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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률/세무

 

 

 

작성자 임성래
작성일 2009-07-08 (수)
ㆍ추천: 3  ㆍ조회: 2440   
[기사] 상처받은 영혼, 시로 달랜 법정

대전지법 판사, ‘12만원 생계형 절도’ 30대 여성 위로해줘


“상한 갈대라도 하늘 아래선
한 계절 넉넉히 흔들리거니
뿌리 깊으면야
밑둥 잘리어도 새순은 돋거니
충분히 흔들리자 상한 영혼이여
충분히 흔들리며 고통에게로 가자

(중략)

고통과 설움의 땅 훨훨 지나서
뿌리 깊은 벌판에 서자
두 팔로 막아도 바람은 불듯
영원한 눈물이란 없느니라
영원한 비탄이란 없느니라 …”  

(고정희, <상한 영혼을 위하여>)


준엄한 심판의 자리인 형사법정에서 부드러운 시어가 흘러나왔다. 법대 위의 판사가 건네는 위로의 시구에 피고인은 고개를 떨어뜨렸다.

김지영(가명·30)씨는 대전의 한 주택에 들어가 안방에서 500원짜리 동전 2개, 부엌에서 3000원 상당의 상품권 1장, 현금 12만4000원을 훔친 혐의로 법정에 섰다. 김씨는 이미 절도죄로 여러 차례 처벌을 받았다. 이 사건 이전에 저지른 절도로 1년 실형을 살고 출소하던 날, 가족조차 찾아오지 않았다. 그는 아예 연고가 없는 마을로 거처를 옮겼다. 사글셋방을 구하고 식당에서 잡일을 했다. 우연히 만난 남자와 살며 아이를 낳았지만 형편이 안 돼 곧 보육원에 보냈다. 병이 났다. 병원으로 가는 버스를 탔던 김씨는 또다시 무언가에 홀린 듯 낯선 집으로 들어갔다. 동전과 지폐를 훔쳤고, 다시 구속됐다.

지난 5월 징역 6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하는 자리에서, 판사는 김씨의 영혼을 어루만지는 시 한 편을 먼저 읽어줬다. 판사는 김씨에게 40시간의 심리치료강의 수강과 40시간의 보육원 사회봉사를 덧붙였다. 판사와 피고인이기 전에 같은 사람으로서 느낀 연민의 정을 시로 표현한 이 법정의 풍경은, 당사자인 판사가 최근 법원 내부통신망에 그 재판의 소회를 밝히며 외부에 알려졌다.

김씨 사건을 다룬 대전지법 형사6단독 김진선 판사는 “김씨의 인생에 대해 잘 알고 있는 사람 중 하나로서, 그가 재판을 받으면서 자신을 돌아보고 상처 받은 영혼이 조금이라도 치유될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시를 읊어줬다”고 말했다.
                                  [한겨레  2009.7.7]

이름아이콘 김상순
2009-07-08 13:25
눈물난다야...  시가 제대로 씌여 졌네 그려..
   
이름아이콘 강경탁
2009-07-08 16:39
참 좋은 내용의 기사로세. 근데 나는 말이여 친구의 친필글을 보고싶네. 기대함세.
   
이름아이콘 송의열
2009-07-13 11:01
맞아!
옛날부터 성래가 이과지만 글솜씨가 뛰어났던 기억이 난다.
   
이름아이콘 임성래
2009-07-13 20:29
우선 미안하고 고맙네~! 늘 살며 배우고 느끼는 바를 되새겨 놓긴 했네~ 좋은 시와 글들 속에서 슬프고 치열하고 아름다운 삶들을 읽으며 지내다 보니~  이리 되나보네~ 벗님의 격려에 더 힘을 내어 시도 조금씩 쓰도록 하겠네~~ ^*^
   
이름아이콘 김상순
2009-07-19 15:25
시도 좋지만 사용자?가 시인 못지 않나?  성래가 노래하던 아나키스트의 목소리도 듣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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