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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도올의 오만과 방자 (정승윤 기자 )
도올의 오만과 방자 기사전송 기사프린트 정승윤 기자 우리 사회의 가장 큰 문제점 중의 하나가 집단 이기주의, 또는 편가르기이다. 이성적, 합리적으로 처리할 수 있는 문제도 이 집단 이기주의에 휩쓸리면 모두 적대적, 감정적 문제로 비약된다. 이러한 집단 이기주의 때문에 발생한 문제들을 일일이 열거하기도 힘들 정도다. 날씨가 풀리면서 곡식과 잡초가 함께 자라듯이 우리 사회가 민주화되면서 인권의식과 더불어 추악한 이기심이 함께 발호하고 있는 것이다. 적절한 시기에 잡초를 제거하지 않으면 원래 생명력이 강한 잡초가 곧 들판을 덮게 되듯이, 이기심의 발호를 방치하면 이 사회는 모든 문제가 대립으로 치닫는 난장이 되고 말 것이다. 도올은 대통령의 역할을 경기의 주심에 비유하였다. 규칙에 따라 신속하고 과단성있게 결정을 내려 주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렇지 못하면 무능하고 우유부단한 지도자로 전락할 뿐 아니라, 양쪽 모두로부터 비난받고, 원칙도 소신도 없는 변절을 거듭할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일견 그럴 듯한 비판이다. 그러나 그의 논리에는 무서운 독소가 스며있다. 그것은 대통령으로 하여금 철권을 휘두를 것을 요구하고 있거나 아니면 다른 철권 통치자를 은근히 기대하는 심리를 내비치고 있는 것이다. 그의 논리 뒤에 아니 그의 모습 뒤에 누군가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그분의 망령이 떠오르지 않는가? 물론 국정의 최고 책임자로서 대통령의 과단성은 때로 필요할 것이다. 그러나 정치는 상생의 원리이다. 대화와 타협을 배제하면 정치는 존재할 수 없는 것이다. 대통령은 이러한 정치의 원칙을 보장해야 하며 그 원칙 자체가 거부될 경우 통치가 필요한 것이다. 국민이 답답해 하는 것은 대통령이 아니라 이익 집단간의 극한 대립이다. 국민들이 불안해 하는 것은 대통령의 무능함이 아니라 대통령을 무력화시키는 온갖 세력들이다. 더구나 그러한 대립들이 우리에게 어떠한 실익도 가져다 주지 못하는 명분 싸움일 때 국민은 허탈감에 빠진다. 우리 사회는 어떤 까닭인지 명분 앞에 꼼짝을 못한다. 이는 군사독재의 유산이다. 그 정권들은 최소한의 명분조차 없었던 까닭이다. 그 정권하에서 숨죽이고 살았던 세월이 부끄러워서인지 지금도 명분 앞에서는 할 말을 잃는다. 도올은 누구보다도 명분을 중시한다. 인권과 환경은 그에게는 더 할 수 없이 좋은 명분이다. 거기에 약간의 비분강개조를 더하면 가히 지사라 일컬을 만하다. 누가 지사 앞에서 댓거리를 하겠는가. 지사의 대척점은 친일파요 변절자요 비겁자가 되는 마당에. 물론 국가의 기강이나 인간다운 삶을 위하여 정당한 명분은 필요하다. 그러나 그러한 명분을 지나치게 확대 해석해서는 안된다. 명분을 지나치게 적용하면 모든 현실에 발목을 잡히게 된다. 인권을 제대로 적용하면 국가 자체가 인권 침해인 것이다. 환경을 제대로 적용하면 모든 산업을 정지해야 할 것이다. 명분은 해당된 문제에 국한된 현실적인 해석과 적용이 필요하고 그래야만 허황되지 않은 본질적인 정신이 살아나는 것이다. 도올은 철학자다. 그래서 명분이 중요할지 모른다. 그러나 전혀 현실감각이 없다. 가장 기본적인 현실감각은 주위에 나 말고 다른 사람도 있다는 것이다. 나와 비슷한 사고 능력을 가진 인류가 나와 마찬가지로 살 권리를 갖고서 볼 수 있는 눈과 말할 수 있는 입을 갖고서 나와 마주하고 있는 것이 바로 현실인 것이다. 도올이 진정한 현실감각을 갖고자 한다면 적어도 상대방을 인정하고 상대방의 말에 겸허히 귀기울여 봐야 한다. 누가 그대에게 내 말은 모두 정언명령이라는 그런 오만함을 허용해 주었는가. 누가 그대에게 철학자며 한의사며 기자이며 시인이며 종교가라는 그런 무한한 능력을 부여해 주었으며 철학적 치료를 하고 시적 기사를 쓰고 모든 영역을 크로스오버하는 그런 방자함을 허락해 주었는가. 소위 신문사 기자라는 신분과 명칭으로 '내 한 몸을 새만금에 바치겠다'라는 삼류 저질시를 발표하여 새만금 문제 해결에 무슨 보탬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하는가. 진실로 유능한 지도자는 어떻게 생겨나는가? 하늘에서 떨어지는가, 아니면 한 사회의 총체적인 능력의 결집이라고 보는가? 도올 그대는 대통령을 비난하기 이전에 이런 문제에 대해서 한 번이라도 그대 전공을 살려 철학적으로(또는 동양학적으로) 고찰해 보거나 고민해 본 적이 있는가. 따가운 질책? 따끔한 충고? 보수 언론으로 부족해서 그대까지 날뛰는가? 모든 말은 그 말을 하는 시점과 상황이 중요한 것이다. 격려가 필요한 때 독설을 퍼붓고, 돌집에 가서 곡을 하고, 싸움을 하는 사람이 아니라 말리는 사람에게 욕을 한다면 그것은 말이 아니라 잡소리에 불과한 것이다. 칼은 꼭 필요할 때 휘두르는 것이다. 그렇지 않을 때는 잠자코 칼집 속에 잘 넣어두어야 한다. 그래야 군자다. 그리고 그대처럼 아이 얼굴을 가진 사람은 칼이 어울리지 않는다. 그대는 할아버지 앞에서 고전을 암송하고 해석하는 재롱둥이 역할이 더 잘 어울린다. 그래서 그대는 텔레비전의 총아가 되지 않았든가? 2003/06/06 오전 5:13 ⓒ 2003 OhmyNews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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