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사와 악마]와 [다빈치 코드]는 쌍둥이처럼 닮았다.  “종교를 소재로 논쟁을 불러일으킨다.  유명자자한 대가들의 예술품과 그 대단한 명승고적들을 배경으로 삼아 고상한 두뇌게임이 펼쳐진다.  남녀 주인공이 서로 도우며 흥미진진하고 긴박하게 활약한다.  선과 악이 복합적으로 교차한다.  쉬엄없이 긴박한 사건과 스릴 넘치는 액션이 이어지고 이어진다.  팩트와 픽션이 절묘하게 뒤섞여 있다.” 

그러나 [다빈치 코드]가 [천사와 악마]보다 훨씬 낫다.  [다빈치 코드]는 “기존의 예수교가 심각하게 반발할 정도로 강렬한 관심을 모았다.( 예수의 결혼과 그 자손 · 막달라 마리아와 베드로 사이 정통성 시비 그리고 聖杯 · V · 자궁 · 페미니즘 )  종교문제가 사회문제와 밀접하다는 문제제기도 매우 의미심장했다.( 예수교의 로마지배체제와 정치적 결탁 · 지나친 종교적 순결주의가 초래하는 극렬한 자기집착과 그 위험 )  남자주인공 뿐만 아니라 여자 주인공 · 악마 · 형사의 카리스마가 선명하여 긴장감을 바짝 돋우었다.( 검은 수도사복장에 선명하게 대비되는 새하얀 얼굴과 눈빛의 순결함과 섬뜩함이 주는 서늘한 긴장감 )  이들의 대사 내용도 치열한 논쟁을 보는 듯이 깊었다.  일반 사람들이 팩트와 픽션 사이에서 많이 헷갈렸고 격렬한 논쟁으로까지 이어졌다.”

[천사와 악마]는 “팩트와 픽션 사이에 적게 헷갈렸고 논쟁으로까지 이어지지 않는 것 같다.  선과 악의 복합적 교차 · 바짝 긴장되는 대사 · 과학과 종교’의 접목에 관한 진지한 주제도 없지 않지만, 그 농도나 문제의식에서 많이 약하다.  로마와 바티칸의 그 고색창연하면서도 웅장하고 고아한 예술품과 건축물들이 너무나 황홀해서 그 눈요기가 [다빈치 코드]보다 조금 더 나아 보인다.( 특히 내가 가장 좋아하는 조각품인 베르니니의 ‘성녀 테레사의 희열’을 이렇게 만나니 참 야릇했다. )”  [천사와 악마]가 [다빈치 코드]보다는  못하다는 것이지, 다른 영화에 비하면 매우 훌륭하다.  [다빈치 코드]는 모든 게 A+이지만, [천사와 악마]는 대중재미 A0 · 영화기술 A0 · 삶의 숙성 B0이다. 

<예고편> http://movie.daum.net/moviedetailVideoView.do?movieId=43031&videoId=20748 

[천사와 악마]의 화두는 ‘과학과 종교’이다.  그러니까 코페르니쿠스와 갈릴레이가 지동설을 주장하면서 과학과 종교 사이에 갈등이 일어나는데, 갈릴레이가 “그래도 지구는 돈다!”며 혼잣말로 뇌까리는 선에서 서로 적당히 타협하고 넘어간 게 아니라, 과학자 4명이 십자가 낙인이 찍힌 채 살해당하게 되면서, 그 후예들이 암약하며 숨어들어 ‘일루미나티ILLUMINATI’라는 과격한 단체로 부활해서 로마 교황청에 복수의 칼날을 들이댄다.  참 그럴싸한 팩션Faction이다.  댄 브라운의 그 솜씨가, 움베르토 에코의 [장미의 이름]과 [푸코의 진자]처럼 ‘깐깐한 지적 유희’를 안겨줌에 그치지 않고, 대중적인 쎈세이션과 긴박한 스릴까지 안겨준다는 게 놀랍도록 대단하다.  지적 숙성과 대중적 재미의 만남, 내가 꿈꾸는 최고의 환상 중에 하나이다.  놀랍고 부럽다. 

댄 브라운만 놀랍고 부러운 게 아니다.  론 하워드 감독도 놀랍고 부럽다.  난 그의 작품 중에서, [아폴로13] [뷰티풀 마인드] [신데렐라맨] [다빈치 코드] [프로스트 vs 닉슨] 그리고 이번 [천사와 악마]를 보았다.  모두 진지한 내용이다.  진지한 내용을 가진 영화는 무겁고 어두워서 대중재미가 뚝 떨어지는 경향이 있는데, 그의 작품은 조금 무겁거나 조금 어두워 보이기도 하지만 꽤 재미있다.  이만큼 진지하면서도 무거운 내용을 이만큼 재미있게 만든다는 게, 보통 어려운 게 아니다.  대단한 능력이다.  특히 소설[다빈치 코드]와 영화[다빈치 코드]를 비교해 보면, 더욱 놀랍다.  내가 소설과 영화를 둘 다 본 경우가 그리 많지 않아서 잘 모르겠지만, 소설을 영화로 만든 경우에 사람들은 거의 대부분 소설이 더 낫다고 말하곤 한다.  난 영화를 보고나서 소설을 보았는데, [다빈치 코드]는 소설보다 영화가 더 재미있었다.

이 영화에서 “과학은 자기가 천사이고 종교가 악마요, 종교는 자기가 천사이고 과학이 악마이다.”며 서로 싸운다.  과연 누가 천사이고 누가 악마일까?  그러나 “과학과 종교는 싸울 게 아니라, 서로 ‘건널 수 없는 강’이 가로놓인 서로 다른 영역이다.”고 마무리 짓는다.  과연 이렇게 대충 마무리하고 넘어가도 되는 화두일까?  또 다른 댄 브라운과 존 하워드를 기다린다.
 


* ‘과학과 종교’의 갈등에 깊은 관심이 있는 분들께 : ‘과학사상사’라는 분야에서 특히 ‘근대과학의 등장’에 관련된 책들을 찾아보시지요.  이 영화에서는 ‘과학과 천주교’의 관계만을 말하고 있습니다마는, ‘과학과 개신교’의 관계는 현대의 도시문명과 기계문명 그리고 시장주의와 민주주의에 관련하여 “비릿하고 음습하게 뒤틀려 있다”고 생각합니다.( 좀 쑥스럽습니다마는, 이에 관한 저의 책 [시장주의, 그 신화와 환상, 1999, 인물과사상사]에서 자세히 말하고 있습니다.  이 책이 좀 딱딱해 보이는 분은 제1장과 제5장만 읽으셔도 됩니다.  [수량화 혁명, 2005, 심산]이라는 책을 읽으면, 제 책의 내용이 더욱 생생하게 살아납니다. )  [이기적 유전자]라는 책으로 대중에게 널리 알려진 리차드 도킨스의 [만들어진 신]이라는 책과 이에 관한 BBC다큐 2부작 <종교라는 미신과 그 광기 - the Root of all Evil : the God Delusion and the Virus of Faith>이 있으며, 이에 반발하는 책 [도킨스의 망상]이라는 책이 있습니다.  그리고 다윈 탄생 200주년 기념으로 <창조론과 진화론의 논쟁>에 관한 BBC다큐가 있고, 교육방송의 다큐프라임에서 지난 3월에 방영한 <신과 다윈의 시대>라는 다큐가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