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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서 못 할 만행, 왜 이렇게까지 됐나
용서 못 할 만행, 왜 이렇게까지 됐나 이라크 무장단체에 납치됐던 김선일씨가 끝내 끔찍한 주검으로 발견됐다. 새로운 삶을 개척하기 위해 먼 이국까지 갔던 한 젊은이가 자신의 행동과는 전혀 무관한 이유로 목숨을 잃은 것이다. 국민과 함께 고인의 명복을 빈다. 아들을 잃고 깊은 슬픔에 빠진 김씨의 부모 등 가족과 친척에게도 애도의 뜻을 전한다. 비무장 민간인인 김씨를 잔인하게 살해한 것은 반인륜적인 만행이다. 어떤 이유로도 용서받을 수 없는 범죄 행위다. 김씨의 주검은 폭발물과 함께 길 가에 버려졌다. 마지막 순간까지 공포에 떨었을 김씨의 모습이 눈에 선하다. “죽고 싶지 않다”는 그의 울부짖음이 더욱 가슴 아프게 다가온다. 한국인뿐만 아니라 지구촌 전체가 분노하고 있다. 언제, 어떤 방법으로든 범인을 찾아내 책임을 묻는 절차가 반드시 있어야 할 것이다. 정부는 정보 수집·분석과 대처 능력에서 총체적으로 문제점을 드러냈다. 노무현 대통령은 미군이 김씨의 주검을 발견한 시각에도 외교통상부에서 ‘희망이 보인다’는 내용의 보고를 받고 있었다. 납치한 쪽과 직접 접촉하지도 못했다. 김씨 납치가 <알자지라> 방송에 공개되자마자 파병 철회 불가 방침을 밝힌 것은 ‘할 테면 해봐라’는 식의 무모한 대응이었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다. 협상의 여지를 처음부터 막아버렸기 때문이다. 최근 상황이 계속 나빠지고 있는데도 현지 한국인들을 그대로 방치한 책임도 크다. 특히 김씨가 지난달 말께 납치된 게 사실이라면 그간 정부는 뭘 했는지 이해할 수 없다. 김씨 납치 사실을 한국 대사관에 즉시 알리지 않은 미군과 가나무역 사장은 엄중한 책임을 져야 한다. 미국은 납치 사실을 언제 알았으며 어떻게 대처했는지도 분명하게 밝혀져야 한다. 납치 단체의 근거지로 추정되는 팔루자에 미군이 지난 19일 공습을 가한 의도를 놓고 여러 말이 나오는 데 대해서도 해명이 있어야 한다. 따져봐야 할 것은 이번 사건이 왜 일어났으며, 앞으로는 어떻게 될 것인가 하는 점이다. 납치 단체는 파병 철회를 요구했다. 김씨를 살해하면서도 “당신들의 군대는 이라크인들을 위해 이곳에 온 것이 아니라 저주받을 미국을 기쁘게 하기 위해 왔다”고 주장했다. 미국은 애초 한국에 ‘이라크 안정화 작전’을 위한 대규모 병력을 요구했다. 반면 파병이 추진되는 3천 명 가량의 병력은 평화·재건을 목적으로 한다고 돼 있다. 정부는 미국의 무리한 요구를 섣불리 받아들이면서도 파병 목적을 살짝 바꿈으로써 위험을 피할 수도 있을 것으로 본 것같다. 이번 사건은 정부가 얼마나 안이한 판단을 했는가를 잘 보여준다. 최근의 여러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이라크인의 90% 이상이 미군에 적대적이다. 절대 다수가 다른 외국군에 대해서도 마찬가지 태도를 취하고 있다. 명망가들을 회원으로 하는 이라크지식인전선의 분석대로 “점령군인 미군에게 직·간접적으로라도 정신적·물질적 지원을 제공하는 행위는 그들의 불법 주둔을 강화시키는 것”으로 보는 탓이다. 거기에다 파병 예정인 한국군의 규모는 미군과 영국군에 이어 세 번째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인과 한국군은 다수 이라크인의 적대감에서 벗어날 수 없다. 이번 일은 이런 모순이 빚어낸 사건이다. 무장단체는 이라크인의 정서를 적절하게 활용하고 있을 뿐이다. 제2, 제3의 사건이 예상되는 이유다. 이번 사건은 한국인에게 지울 수 없는 상처를 안겨줬다. 하지만 이라크인 또는 저항세력 전체를 적대시해서는 안 된다. 무엇보다 미국의 일방적이고 불법적인 이라크 침공과 점령이 빚어낸 미군과 이라크인 사이의 열전에 휘말려서는 안 된다. [한겨레신문 사설] http://www.hani.co.kr/section-001001000/2004/06/001001000200406231826977.html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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