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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이 간 놈
"우리는 피 끓는 학생이다. 오직 바른 길만이 우리의 생명이다." 이 스물 넉자의 문구와 학생탑 위의 창(분명 횃불이 아님)과 등교할 때마다 히말라야시이다 나무 틈새로 무등산이 보이고 그 위로 아침 태양이 솟아오르는 풍경... 머리에 서리가 내리고 자식놈이 그 때 우리 나이를 넘어서는 지금, 내 자식놈은 그런 학교를 다닐 수 없다는 사실이 아주 안타깝기도 합니다. 아무리 입아프게 자식새끼한테 세계와 인류의 고민을 얘기한들 학교 전체가 그런 분위기로 돌아가지는 않을 거라는 냉엄한 현실 때문이지요. 나는 기자와 취재원으로서 김대중씨를 독대한 적이 보통 출입기자들보다도 많았습니다. 몇번 만난 다음, 서경원의원 밀입북사건으로 보라매공원집회가 열리기 전날이었는데... 그날 늦은 저녁식사를 함께 할 기회가 주어졌습니다. 이희호 여사, 현 정순균 국정홍보처장과 함께 했는데... 추어탕, 백숙 반마리의 성찬이었습니다. 이런 저런 이야기 끝에 그 양반이 내게 "신기자는 고향이 어디요?" 하고 물었습니다. "광줍니다." "광주 사람들은 고향을 얘기할 때 입가에 자존심이 묻어납니다." 나는 사실 그말을 듣고 부끄러웠습니다. 살아남은 자의 자괴감이랄까요. 그런 것이었을 겁니다. 그렇습니다. 살아남기 위해서 발버둥쳤기 때문이었던지, 아니면 죽은 자의 대열로 낄 수 없었던 운명의 장난이었던지 간에, 우리에게는 크건 작건, 심하건 심하지 않건, 살아남았기 때문에 갖고 있는 부채감이 조금씩은 있습니다. 저는 아직도 주변에서 그런 부채를 조금씩 갚아가려는 친구들을 보고, 친구들의 그런 모습을 보고, 내 모습을 돌이켜 보게 됩니다. 그리고 조금은 억지로라도 내 삶속에서 그런 모습을 찾아보고 뿌듯해 합니다. 또 한편으로는... 맛이 가 버린 친구를 보고 내가 얼마나 맛이 가버렸는지 부끄러워 합니다. 머릿털이 하얘지더니, 턱수염도 하얘지고, 가운데 그곳도 하얘지고, 콧털도 하얘지고...온전히 검은 색만 있는 곳은 겨드랑이 뿐이다는 친구들의 넋두리를 들을 때... 우리는 나이들었음을 알게 됩니다. 그렇게 우리는 조금씩 조금씩 나도 모르게 맛이 가고 있습니다.  김재수: 참---.기자출신답게글잘쓰네. 국어몇점이었냐? 국어교육은 잘받은것같은데, 점수하고는어떻게되나 궁궁해서. 잘지내냐? -[12/15-12:19]- 신재형: 재수야, 항상 활기차게 사는 네 모습을 홈페이지에서 본다. 국어 점수는 뭐 내 놓을 정도는 아니었던 듯 싶다. 연애 편지는 기 막히게 잘 썼다고 생각 되는데... 그 처자들은 모두 남의 마누라가 되었으니, 그 다지 잘 쓴 것도 아니겄제... 아무튼 잘 살자. -[12/16-0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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