ㆍ작성자 김영주 ㆍ작성일 2014-03-13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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펌■[만신]제작노트 / 박찬경과 김금화 #1 박찬경 | 김금화 만신의 자서전 <비단꽃 넘세>를 읽고 감동을 받아 영화를 만들겠다고 결심한 것이 2010년. 스마트폰 영화 <파란만장>을 형(박찬욱 감독)과 함께 만들고 있을 때였다. 보통 이런 자서전은 저자가 구술하면 대필자가 받아 쓰는 법. 그러나 이 책은 김금화 선생의 육필원고에 탄탄하게 기초해 있다. 종이를 아낀 듯 촘촘히 쓰여진 글씨로 수십 권이 보따리째 쌓여있다. "선생님, 왜 쓰셨어요?" "아. 그게 70년대 새마을 운동, 미신타파 한참 할 때 너무 억울하고, 속이 상해서 뭐라도 해야겠다…." 야학과 독학으로 한글을 깨치고, 지금은 틈틈이 조간 신문을 읽는 노무(老巫)의 이 한마디에 가슴이 아팠다. 무당은 남의 고통을 듣고 치유하지만, 막상 자신의 고통은 호소할 곳이 없다. 그만큼 이 공책은, 한국사회를 살아온 한 탁월한 무녀의 일상이 상세하게 기록되어 있는 보물이다. <비단꽃 넘세>는 절판되었지만, <만신> 개봉에 때맞춰 새로 출간된다. 김금화 | 박찬경 감독은 텁수룩하니 꾸밈새 없이 털털하여 시골사람 같은 느낌도 들었고 그런 첫인상 때문인지 거리감이 느껴지지 않았다. 무속이 하도 미신으로 치부되는 현실 앞에서 만신에 대한 영화를 사람들이 잘 받아들이게 될까 하는 걱정이 앞섰다. 사람들의 인식이 바뀌었다 해도, 실제로 있었던 일이었다 해도 잘 안 받아들여지게 될까봐 걱정이었다. #2 박찬경 감독 | 2011년 한여름 남양주 종합촬영소의 취화선 세트장. 새벽 6시에 촬영을 시작해 저녁 8시까지, 18시간 논스톱 촬영이 예정된 날이다. 김금화 만신에게 내림굿을 주는 붉은 무복의 무당은 백전노장의 배우 백수련 씨. 그 좌우로 보이는 '무당-배우'는 김금화 선생의 진짜 신딸 김혜경, 이순애 만신이다. 김금화 선생이 이날 세트장에 와서 하신 말씀이 기억난다. “내가 어릴 때 살던 곳보다 훨씬 부잣집이네!” 촬영은 18시간이 아니라 24시간이 되었다. 한여름, 밤을 낮처럼 만들어준 특별 조명(조명감독의 발명품이란다)은 동시에 엄청난 열을 발산했다. 동시에 양평의 각종 곤충과 모기들이 모두 모여들었다. 특별출연을 하기로 했던 <무산일기>의 박정범 감독은, 촬영 시간이 한없이 늦어지자 결국 촬영을 포기하고 가야만 했다. 지금도 그 생각을 하면 박감독에게 미안하다. 혹시라도 나보고 자신의 영화에 출연하라고 하면 언제든지 달려가겠다. 참고로 박정범 감독의 역할은 물귀신이었다는. 김금화 | 예전 내가 처음 내림하던 때 생각이 많이 났다. 특히 내림하는 중에 회초리로 내려치던 장면에서 어린 나를 두고 어르신들은 엄숙하게 때로는 모질고 냉정하게 대했다는 생각이 새삼 들어 감회가 새로웠다. #3 박찬경 | 김금화 만신의 내림굿을 연기하는 류현경. 말 그대로 '신 내리는' 연기다. 무속에서 가장 높은 신인 일월성신을 받는 장면이다. 이 사진을 보니 그녀가 뛴 높이가 장난 아니다. 류현경은 내림굿 연기를 위해서, 강화도의 금화당(김금화 만신의 신당)까지 가서 내림굿 현장을 직접 참관하기도 했다. 