다. 아저씨 등의 포인트 문신은 작아 오히려 애교스럽다. 제주도 현무암의 기포 자국들이 땅에서 생겨나 무늬가 저절로 만들어졌다. 가장 자연스런 모습으로... 관찰하다 보면 자연은 예상치 않은 즐거움을 선사한다. 

18번 올레 동문교 문신상들이 왕왕작작 혼다. “우리는 새긴다. 고로 존재한다.”

이제는 대표선수 경기에서 차두리를 볼 수 없다니 아쉬움이 든다. 문신도 물론 볼 수 없겠지. 차두리, 파이팅!
(P.S. 서방 조 끝에 고치 앉즙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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