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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화 한 점이 일깨운 추억, 현실
17일 금욜 오후 약속 사이 사이 시간이 어중띠게 남았습니다. 회사에 들어갔다 바로 다시 나와야 할 정도로... 코엑스 서울 아트페어에 들렀습니다. 좋은 작품들도 많았고, 갖고 싶은 작품도 많았습니다. 시간 내서 구경들 하십시오. 하나하나 구경하다가 궁금하면 작가나 작품 설명을 부탁하면 친절하게 해줍니다. 어떤 것은 터무니 없이 비싸다는 느낌을 주기도 했습니다. 억소리 나게 비싼(10호 정도가 천만원 이상) 이왈종 화백의 골프장 그림은 20군데 이상 찾을 수 있었습니다. 그 그림이 걸려 있을 거실과 그 거실 주인공들의 행복과 탐욕, 그리고 스스로를 천박하다고 외쳐대는 대한민국 천민 자본주의자들을 떠올렸습니다. 그러다가 이왈종화백의 40호 1억2천만원 짜리 그림이 걸려 있는 화랑 부스 한 구석에서... 산동네 풍경을 그린 작은 유화 소품 한점을 발견했습니다. 4호 유화 한점을 선불금 10만원만 주고 포장하여 차에 실었습니다. 70년대 금호동, 장위동, 사당동, 신림동, 삼양동... 야학과 철거민 투쟁의 기억들이 아스랗게 떠올랐습니다. 저녁 늦게 집에 와서 서재 한쪽편에 걸었습니다. 보면 볼수록 좋은 그림이었습니다. 제 삶의 저켠에 숨어 있던 기억들이 경험들이 스멀스멀 기어 나왔습니다. 77년 신림동, 78년 금호동, 81년 사당동 가마니촌... 겨울이면 꽁꽁 얼어붙는 공동 수도와 아침이면 발을 동동이는 줄이 길게 늘어선 공동 화장실, 그리고 밤이면 취객들의 노랫소리와 들어줄 상대없는 욕설들이 이어지던 그 산동네 말입니다. 그렇게 작가도 작품명도 모르던 그림이 제 서재에 걸렸습니다. 그날밤 미래에셋 박현주 회장이 꿈에 나타나 제게 200만원 정도 되는소품을 한 20개 정도 계속해서 안겨주었습니다. 나는 꿈속에서 웃으면서 박회장에게 "박회장, 운동권 작가들 패트론이 되어 큰 전시회 한번 하지 그래요?" 했더니 웃으면서 계속 작품들을 건네는 것입니다. 토욜 아침에 일어나 액자 뒷편을 찾았습니다. "중계동 풍경"이라는 제목의 박천웅씨 작품이었습니다. 저는 생면부지의 작가에게 전화를 걸었습니다. "제목이 중계동 풍경이던데 그게 현재냐, 과거냐?"를 물었습니다. 작가의 기억에 의존한 20년전 풍경이라고 판단하기에는 너무도 생생했기 때문이었습니다. 이른 아침 작가는 약간 어리둥절하더니 현재라고 답하더군요. "지붕에 루핑 씌워지고 그런 모습들을 오히려 제가 밝게 처리했습니다." 캔버스에 붓과 나이프로 거칠게 처리한 그림을 다시 들여다 보며, 그 말이 제 가슴을 뻑뻑 긁고 있음을 깨닫습니다. 횟배 끓는 에노그 냄새가 아스랗게 코끝을 자극했습니다. "Oh Jesus, God them." 입에서 절로 터져 나온 남의 나라 말쌈이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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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룡
2009-04-19 05: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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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보려니 하다가 깜빡 잊고 있었는데 <아트페어>를 지금 하고 있나? 오늘 틈을 내서 가봐야겠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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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순
2009-04-19 08: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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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내 속도 빡빡 긁는다. 그렇지만 God loves them,very much. 요즘은 제대로 된 민중 화가 찾아보기 힘들어야. 80년대엔 화가 들이 후원 하여, 그 그림 판매금으로 구로에 노동 연구소를 세울 수 있기도 했는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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