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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창의력? 생각의 나무!
 요즈음 “창의력을 길러라!”는 말이 부쩍 들려온다. 그런데 이 말을 들을 때마다 무척 답답하다. ‘창의력’이라는 낱말을 모를 바는 없으나, “창의력이라는 게 무언데?”라며 따져 묻자면, 귀에 걸면 귀걸이요 코에 걸면 코걸이처럼 애매하다. 이 애매한 걸 “길러라!”고 하면, “무얼 어떻게?”라는 물음이 떠오르면서 더욱 답답해진다. 더구나 난, ‘창의력’이란 게 길러내겠다고 길러내지는 게 아니라고 생각하기에, 그 답답함은 더욱 심하다. 그래서 난 말을 바꾸어 “생각의 나무를 길러라!”고 말한다. ‘생각의 나무’란 말이 창의력이란 낱말보단 좀 더 구체적인 듯하지만, “생각?, 무슨 생각?”하고 따져 물으면 이것도 애매하긴 마찬가지이다. 다시 조금 더 바꾸어 보았다. “생각의 나무, 어떻게 심을까? 생각의 열매, 어떻게 키울까? 생각의 요리, 어떻게 만들까?” 이 질문에 우선 두 가지를 말하고 싶다. 하나, ‘Logos-냉철한 이성’과 ‘Pathos-열정한 감성’을 함께 잘 가꾸어내야 한다. 또 하나, ‘열린 개성’을 잘 가꾸어내야 한다. 이 글마당이 좁으니, 여기에선 이성과 감성을 함께 가꾸자는 이야기만 하겠다. ‘생각의 나무’를 말할 때, 흔히 이성만 말하는 게 대부분이다. 아니다, 감성까지 함께 말해야 한다. 비유해서 말하면, 이성은 건조함이고 감성은 촉촉함이다. 이성 쪽에만 치우치면, 살집이 없어 삐쩍 마른 사람 같아서, 메마른 건빵처럼 물기가 바짝 말라서 퍽퍽하고 꼬장꼬장해진다. 감성이 촉촉이 스며들어 부드럽게 어루만져 주어야 한다. 거꾸로 감성 쪽에만 치우치면, 살집이 넘쳐 뚱뚱한 사람 같아서, 꿀렁거리는 우유처럼 기준을 잡지 못하고 정처없이 마냥 흔들거리기만 한다. 이성이 그 기준을 잡아주고 매듭을 지어주어야 한다. 메마른 건빵에 촉촉한 우유를 함께 먹어야 감칠맛도 나고 먹기도 수월하듯이, 사람이 뼈도 튼튼하고 살집도 단단해서 메마르지도 뚱뚱하지도 않아야 맵시 있고 건강해 보이듯이, 이성과 감성이 함께 잘 어우러져야 ‘생각의 나무’도 튼튼하고 풍성하게 잘 자란다. 학문은 이성을 기르고, 예술은 감성을 기른다. 학문에 지나치게 빠지면 너무 꼬장꼬장해지고, 예술에 지나치게 빠지면 너무 흐물흐물해진다. 그래서 사람이 더욱 단단하고 풍성하게 살아가려면, 자라면서 학문과 예술을 함께 갈고 닦아야 하며, 생활하면서도 끊임없이 학문과 예술을 함께 가까이 해야 한다. 일상생활을 바삐 꾸려가면서도 짬짬이, 좋은 책과 다큐 그리고 좋은 작품과 놀이를 두루 가까이하고 즐겨야 하는 이유이다. 그렇다면 좋은 책과 다큐 그리고 좋은 작품과 놀이를 어떻게 골라야 하나? 王道는 없지만, 굳이 말해보면 이렇다. 노력하는 것보다는 좋아해야 하고, 좋아하는 것보다는 즐겨야 한다. 무언가를 즐겨서 하려면 재미가 있어야 하니, 자기의 체질과 눈높이 둘 다 맞는 걸 찾아내는 게 가장 중요하다. 그 체질과 눈높이에 발맞추어, 일단은 유명한 사람의 작품에 기대어서 워밍업하는 기간이 필요하다.( 반짝이는 게, 모두 금은 아니지만. ) 그 어떤 분야의 전문 싸이트나 잡지를 자주 찾아보는 게 좋다. 이 세상의 모든 생업이 사회사 · 사상사 · 예술사에 그물처럼 연결되어 있으므로, 자기 생업을 그 다양한 교양과 상식에 접목시켜서 함께 잘 어우러지면 더욱 좋다. Special하면서도 General하고, General하면서도 Special하게! Special은 단단하고, General은 풍성하게! 그러하다 보면, 창의력은 그 세월 속에 저절로 뒤따라온다. 억지로 길러서 만들어지는 게 아니라, 밤의 도둑처럼 나도 모르게 다가온다. 모든 게 우선은 재미있어야겠지만, 그저 감각적 즐거움에만 빠져선 안 된다. 자기 눈높이보다 살짝 높은 쪽을 잡고서 끊임없이 노력해야 한다. 그 눈높이가 얼마만큼 높이 올라갈 수 있는지 알 수 없다. 자기 체질과 눈높이를 얼마나 잘 가늠하여 제대로 잡아냈느냐 그리고 그 열정과 능력에 따라 다르다. 다만 자기 ‘생각의 나무’가 갖는 풍요로움만큼만 누릴 따름이다. 그러나 눈높이가 높아진다는 게 반드시 좋은 쪽으로만 작용하는 건 아니다. 혹시 자기의 숨겨진 마음 뒤에 허세나 위선이 깃들어 있지 않는지 틈틈이 들여다보아야 한다. ‘소박한 진정성’을 잃어버리면, 그 높은 수준이 藥이 아니라 오히려 毒으로 작용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사람이라는 게, 뭔가 좀 알거나 눈높이가 높아지면 건방져지고 교활해지는 버릇이 있는지라, ‘소박한 진정성’을 놓치지 않고 지켜간다는 게 여간 어렵지 않다.( 그래서 ‘열린 개성’이 매우 필요하다. ) 이처럼 ‘생각의 나무’는, 그 다양한 측면이 따로 따로 길러지는 게 아니라, 함께 두루두루 긴 세월 속에 조금씩 길러진다. 그에 따른 ‘지혜로운 통찰력’은, 천천히 은근하게 숙성되어가기도 하지만, 어느 날 불쑥 솟구치는 깨달음으로 찾아오기도 한다. 虎視처럼 예리한 안목도 필요하고, 牛步처럼 우직한 끈기도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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