이 날 신내림을 받은 신딸이 영화 스태프들에게 공수(신의 말)를 주었다. 나도 공수를 받았는데, 내용은 비밀이다. 아직도 그 말뜻을 해석 중이다. 무당은 이렇게 뜻이 아리송한 공수를 주기도 하지만, 아주 구체적인 예언을 해주기도 한다. 예를 들어, 김금화 만신이 소설가 황석영 선생에게 준 공수는 아주 구체적이었다. 영화에서 황석영 선생이 직접 증언한다. 김금화 | 류현경은 예쁘장하게만 봤는데 무당 배역을 맡아 연기를 잘해서 “대단하구나, 배우들도 무당하고 같구나” 하고 생각했다. 류현경 | 신내림을 받는 장면을 연기하는데 체력적인 소모가 컸다. 내 입으로 말하기 그렇지만 정말 혼신의 힘을 다해서 열심히 연기했던 것 같다. #4 박찬경 | 어느새 겨울이 되었다. 이번에는 뒤에 보이는 바로 그 조명이 난로 역할을 해주었다. 사진에서만 그런 것인지는 몰라도, '조명기-난로' 주변에 사람들이 많이 모여있다. 류현경은 영화에서 촬영회수가 가장 많았고, 가장 오랫동안 나와주었다. TV 드라마 촬영으로 고단했을 류현경이었지만, 현장에서는 전혀 내색을 하지 않는 프로 중에 프로다. 이 에피소드는 한국전쟁 때 한 군인에게 병굿을 해준 이야기인데, <만신>에서는 이 군인과의 기나긴 인연을 모두 다루지는 못했다. 김금화 선생의 신통한 점사와 굿으로 여러 차례 덕을 본 분이다. 그런 분들은 고인이 되어도 그 자녀들이 꾸준히 선생을 찾는다. 가끔 그런 단골손님과 마주칠 일이 있는데, 마치 한 가족처럼 친하게 지낸다. 가족의 정신적 주치의, 상담가라고나 할까. 류현경 | ‘갈림길’ 편은 추운 겨울에 촬영을 했다. 배를 타고 바다 장면을 찍을 때 너무 추워서 언제쯤 끝나려나 하고 있었는데, 배가 기름이 없어서 갑자기 멈췄다. 몇 시간을 바다 위에서 영화에 등장하는 옛날 옷을 입고 벌벌 떨었던 것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5 박찬경 | 적군묘 진오귀굿 촬영. 적군묘란 주로 이북에서 내려온 '간첩'이나 소위 '무장공비'들이 묻혀있는 파주의 공동묘지이다. 한국전쟁 때 간 신원 미상의 인민군도 묻혀있다. 북한에서는 간첩 파견을 공식적으로 부인할 테니, 죽어서도 갈 곳이 없다. 김금화 만신께 이들을 위한 진오귀굿을 부탁했다. 본인도 실향민이어서 북한 체제를 아주 싫어하는데도, 선뜻 그렇게 하자고 하신다. 이 촬영 내내 마음이 괴로웠다. 공동묘지와 북한, 그리고 무속이 교차할 때 어떤 강심장이 흔들리지 않을까? 모두들 무거운 분위기에 눌려 굿과 촬영을 준비하는데, 저쪽에 한 분이 가만히 앉아 있다. 을씨년스러운 현장 한가운데서 묘지를 응시하던 김금화 만신으로부터, 전혀 흔들리지 않는 위엄과 서늘한 기운이 느껴진다. 이런 식으로, 촬영 중에 가끔 소름이 끼치는 일이 있다. 역시 큰 무당이구나 싶었다. 김금화 | 이날 마음이 허전하고 많이 아팠다. 사상이 달라서 그렇지 그 사람들은 우리와 같이 아무 죄 없고 평범한 사람들이고, 위에서 나가라고 해서 참전했을 것인데, 아까운 젊은 사람들이 희생되어서 영혼이 고향에도 가지 못한 채 구천을 떠돌고 있으니 그 부모들의 심정은 어떠했겠는가. 남의 일이지만 마음이 많이 아팠다. 