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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문칼럼
작성자 김훈종
작성일 2005-12-21 (수)
ㆍ추천: 0  ㆍ조회: 7264   
황우석, 대한민국의 슬픈 자화상.
차이와 다양성이 말살되는 곳에서, 소수와 비주류가 억압받는 곳에서 진지한 비판적 성찰과 이성적이고 합리적인 의사소통이 제대로 이루어질 리 만무하다. 이런 획일적인 곳에서 어찌 대세를 거스르는 '창조적 용기'가 꽃필 수 있을 것이며, 이런 단세포적인 곳에서 어찌 다수 주류에 맞서는 소수 비주류의 '역동적 지혜'가 열매를 맺을 수 있겠는가. 역동하는 창조성과 생동하는 다양성과 약동하는 자율성이 사라진 사회는 정체와 퇴보를 면치 못할 터, 황우석 사태에서 적나라하게 드러난 바 있는 집단 광기의 현상은 우리 사회의 후진성을 반영하는 것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한마디로 '황우석'은 대한민국의 슬픈 자화상이다. 작금의 황우석 사태는 우리 사회의 현주소뿐만 아니라 그간 우리가 살아 온 파행과 굴절의 역사를 압축적이고도 상징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속도와 효율에 매몰된 결과(성과) 지상주의, 자기와 다른 의견을 용납하지 못하고 비판적 성찰과 이성적인 의사소통을 질식시키는 광란의 집단 패거리주의, 국가와 민족의 거창한 깃발만 휘날리면 사족을 못 쓰고 다른 모든 것은 그 깃발 아래서 숨을 죽여야 하는 천박한 국가주의(애국주의), 끝도 없이 돈과 물질의 바벨탑만을 쌓아올리는 데 여념이 없는 파괴적이고도 야만적인 경제 지상주의―황우석 사태의 본질적 배경을 이루는 이 모든 것들이야말로 급속한 산업화·근대화와 폭압적인 개발 독재를 겪어 온 우리 현대사 속에서 괴물처럼 자라난 독버섯들이 아닌가. 그리고 이 독버섯들이 정부·언론·지식인 집단 등의 무책임과 무지와 무감각과 무능 속에서 사회와 국민 전체로 들불 번지듯 퍼져 나간 것 아닌가.

-일부 구절을 뽑아내어 먼저 소개 했네.
전문이 http://ilgo51.net/board.php?board=news&command=body&no=34 에 있으니 읽어 보시게들...



211.205.61.226 김헌중: 황교수 사태는 윤리문제와 논문 조작이 시비의 단초가 됐지만, 그 이면에 도사린 국가간 기술 선점에 대한 암투와 그들의 이간질에 놀아나다 자중지란으로 몰락한 우리의 자화상을 간과해서는 안 될 것이다. 성을 쌓는 어려움을 아는 자는 감히 성을 부수려들지 않는 법. 우리 시대의 착각중의 하나는 성을 쌓는 자와 부수는 자를 동일시하려는 것이다. 솔로몬왕이 아이를 반으로 가르겠다고 했을 때, 차라리 아이를 포기하겠다고 했던 자가 친모였듯이, 진정으로 사랑하는 자는 절대로 몰락의 길을 선택하지 않는다. 그래서 파업하는 집단에 대해서는 (영국의 대처처럼)절대로 굴복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고, PD수첩이 문제를 제기했을 때 초기단계에서 서울대측에서 진화작업(검증작업을 포함한)에 나서지 못한 시스템의 부재가 근본문제였다는 것이다.
윤리문제 운운하는데, 지동설, 진화론, 수혈, 소아마비 백신, 장기이식, 인공수정 및 수정란이식, 유전자 공학기술--이들의 공통점은 초기단계에 특정 종교 집단에서 철저히 반대했던 것들이면서 오늘날 그 종교를 국교로 삼는 나라가 가장 많은 수혜를 입고 있는 것들이다. 요즘 장기이식에 대해 신이 내린 선물이라고까지 찬양한다더군. 예전에, 수혈을 거부한 특정 종교 집단의 무지를 탄식했듯이, 배아줄기세포에 대해서도 조만간 이런 시대가 도래하리라 확신한다. 어머니의 난자를 이용해 아이의 불치병을 고치는 것(원천기술의 속성상 최소한 10년후의 일이겠지만)이 생사람의 장기의 일부나 전부를 떼어내어 이식해주는 것보다 덜 윤리적이라고 볼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확언하건대, 새튼 교수가 제2의 산업혁명 운운했듯이, 배아줄기세포기술이 증기기관 발명에 버금가는 엄청난 잠재력을 가진 기술이 아니었다면, 미국이나 영국에서 이 정도로 시비를 걸지 않았을 것이다. 더 늦기 전에 황교수팀이 이미 개발한 기술만이라도 유지, 개량해 나아가야 할 것이다.

그간 38억인가 지원했다던 정통부가 내년에는 지원할 계획이 전혀 없다고 한다. 어리석은 관료적 발상이요 단견이다. 연구비가 없으면 연구원인건비도 없을 것이고, 그러면 연구원들은 뿔뿔이 흩어질텐데, 그렇게해서 기술이 유출되는 것을 방치하겠다는 것인가?

그러나, 황 교수가 새튼 교수에 고삐뚫린 소처럼 질질 끌려다녔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국제화가 덜 됐던 탓이다. 핵심연굿원(일종의 지적재산에 해당)을 3명이나 해외파견하면서 국가지적재산을 관리하는 서울대 내지 산하 지적재산전담기구가 전혀 법률적 개입을 한 바 없다는 것은 국가지적재산관리시스템의 부재의 또하나의 증좌이고, 황교수의 권한남용을 방치한 직무유기인 것이다. 한 영국 학자가 지적했듯이 문제는 시스템의 부재이고, 더 큰 문제는 그 문제의 심각성을 인식하지 못한채 일개 과학자의 비리로 문제를 집약하려는 시도인 것이다. -[12/22-15: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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