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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와 아들
아들을 몽고에 보냈다. 시민정보미디어센터라는 NGO의 역점사업인 5박6일짜리 ‘몽고 사막화 방지 나무심기’ 행사 일원으로. 게임의 포로가 되어있는 6학년짜리에게 넓은 세상을 구경시켜주고 싶어서였다. 가는 날(15일) 처자식을 태우고 인천공항으로 갔다. 오후 여덟시 비행기인데 네시까지 오라고 해 교육을 공항에서 시키나보다 했는데 맞았다. 그래 공항 세미나실로 들어가는 아들에게 “이따 여섯 시에 다시 오께” 하고는 대합실을 나왔다. 공항고속도로를 되짚어 나오면서 신도행 인터체인지를 찾았다. 월초에 우리 가게 <여자만> 일산분점 계약을 했고 지금 내부공사를 하는 중인데 간판 배경으로 쓸, 여자만 분위기 나는 사진이 필요한 상황이었고 오늘 찍기로 했기 때문이었다. 서해를 자주 찾는 후배 이야기로는 영종도 북쪽의 신도나 북도가 여자만처럼 뻘바다라는 것이었다. 공항 갈 때는 분명 첫번째 화물터미널로 들어가는 이정표에 신도가 붙어있었는데 나오면서 보니 영종도, 용유도 이정표만 보이고 신도는 없는 것이었다. 게다가 어느 덧 영종대교 입구. 돌아가려면 통행세 7000×2＝14000원을 더 내야했다. 갓길에 차를 세우고는 “좆 됐다. 워쪄?” 했더니 마눌이 그냥 서울로 가자고 했다. 이런 상황에서 누구보다 화가 나고 가슴이 쓰릴 에미가 가자는데 더 할 말이 없었다. “이내 낀 날씨라 사진도 안돼” 하면서 팽팽히 집으로 돌아왔다. 마눌은 여섯시에 NGO관계자에게 전화를 걸어 아들과 작별 인사를 나누는 듯했다. 사무실 나가느라 똑똑히 듣진 못했지만 맥이 빠진 대화였다. 아들은 꿈에 부풀어있고 에미는 기분이 처져있으니 엔트로피 수준이 안 맞았던 것이었다. 이런 경우에는 애비로서 묘한 소외감을 느낀다. 아들과 에미, 남과 여의 동아줄 같은 감정고속도로에 들어설 염치가 없는 것이다. 애비도 아들에게 수력발전소 도수로만한 텔레파시를 보내고 싶은 마음이 있는데…. 사무실에 가있으니 허전한 마음에 일이 영 손에 잡히지 않았다. 아들이 꼭 몽고행 비행기를 타고 영영 돌아올 수 없는 곳으로 간 느낌이었다. 처음 갖는 느낌은 아니었지만 광야에 선 것처럼 허전했다. 자식이 하나뿐이라 특별한 일이 생기면 언제나 이렇게 가슴이 썰렁해진다. 그래서 그럴 경우의 대비책을 진작부터 생각해두고 있다. 인생이란 한 치 앞을 내다보지 못하는 것이니까. 그건 “에미를 위로하는 데 모든 것을 쏟자”다. 이런 경우 감정을 드러낼 자격이 없는 애비의 처지가 오히려 피난처, 방패막이가 된다. 박종철이 애비처럼 “할 말 없데이”다. 그날 밤 집으로 돌아가자 쉰 목소리가 돌아오지 않아 가게 안 나갔다는 에미는 “아들은 잘 자는지 모르겠네” 했다. 이튿날 저녁에는 장모가 “몽고로 전화할 수는 없지?” 하시는 것이었다(3년 전 장인이 돌아가시자 처가로 들어가 살고있음). “그럼요. 250만 인구가 남한 열다섯 배나 되는 데 살고 국민소득도 낮으니 전화시설이 돼있을 리가 없죠.” 대꾸하고 나니 문명이라는 것이 다시 보였다. 교통과 통신이 발달하면서 기다림과 그리움, 외로움이 발붙일 데가 점점 사라져가는 것이다. 내가 가장 즐기는 감정들. 그래서 나는 혼자 산에 가는 것을 좋아하는데 이런 것들이 미래사회에는 찾아보기 힘든, 박제로나 존재하는 것이 아닌지 모르겠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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