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륜사와 최준호, 청화스님과 범휴.연등 스님
청화스님이 입적했습니다.
우리 광주일고 51회 동기들에게는 스님의 입적이 범휴 스님(이철근)때문에 더욱 가까이 느껴지겠지요. 또 24회 연등 스님(이근주, 20회 이근우 선배의 동생)과도 인연이 있고, 스님의 다비식이 거행되는 성륜사는 우리 최준호 군과도 사연이 깊답니다. 도립옥과박물관 주변의 땅이 우리 최준호군 장인이 땅이었는데, 최군의 장인께서 그 재산을 몽땅 청화스님께 시주해서 성륜사 불사를 일으키게 한 것이지요. 청화스님은 미국 최초의 한국 사찰인 삼보사를 우리 범휴 스님께 인계하셨구요.... 이러저러한 인연으로 스님은 우리에게 가깝게 느껴집니다. 과연 스님이 우리레게 가깝게 느껴지는 것은 그뿐일까요.
청화스님께서는 어느 스님보다도 치열하게 불제자로서의 수행을 게을리 하지 않으시면서도 남북문제와 이념갈등, 그리고 이 땅의 민주화에 기여하신 분입니다. 광주사범학교를 졸업하신 스님께서 출가하신 가장 큰 이유가 해방 후 이념 갈등 때문이라는 것은 잘 알려지지 않은 사연입니다. 스님의 넉넉한, 그러면서도 그리 호락호락하지 않은 그 장삼 자락 안에 안겼던 대중들이면 누구나가 좌절을 딛고 새로은 희망을 품고 또다시 의지를 다졌습니다. 80년대 민주화에 큰 족적을 남긴 조영래 변호사가 암투병의 마지막을 청화스님이 계셨던 곡성 태안사에서 보냈던 것은 우연의 일치는 아닙니다. 서울에서 처음 입을 연 날, 2000명이 넘는 대중이 운집하기도 했습니다. 그때가 제 기억에 89년이었던가 싶은데...
자꾸만 보수화되어가는 내 자신에, 본질의 변화는 보이지 않는데 형상만 그럴 듯해 보이는 그림자와 명분을 쫓는 요즘 세태에... 그리고 다 허당인 것을 뻔히 알면서도 사업이 바쁘다는 이유로 다비식에 참석하지도 못하는 내 처지에, 울적한 마음에, 그냥 넋두리 몇자 적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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