그리고 박 감독님이 이 아픈 영혼들을 위해 좋은 일을 하시는구나 싶었다. #6 박찬경 | 인천 용유도. 바닷가의 두 펭귄? 쑥쑥 자라는 새론이. 올해 화보 촬영을 위해 만났는데 그 사이에 키가 훌쩍 컸다. 어른 티도 난다. 사진의 그 날에는 해변을 뛰어가는 모습을 찍었는데, 맨발에 짚신을 신고 바닷가 바위와 모래사장을 뛰어다니다 보니, 발에 상처가 날 것 같았다. 그래서 스태프들이 깃털처럼 가벼운 새론이를 번쩍 들어 옮겼던 모양이다. 김금화 | 김새론은 특히 마지막 걸립 장면을 찍을 때 집집마다 다니면서 “쇠걸립 왔시다!” 그러고 “외기러 왔소, 불리러 왔소!” 막 그럴 때 어린 시절 내가 그랬었던 그 생각이 나서 코허리가 시큰하더라고. 김새론 | 넘세는 대사가 많이 있는 캐릭터가 아니었다. 보통 아이들과는 다른, 남다른 아이라는 걸 표현하는데 중점을 뒀다. #7 박찬경 | 바다의 배 위에서 하는 배연신굿은 예전에는 고기잡이 배에서 했지만, 지금은 화물을 싣는 커다란 바지선에서 한다. 배 위에 석 대의 카메라와, 촬영 팀이 빌린 또 다른 배에 두 대의 카메라, 합쳐 다섯 대의 카메라가 돌아가는, 그야말로 '디데이'였다. 그런데 촬영 당일 아침, 해양경찰 두 명이 나타났다. 허가를 받지 않았으므로, 배를 띄울 수 없다는 거다. 천안함 사건 이후, 배 띄우는 것이 예전같지 않다. 결국 천신만고 끝에 배를 띄웠다. 이 당시를 생각하면 지금도 한숨이 나온다. 촬영도 촬영이지만, 한국의 인간문화재를 대하는 공권력의 무지에 너무 화가 났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날 찍은 분량은, 내가 봐도 아름답다. #8 박찬경 | 2012년 가을, 산 속에서 '방아타령'을 하는 장면. 흥겹게 노는 장면을 두 대의 카메라를 돌렸다. 문소리 배우의 탁월한 연기야 굳이 말해 무엇하랴. 대본에 없는 대사가 그녀의 입에서 튀어나온다. 김금화 만신의 굿 기록 영상을 혼자 공부하고 익힌 '애드립'. 문제는 함께 나오는 '배우'들 중에 첫 연기를 하는 분들이 꽤 있었다는 점. 문소리 중심으로 사진의 오른쪽은 원숙한 배우지만, 왼쪽은 무속계나 영화계 분들이다. 영화의 풋풋함도 살리고, 굿을 잘 아는 분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듣기로는 어떤 유명감독이 배우들에게 현장에서도 술을 권한다는데, 나도 한번 해보자 싶었다. 막걸리를 몇차례 돌리고 나니, 확실히 효과가 있었다. 흥겨운 분위기를 한껏 살리기 위해 촬영기사에게도 막걸리를 권하고 싶었지만, 혹시 몰라서 참았다. 초점이 나갈 수도 있다고 생각하니 갑자기 소심해졌다. 김금화 | 문소리는 겸손하게 착하게 생겼고 복색(무복)을 입었을 때는 마치 우리 할머니 같은 기분이 들었다. 문소리 | 방아타령 촬영할 때 김금화 선생님과 제자 분들이 오셨다. 옛날 동네 같은 골목길에 앉아서 떡이랑 부침개를 나눠먹기도 하고, 지난밤 제가 꾼 꿈에 대해서 얘기하기도 했던 것이 굉장히 오래 기억에 남는다. 참 소소하지만 굉장히 재미있었다. #9 박찬경 | 이 장면의 내용 때문인지 NG가 많아서 그랬는지, 모두 표정이 어둡다. 한밤중에 산속에서 하자니, 모두들 심란했을 것이다. 남들은 몰라도, 나는 이 때 찍은 장면에 애정이 깊다. 