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근대 서막, 68혁명은 우리에게 무엇이었나?

2006. 6. 9.(금)
욕망-미시정치연구소

*관리자님께,  http://www.ebs.co.kr/contents/VodList1.asp?category=A02B06C02D05E00&progcd=0003176&page=5  68혁명 1부 동영상(2007-11-26일 방영),

그리고 http://www.ebs.co.kr/contents/VodList1.asp?category=A02B06C02D05E00&progcd=0003176&page=4
68혁명 2부 동영상(2007년 12월 10일 방영)을  이 자리에 올려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말론 브란도의 <파리에서 마지막 탱고>의 한 장면
 

Boredom is counterrevolutionary. Workers of all countries, enjoy!
권태는 반혁명이다. 만국의 노동자여, 즐겨라!
 
68년 혁명은 우리의 욕망과 의식과 무의식의 질서에 각인되어 있는 아주 특별한 역사적 사건이다. 누구라도 책이나 영상매체를 통해 68년 혁명과 만나게 되면, 즐거운 반란과 유쾌한 상상력의 혁명과 접속하게 되며, 그 의미를 쉽게 알게 된다. 분명, 욕망이 지상에 모습을 드러냈다는 점 말이다.
전 세계를 휩쓸었던 시위대의 진격의 함성, 노동기계와 사회적 기계들을 멈추게 했던 바리케이드, 빠른 속도로 생성되기 시작한 문화의 충격적 범람과 온갖 봉건제적 억압의 쓰레기더미 일소, 성해방과 리비도의 강렬함. 분명 욕망의 힘은 지상으로 드러났고 온갖 사건은 멈추지 않고 연속되었다. 그것은 무료함을 달래기 위해 우리가 켜둔 TV의 잡다한 드라마에서나 볼 수 있는, 신변잡기들의 신경증을 한꺼번에 날려버렸다. 무척 따분하게 사로잡혀 있었던 사람들은 분열되어, 사건을 만들었고, 사건이 되기를 욕망했다.
우리의 욕망에 각인된, 전 세계적 규모의 역사적 무의식인 68년 혁명은 과연 무엇이었는가? 섬광, 분열, 쾌활한 상상력, 강렬도, 판단중지, 대결 등 횡적인 단어의 연결은 소용돌이친다.
 

Politics is in the streets. Barricades close the streets but open! the way.
정치는 거리에 있다. 바리케이드는 거리를 막지만 길을 열어준다.
 
우리의 욕망에는 어떤 사건이 각인되어 있는가? 프랑스와 독일, 이탈리아와 영국 등 서유럽을 뒤흔든 학생반란, 남미 세계를 뒤흔든 체게바라의 게릴라전, 중국의 젊은 홍위병들의 문화혁명, 미국을 굴복시켜낸 호치민의 구정공세, 미국의 반전시위와 흑인민권운동, 체코, 유고, 폴란드 등 동유럽을 뒤흔든 젊은 노동자, 학생들의 좌파정권에 대한 대항, 일본의 거리거리를 가득 메운 전공투의 진격들 등 전 세계적 규모로 도래한 거대한 반란이 그것이다.

케인즈주의의 성공신화가 된 1950년대의 호황과 안정기를 맞이했던 세계질서는 뒤흔들렸다. 관료제에 붙들려버린 텅 빈 신체, 사회민주주의와 공산주의는 우리의 욕망에 부적합한 것으로 판명됐다. 68년 혁명은 영원히 지속될 내재적 혁명의 전주곡에 불과했다. 그것은 기성세대가 지지했던 권위주의적이고 이념적인 질서의 모델들, 사람들의 창의성을 갉아먹는 자본주의 제도들, 욕망을 공격하는 모든 폭력과 제국의 전쟁행위들, 계급을 말하면서도 대중을 배신하는 사회주의적 기만행위들에 대한 전 세계 청년들의 반란이었다.
 

Don't be taken in by the politicos and their filthy demagogy. We must rely on ourselves. Socialism without freedom is a barracks.
정치꾼과 그들의 더러운 참주선동에 속지 말자. 자기 자신을 믿어야 한다. 자유 없는 사회주의는 병영이다.
 
