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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문칼럼
작성자 김영주
작성일 2013-07-05 (금)
ㆍ추천: 0  ㆍ조회: 11884   
@[타이치] 새로운 타입의 중국 무술영화
 
미국 블록버스터, 요즘 왜 이럴까? 입이 떠억 벌어지게 엄청난 스케일을 보여주면서도, 보고나오면서 순식간에 심드렁해진다. [오블리비언] [백악관 최후의 날] [맨 오브 스틸] [월드워Z] [화이트 하우스 다운], 돈 들인 만큼 이런저런 재미가 없지 않지만, 영화이야기를 하려면 막상 별로 이야기할 게 없다. 그 나물에 그 밥, 맨나 그렇고 그렇게 뻔한 내용. 원래 항상 그렇게 뻔한 내용이었으나, 요즘엔 비주얼만 엄청나고 그 내용이 뻔해도 너무 뻔하다. [맨 오브 스틸]은 스케일과 액션이 예전 ‘수퍼맨’과 차원을 달리해서 새롭게 업그레이드한 ‘수퍼맨’을 보여주는데도, 그 동안 이미 만난 미국 블록버스터에서 이미 맛보았던 수준의 업그레이드에 지나지 않는다. [월드워Z], 좀비들이 엄청나게 높은 이스라엘 콘크리트 장벽을 넘어오는 장면에 오싹 소름이 돋지만, 나머진 대체로 그저 그렇다. [백악관 최후의 날]과 [화이트 하우스 다운], 우연한 일치이겠지만 테러리스트의 백악관 점령을 소재로 했다. 마구잡이로 쏘아대고 폭발하며 백악관을 온통 박살낸다. 이 영화들이 모두, 무더운 여름날 시원한 팥빙수 한 그릇 비운다는 맘으로 보면 될 그런 정도의 재미는 보여주고 있다. 그 중에서 딱 하나만 고르라면, [화이트 하우스 다운]이다. 이미 [인디펜던스 데이] [투모로우] [2012]에서 보았듯이, 롤랜드 에머리히 감독답게 엄청난 스케일이면서도 가장 리얼하고 화끈하게 보여준다. 그러나 [투모로우]나 [2012]에 비교해서 여러 가지로 부족하다.
 


이렇게 이야기할 영화를 찾지 못하고 헤매다가, 영화뉴스에서 [타이치]가 아주 독특한 중국 무협영화라는 소식에 주성치의 [쿵푸 허슬]이 보여준 독특한 맛을 기대하면서 찾아들어갔다. 타이치? 영화에서는 아무런 설명이 없지만, 태극太極을 중국어로 “따이찌, 타이치”라고 발음하니까, 주인공이 새롭게 창조해 가는 무술이름이 아마 ‘태극권’이 아닐까 짐작해 본다. 내가 중국무술영화를 만난 건 그 가난하고 초라했던 60시절부터이다. 우리나라가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모든 게 초라했으니, 우리나라 영화나 중국 무협영화가 초라하기 그지없는 대접을 받고 있었고, 영화감독의 능력이나 수준도 초라하고 찌질했다.( 그래서 영화 · 만화 · 가요는 ‘하류문화’였다. 물론 [벤허] [쿼바디스] [클레오파트라] [로마의 휴일] [사운드 오브 뮤직] [애수] [모정] [바람과 함께] · · · 같은 미국 고전영화는 상당히 높은 문화생활로 여겼다. 서양 영화배우이름을 달달 외우고 영화음악이나 팝송을 즐기는 건, 제법 폼나는 악쎄사리였다. ) 심지어 영화관이나 만화방은 푸대접을 넘어서서 ‘불량식품’처럼 손가락질 받았고 박해하기까지 했다. 그런 영화들이 마침내 ‘삼류 극장’으로 흘러 들어가면, 그 분위기는 참말로 불량끼 넘치는 ‘우범지대’라고 할 만 했다.

그 시절에 중국영화는 온통 홍콩무협영화였다.(리칭의 [스잔나]같은 영화가 아주 드물게 없지 않았지만.) 왕우의 [외팔이]에서 시작하여 이소룡의 [정무문] 그리고 성룡 원표 홍금보 주윤발 유덕화 장국영 양조위 양자경 왕조현 임청하 관지림 장만옥 · · · 그리고 이연걸 장쯔이에 이르기까지, 그렇게 60시절과 70시절 80시절을 별처럼 수놓으며 주마등처럼 스쳐지나가는 그 수많은 영화의 그 배우 그 장면들 · · · . 이젠 내 ‘헐리우드 키드’의 추억으로 자리잡아 마냥 아름답기만 하다. 그 감흥에 겨워 눈물까지 살며시 감돈다. 80시절에 우리 영화관을 가득 메우던 홍콩 무술영화가 90시절에 들어서서 조금씩 시들시들해지더니, 2000시절엔 주성치의 [소림 축구]과 [쿵푸 허슬] 그리고 장예모 감독과 이안 감독의 몇 몇 작품 말고는 거의 보이지 않았다. 최근엔 그마저도 볼 수가 없다.

