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어제 용철이를 만났습니다
원래는 약침강의를 들을 양으로 새벽밥 먹고 갔다가 허탕치고 혹여 하고 전화를 해서 밤 늦게까지 검찰청사에 있다가 잠에 빠진 그를 깨우고 말았습니다 강경탁이랑 함께 만나 점심을 먹었습니다 나는 무엇보다 그의 건강이 걱정되었습니다 눈이 부시시 부은 모습으로 나타난 그의 몸상태는 정상이 아닌 것으로 보였으나 정작 그는 컨디션이 좋다고 하더군요. 모든 것을 내던진 자들만이 향유할 수 있는 비장한 여유를 보이고 있었습니다만, 나의 눈에는 언뜻언뜻 스쳐가는 깊은 슬픔이 보였습니다 말에는 씩씩함이 묻어났지만, 나는 그를 보며 얼마전 KBS 다큐멘타리 ‘차마고도’ 편 중 하나인 ‘순례자의 길’에 나오는 초라한 순례자들의 모습이 떠올랐습니다 그들은 성지 라싸를 향한 2000km의 험로를 5보1배의 오체투지로 6개월동안 목숨을 건 강행군을 합니다. 환갑을 넘긴 폐병을 앓고 있는 촌로는 죽음의 순례행진 끝에 기어이 일생일대의 소망인 라싸의 성지를 참례합니다 그러나 용철이의 행군은 달라 보입니다. 아무리 대의명분이 확실하다한들, 개인에게 쏟아지는 온갖 비난을 이겨내기가 어디 쉽겠습니까? 티벳의 순례자에겐 고통뒤의 환희를 줄 분명한 푯대가 있어 설혹 도중에 죽더라도 기쁘게 죽을 수도 있었겠으나, 김용철의 고행은 도중뿐만 아니라 그끝에 무엇이 숨겨져 있을지 예측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그래도 지금은 처음과는 달리 심지어 조중동의 댓글에도 그를 응원하는 글이 점점 늘어나고 있을 정도로 여론이 나아지고 있고, 압수수색등에서 용철이의 진술을 뒷받침해줄 증거물들이 밝혀지고 있고 제 2 제3의 양심고백이 예상되기도 합니다만, 끝이 어떻게 매듭지어질지는 아직 알 수 없습니다 설사 김용철변호사가 원하는 바 대로 결론이 난다한들 발가벗겨지고 소금뿌려진 개인적인 상처까지 온전히 아물 수는 없겠지요 아무튼 초지일관하게 의지를 지켜줄 건강에 주의하길 바라며 고향행 기차를 탔습니다 |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