68년 혁명이 강렬했던 만큼, 기성세대와 지배질서에 그것이 가한 균열과 파열은 봉합될 수 없는 수준이었다. 일단 우리는 가족제도를 유지하던 오이디푸스의 신화를 우리의 욕망에서 영원히 추방하는 데 성공했다. 일괴암적인 권력구성체와 그 하사관들이었던 '아버지'들의 정치조직은 우리들 무의식의 매끄러운 판에서 추방된 것이다. 이 사건에 연루된 다양한 주체들은 새로운 특이자들로 이뤄진 연합전선의 구축이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그들의 면면을 보면 단조로운 작업 속에서 젊음의 시간을 뺏기고 있었던 청년노동자들, 자유를 찾아 대학에 발을 들였지만 무료하고 권위적인 학사제도에 염증을 느낀 고등학생 및 대학생들, 그리고 실업급여를 받고자 긴 행렬 속에서 자존심을 버려야 했던 실업자들, 의사의 권위와 구속복 같은 약물의 통제 속에서 자신의 정체성마저 상실했던 정신병자들, 제도에 의해 주변으로 내몰린 동성애자들, 힘든 가사노동에 시달리면서도 생계노동마저 하게 된 여성들, 백인우월주의에 의해 일상적으로 공격받아온 이주노동자들, 민족주의자들, 장애인들, 약물공동체들, 음악공동체들이었다.
이들의 정체성을 규정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그들은 정체성으로부터 멀어졌으며, 무엇이라고 규정할 수 없는 불특정 다수의 무리가 되었다. 주류사회에서 요구하는 인간관계는 복잡한 미로처럼 얽혀 있던 비주류의 네트워크에 스며들지 못했고, 정체성은 미친 듯한 분열의 과정을 통해 사라져 버렸다. 대로변은 게토에서 숨죽였던 사람들에 의해 점령됐으며, 새로운 욕망이 탄생하고, 새로운 언어와 행동양식이 요구되었다.
 

We refuse to be highrised, diplomaed, licensed, inventoried, registered, indoctrinated, suburbanized, sermonized,beaten, telemanipulated,
gassed, booked.
우리는 아파트, 학위, 면허, 상품목록, 등록, 교의, 교외주거, 훈계, 구타,
원격조종, 알콜중독, 기장을 거부한다.

Meanwhile everyone wants to breathe and nobody can and many say,
“We will breathe later.”And most of them don't die because
they are already dead.
모든 사람이 숨쉬길 원하지만 누구도 그럴 수 없고, 많은 이들은
"우린 나중에 숨 쉴래"라고 말한다. 그들 대부분은 죽지 않는다.
이미 죽어있기 때문이다.
 
이전과는 다른 그들의 목소리가 비록 붉은 깃발 아래 모여들었지만, 이들은 결코 좌파는 아니었고, 좌파일 수도 없었다. 이들은 기존의 제도에서는 존재하지도 않았던 자신의 삶과 욕망을 말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그 말에는 주류의 언어와는 다른 무엇이 있었다. 분명 그들은 아주 색다르게 말하고 있었다. 교회나 학교, 공장에서 배운 대로, 이성적으로 말하는 말이 아니라, 스스로의 삶의 욕망에 기반하여 분열적으로 말하고 있었다. 정확하게 말하자면, 수많은 말들이 만들어지고 있었다고 해야 할 것이다.

자신의 말을 누군가 대신해 주리라는 것이 기만이며, 위선적인 거짓말이라는 것을 그들은 잘 알고 있었다. 대의제의 재현의 양식들이 보여주는 대리주의가 그들이 하는 말과 행위의 직접성을 마비시키고, 회수해 가리라 그들은 믿었다. 의회로 진출한 좌파들이 떠드는 말이 자신의 말과 다르다는 것을 이미 알았기 때문에, 누군가 대표성을 갖고자 위선적이고 전체주의적인 방식으로 말하려는 것을 가로막고 야유하며, 순전히 웅성거림과 방언, 은어, 비어로서만 소통했다.
그 새로운 코드의 생성은 기성코드에 대한 탈출을 통해서만 가능하였다. 파업과 판단정지의 상황에서 멈춰선 사회기계와 노동기계의 영역은, 예술기계와 창조기계로 점령됐다. 수많은 음악작품과 미술작품들이 분열적 인물들에 의해 만들어졌으며, 수많은 언어들이 창조되고, 거리 곳곳은 낙서로 가득했다. 누구도 일상의 미시파시즘에 스스로 고개 숙이며 출근길에 나서지 않았다. 청소부조차 청소를 허락하지 않았던 것이다.
 

