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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 그 때 그 시절의 그 이야기들!!!
*10년 전에 쓴 [친구]이야기이다. 이번 한겨레신문에서 본 '불량추억 공모전'의 글들에 가슴 쎄하게 울렁거려 이 글을 다시 올려보았다. 태룡이 '마라톤에 좆 까진 이야기' 영목이 '초련이하고 헤어진 이야기' 재형이 '평생 술 담배하고 절교한 이야기'처럼 친구들의 재밌는 이야기도 좋고, 그 때 그 시절의 '불량 추억'을 듣고잡다. **********  뽀스타가 눈을 확 끌어 당겼다. "그 쌔끼들이다!" 색바랜 흑백사진처럼 연하게 누르스름한 바탕에 '검은 교복의 그 새끼들'의 얼굴이, 영낙없는 '그 때 그 새끼들'을 눈앞에서 만난 듯 하다. 단박에 '그 때 그 시절'로 빨려들어 갔다. 맨 앞에 나선 장동건. 눈을 치켜 뜨며 내쏘는 차가운 눈길에, 호크 풀고 단추 하나 젖히고는 불량끼를 잔뜩 품어내는 그 모습. 진짜 그 쌔끼를 지금 이 골목 전봇대 앞에서 딱 만난 듯 하였다. 뒤에 선 세 놈도 바로 그 새끼들이었다. 진짜 독종은 뒤로 한 발 빠져있고, 옆에서 우왕 끄는 쥐새끼 같은 그 놈에다가, 양아치는 아닌 듯 하면서 우직한 오기가 서린 그 놈. 가슴이 쎄하고 먹먹하다. [친구] 뽀스타. 예술이고 나발이고, 한 장의 영화 뽀스타에 가슴 뭉클한 감동을 먹었다. 광주놈들은 한 다리 건너서 '시내 깡패'하고 걸리지 않은 놈이 별로 없을 게다. 그 놈들이 새끼-양아치일 때, 부닥치고 자뿌러지고 터지고 패고 토끼고 낄낄대며, 발산 다리밑 ` 서방 동양극장골목 ` 학동 시장통 삼거리 그리고 동네마다 구석구석 그 골목 그 만화빵 그 덴뿌라집에서 그렇고 그렇게 함께 자랐다. 어깨가 벌어지고 불알이 묵직해짐서 , 그 친구들 중 한 둘쯤은 별을 달고 양아치를 벗어나, 시내 화신파 국제PJ파 오비파로 흘러들었다. 어느 날엔가 공부는 못해도 맘씨는 한량없이 따뜻한 정환이가, 바지를 걷어올림서 종아리에 바짝 붙은 '시퍼렇게 날 선 대검'을 보여 주었다. 솜씨 부리는 칼제비에 화들짝 놀랐다. 깡다구 대진이 선배가 여자하고 뺑꼬한 이야기를 실감나게 해 주었다. 후끈 달아오르는 아랫도리에 얼굴 벌개지고 두근거렸다. 뺑꼬하다가 발에 쥐나거든, "발끝을 이렇게 잡아당김서 이렇게 주물러라!"며 '뺑꼬 선배'로서 "알아두면 다~아 피가 되고 살이 되는" 가르침까지 눈에 새겨 주었다. *****  냇가쪽 골목길 동네, 단정한 갈래머리 어예쁜 얼굴로 새가슴 콩당거리게 했던 선영이. 학교 가는 5번 뻐스 정류장, 턱 바짝 아래 그 고운 목언저리에 새하얗게 붙인 신신파스, 빨강 파랑 세줄 무늬 아디다스 스파이크 뒤축을 찌글쳐 밟았다. 삼순이 단발버리하고는 전혀 차원이 달리 귓볼을 타고 자클하게 흘러내린 머리결이 그 도도한 걸음거리에 맞춰 물결처럼 찰랑거린다. 이제 나하고는 전혀 다른 그 무언가를 알고 있는 듯이 씁쓸하게 어색한 얼굴표정. 내 심장이 파르르 떨면서 붉은 눈물 한 방울이 싸늘하게 흘러내렸다. ***** 진수가 즈그 집 대문 앞에서, 깨 할딱 벗고 웅크리며 울고 있었다. 술 처먹은 즈그 꼰대한테, 또 깨 벳끼고 좆나게 터진 모양이다. 지 방이 따로 있는 종길이 집으로 몰래 숨어들었다. 진수가 꼰대 씨발 놈한테 좆나게 터진 이야기 뒤 끝에, "야 씨발! 