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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빈이 소식(마지막)
올초에 보냈던 소식에 이어서 다시 이 글을 쓴다. 여러 친구들이 궁금해 하면서 근황을 묻길래 그에 대한 대답으로서, 특히 돈을 부쳐준 여러 친구들에게 보고해야 할 책임을 다하고자 몇자 적는다. 결론을 미리 말하면 우리들의 성원에도 불구하고 정빈이는 크게 개선되지 못했다. 나는 실패했다고 말해야 할 것 같다. 작년 이맘 때 맘잡고 공부하던 게 무척 기특했었는데... 잘하면 고등학교 이후까지도 챙겨주고 싶었는데... 가정환경이 어려운 중학생들을 기숙사에 재워 주고, 졸업시에는 30% 이상을 삼성그룹에 입사시킨다는 부산의<알로이시오> 고등학교에 보내고 싶었는데... 광명시장과 부산 서구청장의 추천서를 구하고, 캐톨릭재단과 협의하려고 여러모로 준비를 해 왔었다. 겨울방학 동안 잘 지나던 정빈이가 마음이 흔들린 것은 봄방학 무렵에 나타난 엄마 영향이 컸다. 애정 결핍증에 걸린 사춘기의 소년이 엄마 맛을 보게 되자 누구 말도 잘 안들으려 했다. 엄마는 정빈이를 맡아서 기를 형편이 못된다고 했다. 그래서 간간히 주말이면 불러내서 돈도 좀 주고, 투정도 좀 받아준 후 할머니집으로 돌려 보냈다. 문제는 정빈이의 생활 기준축이 이동해 버린 데 있었다. 원래 환경이 열악한 데서 성장한 녀석에게 엄마는 판단이 흐려지는 원인으로 작동해 버렸다. 학원을 빠지기 시작하고, 나를 비롯한 주변인을 자꾸 외면했다. 엄마는 자기 처지가 안좋으니까 애에게 엄하게 못 대했다. 학원을 여러차레 옮겨 다니다가 여름방학 중반부터는 공부를 포기한다고 선언했다. 올 가을에는 학교 결석도 잦았다. 정빈이 어머니를 여러 차레만나 협조를 당부하면서 잘해 보자고 했지만 한번 빗나가기 시작한 화살은 자꾸 과녁으로부터 멀어져 갔다. 아예 집을 나가서 친구집에서 자면서 실망을 안겨 주고 있었다. 10월 중순 에는 학교 진학을 ㅇㅢ논하기 위해서 3명이서 우리 사무실에서 모였다. 저녁을 사주면서 '부산 학교에 가라.'고 간곡히 권유했다. 정빈이가 도리질을 치며 마다고 했다. 왜 그러냐는 물음에 '그냥, 나는 부산 안가요.'만 되풀이 했다. 학교 선생님들의 회유, 엄마의 당부도 소용없었다. 부천에 있는 미용학교에 다니겠다는 거였다. 속셈은 동네 친구들과 헤어지기 싫은 데 있는지도 몰랐다. 결국은 광명정보통신고등학교에 원서를 넣었다. 이제 정빈이를 먼 데서 지켜보는 수 밖에 없다. 먼 데서 지켜보겠노라고 이야기해 주었다. 인터넷비용을 월 35,000원씩 지불해 주고 있었는데 애가 인터넷을 공부하는 데 쓰지 않고 엉뚱한 짓만 하길래 그마저 중단시켰다. 회한이 남는다. 정빈이의 인생에 디딤돌이 되어 주고 싶었으나 오히려 내가 걸림돌이 되지나 않았는지 모르겠다. 정빈이 잘되기를 고대해 온 친구들에게 '진심으로 미안하다.'는 말을 전한다. 돈은 곽수만 계좌에 700만원이 적립되었다가 349만원 쓰고 지금 351만원 남았다. 아직까지 월 별로 적립해 주고 있던 이용환,곽수만,이용,박정근,양화섭에게는 '이제 그만 하자.'고 문자메시지를 보냈다. 무어라 더 이상 할 말이 없다. 거듭 친구들에게 "고맙고 미안하다."는 말을 전한다. 태룡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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