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준만은 [전라도 죽이기]라는 책에서 말했다. “전라도차별은 ‘한국판 인종차별’이다!” 우리 사회의 어둠을 이렇게 정곡을 찔러서 여지없이 말하니까, 많은 사람들에게 그는 아주 불편하다. 난 말한다. “5.18은 전라도차별 위에 핏빛으로 피어난 ‘악의 꽃’이다.” 수많은 사람들이 알게 모르게 전라도차별에 가담했다. 그 캥긴 맘을 무의식 밑에 깊이 묻어두었지만, 이게 건들려 고개를 삐죽 내밀고 나올 땐, 온 몸을 파르르 떨며 거꾸로 ‘전라도 먼지’를 털며 핏대를 올린다. 더구나 5.18은 우리나라 군인이 저지른 죄악이요, 전라도 사람 말고는 그 때 그 시절 우리나라 모든 사람이 그 죄악의 선동에 함께 놀아난 죄를 지었다.

오월광주를 뒤틀리게 하는 심리는 광주사람들 안에도 숨겨져 있다. 마지막 날, 도청에 남은 사람들에게 죄책감을 갖고 있다. 게다가 5.18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돈과 권력의 놀음’이 오월정신을 분탕질 처버리니 더욱 그러하다. 그래서 아무도 말하고 싶어하지 않는다. 그저 죄스럽고 때론 피하고 싶다.

광주의 안과 밖에서 세상인심이 그렇게 흘러가고 있다. 광주의 밖은 물론이고 안에서까지, 5.18을 애도하기는커녕 그걸 떠올리는 것 자체를 피하고 싶어하는 심리가 수많은 사람들에게 숨겨져 있다. 안타깝지만 현실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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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안타까운 현실을 이겨내는 방법은 두 가지이다. 하나는 우리나라가 미국을 닮아가는 게 아니라 핀란드를 닮아가도록 노력하는 것이요, 또 하나는 5.18의 비극을 노골적으로 드러내어 강조하는 게 아니라 깊은 은유나 상징으로 예술적 승화를 이룩하는 것이다. 우리나라를 핀란드처럼 만들어내는 일은 ‘머나먼 천리 길’이니 긴 세월을 두고 천천히 천천히 갈 수밖에 없다. 그나마 우선 할 수 있는 일은, 전라도 차별과 5.18을 예술로 승화시키는 것이다. 백 마디 논리나 독설로 소리 높여 외치는 것보다는 한 가락 노래나 춤으로 풀어내고 녹여내야 한다.

예술적 승화라는 게, 말이 쉽지 정말 어려운 작업이다. 예술적 재능뿐만 아니라, 범상치 않은 ‘삶의 숙성’이 필요하다. 이에 가장 적합한 사람을 난 ‘이창동 감독이나 박제동 만화가’라고 생각하지만, 이들이 경상도 사람이어서 그런지 ‘전라도 차별’을 화두로 잡지 않는다. 저 산마루만 쳐다보며 한숨만 짓는 이들에게 강요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그런데 우리의 친구들, 전용호 김선출 김태종이 이 일에 나섰다. 뮤지컬[화려한 휴가]!!!  영화[화려한 휴가]가 그리 썩 맘에 든 건 아니었지만, 대중의 눈높이가 그리 높지 못한 현실을 감안하면 그나마라도 고마운 영화였다. 작품성보다도 대중성이 우선 더 필요하다는 엄연한 현실을 인정한다면, 뮤지컬[화려한 휴가]도 작품성이 높은 쪽보다는 대중성이 높은 쪽으로 각도를 잡아야 할 것이다.

그나저나 5.18을 소재로 한 뮤지컬이라 그런지, 이런 저런 이유로 돈줄이 잘 잡히지 않는 모양이다. 뭐니 뭐니해도 머니가 넉넉해야 하는데 ... . 듣자하니, 좁은 틈새를 비집고 겨우 어렵사리 꾸려낸 모양이다. 적은 돈이나마 그 돈으로 어떻게 잘 좀 만들 수 없을까? 태종이가 잘 해야 할 텐데 ... . 지난 몇 년 태종이를 보아온 바로는 평범치 않은 안목과 감각을 갖춘 놈이기는 한데, 돈이 받쳐주질 않으면 어쩔 수 없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안타깝다.

지난 동창회 앞날에, 태종이가 뮤지컬 홍보물을 잔뜩 내밀면서 막걸리 잔을 들어 말했다. “내, 동창들에게 민폐 한 번 끼쳐야겠다!” 그래서 내가 “그래 태종아, 동창들에게 민폐 좀 끼쳐도 될 일이긴 하다만, 작품이 좋으믄 덜 미안한디, 안 좋으믄 어쩌냐~?”. 태종이가 “잘 만들꺼야! 잘 맨들어서, 5.18에 빚진 맘을 갚아야제~!”. 그래서 내가 “그래, 5.18에 빚진 맘을 은제 갚겄냐? 나도 발 벗고 나서보고, 몰래 꼬불쳐 논 쌈지돈까지 빼내야것다.! 암튼 작품 잘 맨드는 것에 신경 많이 써라~잉!”

친구들아!  뮤지컬[화려한 휴가]가 성공할 수 있도록 함께 북돋아주자.  자기가 올릴 수 있는 벽돌을, 1장은 2장으로 5장은 10장으로 10장은 20장으로 '2배씩' 높여보자!  부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