나 서울로 토깰란다! 서울에 아는 성이 있거덩!" 다음 날, 진수는 계모한테 시달리던 종길이하고, 도둑기차 타고 서울로 토깼다. 종길이가 정읍서 잽혔단다. 종길이 아버지가 자전차 타고 경찰서로 종길이 델러 갔다. 종길이 말로는, 진수가 기차에서 뛰어 내렸단다.  추석날 진수가 나타났다. 1년새 키도 부쩍 컸고 머리도 길었다. 자크르르하게 빼입은 양복에다, 검은 깨꼬가 거울처럼 빤질거렸다. 진수가 맞긴 맞는데, 진수의 그 얼굴이 아니었다. 사뭇 달랐다. 반갑기는 한량없이 반가워도, "야! 이 씨바"라는 그 흔한 욕설이 목에 턱 걸렸다. 진수가 먼저 말했다. "야! 이 깨꼬 죽이지!", 양복바지 뒤로 문지름서 그 빤짝 구두끝을 쑥 내밀었다. 목에 걸렸던 말이 쏘내기 퍼붓듯 터져 나왔다. "씨발 놈아, 난 너 디-진 줄 알았쨘냐~! 개~새끼!" 후크 한 방에 마빡을 불똥 튀게 박았다. ***** 우리 동네서 대식이하고 나만 대학엘 갔다. 어쩌다 만난 진수가 나를 피하는 것 같았다. 나도 어색했다. 지는 건달이고 나는 대학생인 게, 그렇게 만들었다. 그 어색한 고리를 풀지 못한 건, 갱백한 내 성격 때문이다. 삶의 깊이가 얕았던 때라 더욱 그랬다. 어느 날 저녁, 충장로 산수옥 골목길 '상아탑'이라는 막걸리 학사주점에서 단고구마 조각에 꼰대기 한 사발 빈대떡 한 사라를 놓고 서너놈하고 노닥거렸다. 밴드에 맞춰 '금과 은'의 <빗속을 둘이서>를 한 가락 뽑고 무대에서 내려섰다. "야, 대학생!" 누군가 어깨를 툭 쳤다. 진수였다. 이 술집 지배인이란다. 어색한 악수에, 반갑다며 어깨를 두르더니 귀에 대고, "너 깔치하고 놀아봤냐?" 무대 건너편에 불과자 빨아대던 '깔치 셋'을 우리 자리에 앉혀 주었다. 맹숭한 미팅은 해 봤어도 이리 척척한 분유구에서 여자가 옆에 앉아 있는 건 처음이다. 잔뜩 긴장을 풀지 못해서, 막걸리에 소주를 냅다 들이부었다. 진땀 쭉쭉 빼며 "우웩 웩 커- 크", 쌉쌀하고 시큼한 침이 질질거렸다. 내 옆에 앉았던 그 깔치가 "술도 못 먹음서, 먼 술을 이리 마셨어요~?" 등을 토닥토닥 두드려 주었다. 두드려주는 앙큼한 조막손의 감촉이 따뜻하고 귀엽다. 상큼한 비누냄새에 간지러운 분냄새가 흘러들었다. "아! 여자냄새~..." 그 애는 내가 맘에 들었던 모양이다. 오금이 꺽이고 꺽여서 걸을 수가 없었다. 그리곤 기억이 없다. 그렇게 진수도 까맣게 잊고 살았다.  바람결에 들려왔다. 깡치 진수는 서울 미아리에서 술집한다고. 짱구 종길이는 즈그 아버지 사업 생선 도매업하고, 살살이 명식이는 봉선동에서 실내 인테리어 사업하고, 울보 영만이는 나주에서 속셈학원 채렸단다. 이젠 그 시절 그 이야기에 '사무친 그리움'만 남아 있다. 세상 모든 게, 눈물 마렵다. 영화 [친구]에는 이런 나의 이야기가 있었다. 그래서 이 영화에 퐁당 빠졌다. <예고편> http://movie.daum.net/moviedetail/moviedetailVideoView.do?movieId=2870&videoId=6657 <주제곡> http://movie.daum.net/moviedetail/moviedetailVideoView.do?movieId=2870&videoId=666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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