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ㆍ작성자 outsider
ㆍ작성일 2009-04-17 (금)
ㆍ추천: 0  ㆍ조회: 2539   
국회도서관 문 넓히는 유종필 관장

“정보·지식은 공유해야 제 가치 발휘 야간 개방하고 외국서도 이용하게”
기자·민주당 대변인 거쳐 취임 6개월… 조용한 개혁 지휘
오바마의 ‘도서관은 건물이 아니라 미래의 窓’이란 말 공감


한국인이 미국 워싱턴DC에 있는 미의회도서관을 주목하게 된 것은 지난해 7월. 미의회도서관 일각에서 독도의 주제어를 ‘리앙쿠르 암석(Liancourt Rocks)’으로 변경하려는 시도가 있었다는 사실이 밝혀졌기 때문이었다. 이때까지 우리나라 사람 중 미의회도서관의 중요성을 알고 있는 사람은 소수에 불과했다.

미의회도서관은 1986년 이래 독도의 주제어를 ‘Tok Island(Korea)’으로 설정해왔다. 만일 독도 주제어가 ‘리앙쿠르 암석’으로 바뀌었다면 독도의 상위 주제어가 ‘Island of Korea(South)’에서 ‘Island of Sea of Japan’으로 변경된다. 이 사건은 우리에게 미의회도서관의 역할에 대한 인식을 재정립하는 계기가 되었다.

지난 3월 30일, 취임 6개월을 맞은 유종필 국회도서관장을 집무실에서 만났다. 유종필(52) 관장은 점자(點字)가 인쇄된 명함을 기자에게 내밀며 “외국 나가서 영어 점자가 인쇄된 명함을 건네니 저를 다시 한번 쳐다보데요”라고 말했다.

유종필 도서관장은 역대 도서관장 중 가장 책과 밀접한 삶을 살아온 도서관장으로 평가받는다. 신문기자 출신인 그를 일반 국민이 기억하게 된 것은 민주당 대변인 시절 촌철살인(寸鐵殺人)의 논평 때문이다. 고전, 한학 등 인문학의 기초 위에 신문기자로서 단련된 대변인 유종필이 생산해내는 논평은 경쟁자들과 차원이 달랐다. 유 관장은 저서도 4권이 있다. 유 관장은 정치부 기자로, 정당인으로 20년간 국회를 드나들면서 수없이 국회도서관과 마주쳤다. 취임 6개월의 소감을 묻자 그는 이렇게 입을 뗐다.

“지난 20년동안 내가 여기서 일하게 될 거란 생각은 단 한 번도 해보지 않았다. 임명되는 순간 이게 내 운명이구나라고 생각했다. 공부를 하고 인격을 수양하라는 뜻으로 받아들였다.”

유 관장 취임 후 만들어낸 ‘팩트 북(Fact BooK), 한눈에 보기’ 시리즈에 대한 평가가 좋은 것 같다. “의회도서관은 정보를 수집·가공·생산해내는 역할을 해야 한다. 그동안 국회도서관 사서들은 정보 가공 능력은 뛰어났지만 상대적으로 시사적 마인드가 부족해 국회의원을 상대하기에 역부족이었다. 영혼이 없는 팩트에 시사적 가치를 부여한 게 ‘팩트 북’이다. 국내외 현안에 대해 전세계의 1차 자료를 취합·재가공해 만들어낸 자료집이다. 나는 이것을 ‘비밀 과외를 하다가 인터넷 강의를 받게 된 것’에 비유한다. 매월 제작되는 ‘팩트 북’은 국회의원, 청와대, 정부부처, 언론사 등에 제공하고 있다.”

국회도서관과 관련 ‘출입이 까다롭다’ ‘이용시간이 너무 짧다’는 등의 불만이 있다. “정보와 지식은 활용하고 공유할 때만이 그 가치가 높아진다. 문턱을 낮춰서 정보와 지식을 공유하자는 게 내 철학이다. 이와 관련해 개관 시간 4시간 연장을 추진하고 있다. 장애인들도 누구나 편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했다. 시각장애인 책 읽어주기 서비스(TTS· Text To Speech), 지체장애인 원스톱 서비스, 청각장애인 수화 서비스를 준비해 놓았다.”

