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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문칼럼
작성자 김영주
작성일 2017-12-19 (화)
ㆍ추천: 1  ㆍ조회: 458   
#웹툰[신과 함께] 꾸질한 토속신앙에 신선한 바람이 불다.
 
* 웹툰 [신과 함께]가 영화로 만들어져 내일 상영한답니다.  2012년에 내 영화이야기에서, 이 웹툰을이야기헸던 기억이 문득 떠올라서 그 글을 찾아서 다시 올립니다.  이 웹툰을 너무나 재미있게 보아서, 그 영화도 잔뜩  기대가 만발합니다.  지난주에 개봉한 [[강철비] 그리고 내일 개봉할 헐리우드 영화 [위대한 쑈맨]도 함께 아울러서 이야기하려고 합니다.  [남한산성]을 이야기한 게 10월 14일이니까, 영화 이야길 한지 두 달이나 지났습니다.  글발이 잘 오를지 조금 걱정이 앞서네요  ^.^ 
 

 
Daum과 Naver의 웹툰코너엔 만화가 폭포처럼 쏟아진다. 징기스칸의 일대기를 만화로 그려낸 허영만의 [말에서 내리지 않는 무사]가 끝나고 나서, 그 허전함을 메우려고 [이끼]로 크게 히트를 친 윤태호의 [미생未生]을 재밌게 보고 있었다. 어느 날 우리 아이들에게 “요즘 젤로 인기있는 만화가 뭐냐?”고 물었더니, 둘 다 주저없이 [신과 함께]를 꼽았다.

신? 무슨 신? 우리 토속신앙에 얽혀 있는 갖가지 귀신들을 소재로 하였다. 첫 날엔 20편쯤 보았다. 그림솜씨가 별로 좋지 않아서 찌질해 보이기까지 하지만,  캐랙터의 스타일을 잘 잡아내서 금방 친숙해지면서 편안해졌다.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솜씨가 참 좋았다. 대사도 위트가 반짝이면서 감칠 맛있다.  무엇보다도 내 맘을 잡아끄는 건 두 가지. 마치 교과서 표준말의 딱딱함에 익숙해져 가다가 토종 사투리의 정겨움을 만난 듯이, 그 동안 그리스로마 신화에 익숙해지면서 까맣게 잊혀져 가던 전통무속의 귀신들이 울 엄니 체취와 어우러지며 다가왔다. 그리고 그걸로 지금 우리가 사는 세상의 어두운 구석을 까발리고 파헤치다가, 그 슬픔과 원한을 포근하게 풀어가는 권선징악勸善懲惡이 상투적이지 않고 현실감으로 생동하게 잘 그려내서 가슴 뭉클하였다. 고리타분한 권선징악과 찌질하게 시들어가는 토속신앙을, 오늘날 사회문제에 엮어 넣어서 실감나게 그려내는 게, 참 신선하다.

지난 100여 년, 우린 서양문물만 만나면 주눅들고 쪽팔렸다. 동양문명은 기절했다. 거의 죽음이었다. 처절하게 좌절했고 산산이 부서져 무너졌다. 그러다가 이제 겨우 어슴푸레 깨어나고 있다. 그걸 여러 가지로 이러쿵저러쿵 이야기할 수 있겠지만, 나에겐 ‘막걸리’가 되살아난 게 그걸 가장 상징한다. 막걸리, 70시절에 내가 만난 막걸리는 골패고 꾸질한 냄새뿐이다. 안주야 홍어가 좋지만, 김치가 가장 무난하고 콩나물 미역줄기나 달짝지근한 고구마조각 또는 꼬막이나 전쪼가리다. 엉겁결에 마시긴 하지만, 다음 날엔 지겹다. 꾸질한 토종이요, 철저한 서민이다. 폼나는 맥주나 우아한 포도주에 밀려서 추레하게 널브러진 김치쪼가리에 누룩내 찌든 구석지로 몰린 막걸리. 무당과 점쟁이 그리고 울엄니가 보여준 토속신앙에서, 난 항상 막걸리가 떠올랐다.


근데 어르신들은 “막걸리가 참 좋은 술이여~!”란 말을 종종 하신다. 귓등으로 흘려보냈다. 별로 못 마시는 술이지만, 맥주도 마셔보고 양주 포도주도 마셔봤다. 내겐 소주가 두루 맞다. 어느 날 ‘쌀 막걸리’를 만났다. 그 첫 만남, 시원하고 개운했고, 다음 날도 가뿐했다. 소주보다 훨씬 좋다. 막걸리가 살아났다. 나에게도 살아나고 세상에서도 살아났다. 그 추레하고 꾸질한 막걸리가 산뜻하게 다가왔다. 그리고 이번엔 이 만화로 그 추레하고 꾸질한 토속신앙이 신선하게 다가왔다. 게다가 토속하고는 너무나 거리가 먼 우리 아이들에게까지 재밌게 다가왔다는 게 그 무엇보다 기쁘다. 그토록 푸대접 당하던 게 이토록 신선하게 다가온다는 게 참 반갑고 신기하기까지 하다. 내게 [서양의 神과 동양의 道]라는 책이 꿈틀거리고 있는데, 이 책을 ‘샤머니즘의 새로운 해석’에서 출발하려고 한다. 이 만화와 만남은, 나에게 우연인가? 필연인가?

[신과 함께]의 귀신들은 우리만의 토종이 아니다.  중국의 유불선儒佛仙에 우리 민속신앙이 뒤섞였다. 문화는 긴 세월 속에서 이리저리 뒤섞인다. 뒤섞이는 게 나쁜 게 아니라 잘못 끌고 가는 게 나쁘다. 그게 샤머니즘이면 야만이고 고등종교이면 문명인 게 아니라, 샤머니즘이든 고등종교든 나쁜 쪽으로 가면 나쁘고 좋은 쪽으로 가면 좋은 거다. 문제는 그 선악 · 시비 · 우열의 기준을 어떻게 잡고 어떻게 가늠하느냐에 달려 있다. 한 두 사람의 선악으로 결정되는 게 아니라, 그 집단의 총체적 시스템 작용에 따라 결정된다. 그래서 이 만화의 내용이 토속신앙이냐 외래신앙이냐는 그리 중요한 문제가 아니다.  지난 100여 년 동안 동양문화는 서양문화에게 멸시당하고 천대 받았다.  우리 스스로도 그러했다.  이 만화가 반가운 것은 그 멸시와 천대에 가장 시달리던 토속신앙을 재미있고 현실감있고 따뜻하게 그려냈다는 것이다. 
아이들이나 청소년 젊은이들에게 적극 권장해야겠다.

* 대중재미 A0, * 작품기술 B0, * 작가의 관점과 내공 : 서민파 A0. 그림솜씨가 수준이하여서 싸구려 D+이지만 캐릭터를 포착하여 그려내는 솜씨가 A0로 상당히 좋아서 평균잡아 작품기술을 B0로 주었다. 작가의 관점은 사회파와 민주파 냄새가 함께 있어서 아울러서 '서민파'라고 하였고, 그걸 일상생활 속에 섬세하게 잡아내어 표현하는 내공이 높다.

일본에 수출한다니, 만화왕국 일본에서 열렬한 호응이 있기를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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