그런데 [타이치]를 만났다.  독특하다. 그게 처음엔 유치하고 “영화야? 장난질이야?” 싶게 피식피식 코웃음이 나왔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그 유치한 장난질에 감독의 진지함이 묻어났다. 주성치 작품을 흉내내나 싶었는데, 주성치 작품의 냄새하고도 또 달랐다. 무술도 그동안 흔히 보았던 묘기대행진 같은 동작이긴 하지만, 그 나름의 색다른 맛이 있고 그걸 소재로 연출하는 솜씨도 평범치 않다. 청나라 말기를 시대배경으로, 최근 중국 영화에서 자주 보여주는 中華주의도 묻어나고, 서양문명에 대한 저항과 중국문명에 대한 자부심도 담겨있다. 그런데 이런 고지식한 내용을 단정하고 엄중하게 정색하며 말하는 게 아니라, [슛뎀 업] [달콤 살벌한 연인] [비카인드 리와인드]처럼 키치Kitsch스럽게 비틀고 찌그러뜨린다. 키치야? 똥폼이야? 그러면서 화면도 촬영도 정갈하고, 스토리도 단정하다. [원티드]맛이라고 해야 할까?
 
<예고편>  http://movie.daum.net/moviedetail/moviedetailVideoView.do?movieId=73574&videoId=41472&t__nil_VideoList=thumbnail

그렇다고 깜짝 놀랐다거나 앞으로 많이 기대된다고 호들갑을 떨고 싶진 않다. [쿵푸 허슬]의 재미나 독특함보단 못하다. 이런 영화를 “꼭 보라!”고 권장해야 할지, 아니면 그냥 ‘특이한 무술영화’라고 알리는 정도에 그쳐야 할지도 잘 모르겠다. 유치하게 여기는 사람에게는 수준이하의 하급 영화일 수도 있겠고, 특이하게 여기는 사람에게는 천편일률한 중국 무술영화에 새바람을 일으키겠다며 박수칠 수도 있겠다. 난 일단 특이하게 여기고, 유치한 장난질인지 아니면 새로운 가능성인지는, 이 풍덕륜 감독의 작품을 두어 개 더 보고 말하겠다.( 3부작을 염두에 두고 만들었단다. ) 아무튼 요즘 중국 영화가 새롭게 태어나려고 갖가지 다양한 실험을 하고 있다. 좋은 일이다.

* 진옥량(안젤라 베이비)의 액션이 중국무술의 단순한 흉내가 아니라 상당한 내공이 쌓인 듯한 품새를 보여주어서 놀랐다. 그러나[예스 마담]에서 ‘양자경’이나 [삼국지-용의 부활]에서 ‘매기 큐’만큼 다부지고 단단한 카리스마가 없다.  몸맵시가 너무 가냘프기 때문일까?  얼굴도 예쁘긴 하지만, 좀 얄팍해서 쉽게 질린다.

* 대중재미 : 유치하게 여기는 사람에게는 C+ & 특이하게 여기는 사람에게는 A0, * 영화기술 : 유치하게 여기는 사람에게는 C+ & 특이하게 여기는 사람에게는 A+, * 감독의 관점과 내공 : 민주파 - 유치하게 여기는 사람에게는 C+ & 특이하게 여기는 사람에게는 A0.

* 키치Kitsch? : 작년에 인도영화[로봇]을 이야기하면서, ‘키치Kitsch’라는 낱말뜻을 설명한 적이 있다. “싸구려 미술품이나 사이비 그림이라는 의미로 사용된 키치란 말은, 19세기말 독일에서 처음 생겨났다. 산업화로 대량생산이 이루어지고 미디어통신과 다양한 복제기술이 발달함에 따라 대중문화가 중요한 사회현상으로 자리잡아가면서 대중의 미감을 함부로 무시할 수 없게 된다. 영화나 만화 또는 트로트 가요나 통기타 청바지 그리고 사투리나 욕설이 하류문화로 멸시받다가 문화예술로 대접받는 세상이 된 것이다. 70시절 풍의 촌티패션 그리고 이박사나 노라조의 잡탕 노래 또는 <나꼼수>에서 뇌까리는 욕설이나 비속어가, 저질문화라고 손가락질 받을 게 아니라 세상 밖으로 드러나서 당당하게 정상적인 대중문화로 대접받아야 한다는 것이다. 여기에 한 술 더 떠서, 이상야룻한 모양이나 색깔 또는 유치하게 야하거나 기괴하게 그로테스크한 물건이나 행동을 일부러 강조하고 내세워서 상류층 고급문화의 위선과 허영을 비틀고 비꼬고 뒤집어 까발리기까지 한다.”
 
<노라조 - 수퍼맨 동영상> http://blog.daum.net/namury44/16886671

<이박사 - 트로트메들리 동영상>
http://blog.naver.com/PostView.nhn?blogId=b7315&logNo=801570034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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