한국 무속의 놀라운 지혜가 문소리의 대사에 담겨있기 때문이다. 트레일러에 잠깐 나오니 참고들 하시길. #10 박찬경 | 김금화 선생은, 평소에는 아주 여성스러우면서도 꼿꼿한 이북 할머니시다. 그런데 무복을 걸치는 순간에는 전혀 다른 기운이 느껴진다. 오히려 남자처럼 느껴진다. 전투에 나가는 전사 같기도 하고, 군중 앞에 서는 정치가 같기도 하고, 큰 수술을 앞 둔 의사 같기도 하다. 원래 고대의 무당은 비바람을 부르는 주술사이자 왕이었는데, 현재에도 그런 왕의 자취가 느껴진다면 거짓말 같겠지만, 적어도 내겐 진실이다. 여성으로 무당으로 실향민으로, 온갖 멸시와 편견을 견디며 80년을 넘게 살아온 큰 무당의 세계를 이 영화를 통해 조금이라도 나눌 수 있으면 좋겠다. 김금화 | 관객들이 이것이 우리의 맥이고 뿌리고 면면히 전해져 내려오는 예술이구나 하고 거리감 없이 잘 보고 이해해줬으면 싶다. 옛날 우리 할머니가 저렇게 하셨고 윗대 어르신들이 몇 년에 한 번씩 했던 것이 굿이구나, 지금으로부터 그다지 멀지 않은 시절에 우리 조상들이 하던 것이로구나, 하고 잘 받아들여주셨으면 좋겠다.

임성래 2014-03-13 11:09	고맙네~!^^ 곧 꼭 봐야것네~~

임성래 2014-03-16 21:42	어젯밤 동네 근처 극장에서 함께 본 아내도 참 좋은 영화라네~^^ 박찬경 감독과 배우들 김새론, 류현경, 문소리 그리고 김금화 만신도 함께한 한바탕 굿판에 우리도 함께할 수 있었네~ 치유와 신명 그리고 무속문화와 김금화 만신의 삶, 박찬경 감독의 영화 정신을 느낄 수 있었고~^^ 참조:  박찬경 감독 소개  http://navercast.naver.com/contents.nhn?rid=5&contents_id=248         영화<만신>발표 기자간담회 http://news.maxmovie.com/movie_info/sha_news_view.asp?newsType=&page=1&contain=&keyword=&mi_id=MI0100146854          김금화 만신 인터뷰 http://www.hani.co.kr/arti/society/society_general/627297.html

빈파 2014-03-20 15:33	가장 한국적인 것이 세계 문화와 견줄 수 있겠지. 조선의 풍수 조선의 귀신...일제가 우리나라 지배 시 한국의 정신세계를 알기 위해 쓴 책들이지. 오늘의 한국 경제 발전을 이룩한 이유? 우리 민족이 한에 맺힌 정신세계에 있기 때문. 징기스칸은 뎅그리라고 하나...뭐 한국 무당같은 예언자에 절대 의지하며 세계를 지배했지. 우리 것이 좋은 것이여... 조국 근대화 과정에서 사라진 지켜야 될 우리 문화를 꼭 되찾아 주시길 영주야 항상 고맙다. 섹스 카튠 etc 만신까지 사실 나도 이 무당 세계를 누군가가 파헤치지 않았나 했는데 근데 이 영화를 어디서 보나 걱정이네 하노이에 들어 올려나?

김영주 2014-03-27 14:32	[노아]를 이야기하려고 들어왔네.  항상 든든한 성례, 오랫만이네.  오랫동안 전화하지 못했구만 빈파 하노이 사업은 잘 되시고?  이번엔 [노아]로 예수교를 이야기해 보았네.  내 개인의 견해일 따름이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