Warning: ambitious careerists may now be disguised as "progressives".
경고: 야심적 출세가들이 "진보세력"으로 가장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We are all "undesirables". We must remain "unadapted".
우리 모두는 "부적격자"다. 우리 모두는 "부적응자"로 남아야 한다.
 
68년 사건이 왜 중요한가? 그것은, 영원히 지속되고 있는 욕망혁명의 전사前史를 구성하기 때문이다. 우리는 새로운 감수성과 새로운 사건성에 눈을 뜨게 됐다. 68년 혁명이 인류 전체 역사를 통틀어 지하에서 꿈틀대던 불특정 다수의 욕망이 만들어낸 최초의 사건이었다는 점은 아주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대의제가 허구라는 사실, 나아가 의회좌파든 비의회좌파든 자신을 정당화시키는데 동원했던 권력모델이 욕망을 위선적으로 억압한다는 사실, 기성세대들이 강요하는 도덕과 합리성이 순전히 기만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폭력과 전쟁만이 평화를 약속한다는 세계체제 지배세력의 말이 새빨간 거짓말이라는 사실이, 은밀한 목소리도 아니고 광장에 밀집한 사람들의 목소리를 통해 한꺼번에 드러난 사건이었기 때문이다.

이 사건의 시작은 아주 미묘하다. 프랑스 68년 학생시위의 출발점이 낭테르대학에서 있었던 일련의 사건들에서 비롯됐다는 점을 보더라도 그렇다. 낭테르대학 학생들은 여자기숙사의 개방을 요구했는데, 실제로는 보다 자유로운 성을 원했다. 이 미묘한 사건이 도화선이 되어, 기존 질서에 대한 분노와 반항은 들불처럼 번지기에 이른다. 무엇으로 이 미묘한 사건을 설명할 수 있을까? 국가사회주의 체제에서 벌어진 학생들의 저항 또한 마찬가지였다. 그들은 보다 많은 자유를 원했으며, 욕망이 자유롭게 되는 체제를 원했다. 국가주의와 기성세대가 제시하는 삶의 모델은 욕망의 봉인이 풀린 이들에게 고루하기 짝이 없는 것이었다.
 

In a society that has abolished every kind of adventure,
the only adventure that remains is to abolish the society.
모든 종류의 모험을 폐지해버린 사회에 남은 유일한 모험은
사회를 폐지해버리는 것이다.
 
68년 이후, 여러 세대가 지나갔다. 욕망은 빠르게 변모되었지만, 68년 세대가 체제에 정착한 뒤에도 새로운 욕망의 인물들이 나타나 기성세대에 도전하곤 했다. 기존의 질서들은 빠른 속도로 사라지고, 새로운 욕망의 질서들이 그것을 대체하곤 하였다. 탈-안정화와 안정화를 거듭하는 순환의 싸이클이 여러 세대를 거쳤지만, 욕망이라는 단어는 자신의 모습을 감추지 않고 지상에 또다시 모습을 드러내곤 한다.
우리에게 68년이란, 청년 세대가 일시적으로 보여주었던 해프닝이었을까. 그렇지 않다. 그것은 영원히 반복될 수밖에 없는 사건이 됐다. 인간에게 욕망들을 제거하지 않는 이상, 그것들을 다시 배신하고, 유폐하며, 억압하지 않는 이상, 욕망을 꿈꾸고 상상하기를 그치라고 사람들이 명령한다할지라도, 아니 그 순간에조차 욕망은 자신의 세포를 증식할 것이며, 지하를 뒤덮는 덩굴처럼 그 마디마디를 결속시킬 것이다.
68년 혁명이라는 사건 이후, 욕망에 영원한 시간이 찾아왔다. 그 시간은 회귀하면서 반복되고, 절단 없이 지속되는 순수의 시간인지도 모른다. 그 시간은 영원한 기다림이 아니라, 바로 지금 여기서 벌어지는 사건으로서의 영원함이다.

Never work.
People who work get bored when they don't work.
People who don't work never get bored.
노동하지 마.
노동하는 사람은 일이 없으면 지루해진다.
노동하지 않는 사람은 결코 지루하지 않다.

 

욕망-미시정치연구소
(autonomist@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