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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복 더위에 보내는 한소식
ㅇㅇㅇ님에게 보내주신 이메일 잘 받았습니다. 제 근황을 물어 왔기에 제가 살아가는 이야기를 적어 보냅니다. 삶의 변화가 필요하다 싶어서 3년이나 쉬던 마라톤연습을 다시 시작한 지 3주 되었습니다. 푹푹 찌는 더위지만 새벽 5시에 운동장에 나가 땀흘리는 재미가 보통이 아닙니다. 어제는 서부트럭터미날 근처에서 시작하여 부천공설운동장을 돌아오는 15Km 산악달리기 훈련을 한세트 했습니다. 엉덩이근육이 놀랐는지 팽팽해졌습니다. 오늘 아침에는 목동운동장 스무바퀴 돌고 유격훈련 때 받던 PT체조 6종 세트를 20분간 했습니다. 11월 7일 중앙일보 마라톤 풀코스를 부상없이 소화해 내기 위해서는 일주일에 최소 70Km의 훈련이 필수입니다. 앞으로 11주 동안 770Km의 Road work을 즐거운 마음으로 소화해 보겠습니다. 참 , 미국에서 7년 살다가 대학 1학년을 마치고 돌아온 아들이 2달 전에 논산훈련소에 들어갔습니다. 지난 주에 자대배치를 받았다고 문자가 들어왔는데 '육군 과학화훈련단'이래요. 훈련소에서 KCTC 모병관이 지원자를 찾길래 아들이 손을 번쩍 들고 자원을 했대요. 아들의 입대전 이력을 본 모병관이 '7년이나 외국물을 먹은 너는 탈락이야. 우리부대는 너처럼 유약한 사람이 못견뎌.'라대요. 아들이 자신이 무엇을 어떻게 해 보일 수 있는지 설득해서 그 부대에 들어갈 수 있었답니다. 하는 임무는 각 부대의 훈련 상대방 역할, 그러니까 대항군으로서의 인민군 유격대 입니다. 공수부대를 웃도는 훈련량과 훈련강도를 자랑한답니다. 생긴지 5년 된 부대인데 대항군이 해병대에게 딱 한번 졌다고 하대요.(3주쯤 전 한겨레 신문보도) 프라이드가 높은 이면에는 육체적,정신적 고통도 그만큼 크겠지요. 다만, 성공적으로 군복무를 마치고 돌아 오는 날 몸과 마음이 강철과 같이 단단해져 있으리라 믿습니다. (참, 이 부대의 사단 인사과에서 신재형 동문의 장남이 근무중입니다.) 애들이 어렸을 때 학교 숙제라면서 우리집 좌우명, 혹은 가훈이 뭐냐고 물어 왔습니다. "콩 심은 데 콩나고 팥 심은 데 팥난다."라고 정해 주었습니다. "땀을 흘린만큼 만의 과실만 딴다. 정해진 이치대로 산다. 내가 복받기 위해서는 그에 맞는 좋은 씨앗을 뿌린다." 아들들이 애비의 말을 액면 그대로 받아들여 주고 있는 것으로 나름대로 이해합니다. 군복무 기간을 "강인과 몸과 마음을 만들 수 있는 최고의 기회"라고 긍정적으로 이해해 준 아들이 고맙습니다. 나는 부대에서 보내 온 그 문자메시지를 받고 "만세!!!"를 외쳤는데, 아내는 "고생길이 훤하고, 부상의 위험도 높은데 뭐한다고 일부러 그런데로 가? 부자간에 똑같은 또라이야."라는 표정으로 눈을 흘깁니다. 좀 과장해서 말하자면 나는 내 아들이 사시나, 행시를 합격한 것보다 더 자랑스럽습니다. 아들이 군에 간 이후 10통의 편지를 썼습니다. 제대 전까지 100통을 보낼 겁니다. (나도 군복무 기간중에 제 부친으로부터 100통의 편지를 받았습니다.) 우리 두사람끼리 할 이야기는 무궁무진하게 많습니다. 인생, 전쟁, 우주, 평화,자연,체력단련, 정신과 육체의 조화, 나와 남, 종교, 삶의 목표, 안전하게 훈련받는 법, 역사, 문학, ..... 이제 슬슬 자식들의 인생을 통해서 대리만족을 구하는 나이가 되어 갑니다. 세대교체는 자연의 일부입니다. 즐거운 마음으로 받아들이겠습니다. 김태룡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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