국회도서관의 전자도서관 수준은 어느 정도인가. “전자도서관을 도입한 지 10년이 됐는데 그 수준이 세계적이다. 정기간행물 3000종의 색인을 볼 수 있고 매년 석박사 학위 논문 8만건이 새로 등재된다. 인터넷으로 국회도서관에 등록하면 안방에서 국회도서관 자료의 33%를 무상으로 볼 수 있다.”

국회도서관이 시행하고 있는 유비쿼터스(Ubiquitous) 개념을 설명해 달라. “국회도서관과 협정을 맺은 국내외 962곳에서 국회도서관의 정보와 지식을 활용할 수 있게 했다. 국내에서는 지방자치단체와 각종 기관이 협정을 맺고 있다. 해외에서는 예일대, 스탠퍼드대, 미의회도서관, 남가주대도서관, 뉴욕한국문화원, 런던한국문화원에 오면 해외동포들이나 한국학을 공부하는 학생들이 국회도서관을 이용할 수 있다.”

취임 이후 미의회도서관을 비롯해 선진국의 유명 의회도서관들을 둘러봤는데…. “미국은 의회도서관이 자국 내 도서관 전체를 커버하고 있는 시스템이다. 미의회도서관을 만든 사람은 3대 대통령인 제퍼슨이다. 제퍼슨은 사서 출신이다. 권력자들은 지식과 정보를 독점하고 은폐하거나 왜곡해 대중을 지배하고 싶어한다는 것을 제퍼슨은 일찍이 간파했다. 그래서 의회도서관을 행정부 산하에 두지 않고 독립적인 기구로 만들었다. 의회도서관이 정보와 지식의 중심역할을 해야 한다고 생각했고 그런 개념에서 도서관을 만들었다. 그 결과 미의회도서관은 세계 도서관의 메카로 자리잡았다.”

미의회도서관은 모두 세 개의 건물로 구성되어 있다. 본관은 제퍼슨관(館)이고, 나머지 두 개관은 각각 애덤스관과 매디슨관이다. 애덤스는 2대 대통령이고, 매디슨은 4대 대통령이다. 미국 초기 대통령 3인의 이름을 도서관 3개동(棟)에 붙였다는 사실은 음미해봐야 할 대목이다.

프랑스 의회도서관은 어떤가. “프랑스 의회도서관의 이름은 미테랑국립도서관이다. 미테랑 대통령은 재임 시절 도서관 신축을 선언했다. 도서관이 세워지는 동안 미테랑 대통령은 공식·비공식으로 49회나 방문, 관심을 기울였다고 한다.”

여기서 유 관장은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2005년 6월 상원의원 시절 전미도서관대회 개막식에 참석해 기조연설을 한 내용을 소개했다. 기조연설 전문은 국회도서관보 1월호에 실려있다. 기조연설에서 오바마는 도서관의 역할과 기능에 대해 탁월한 통찰을 드러내고 있다.

“…문헌과 데이터를 소장하고 있는 도서관은 하나의 건물이라는 개념을 넘어서서 더 큰 세상을 향해 열려진 창(窓)을 상징합니다. 우리는 항상 도서관이라는 공간에서 미국 역사를 앞당기고 인간사를 발전시키는 위대한 사상과 통찰력 있는 생각을 발견하게 됩니다.…”

이 연설로 오바마 의원은 기립박수를 받았고 ‘아메리칸 라이브러리’ 2005년 8월호의 표지인물로 등장하게 된다.

유 관장은 “케네디 이후 지성으로 인정받고 있는 오바마 대통령은 도서관과 떼려야 뗄 수 없는 인물”이라고 설명한다. 그는 또 “미의회도서관 관계자를 만났을 때 ‘우리는 적어도 대통령에게 도서관에 대해 교육시킬 필요가 없다’는 말을 했던 게 가장 인상적이었다”고 덧붙였다.

세계의 공공도서관 중 가장 유명한 곳은 뉴욕공공도서관. 유 관장은 영화 ‘투모로우’에서 주인공들이 어디로 대피해 목숨을 건졌는지를 유심히 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만큼 뉴욕공공도서관이 시민친화적이라는 뜻이다. 더 나아가 도서관에 인류의 미래가 있다는 메시지를 함축하고 있다.”

[국회도서관의 역사]

국회도서관이 만들어진 것은 1952년 부산 피란 시절이었다. 제헌의회가 구성된 게 4년 전인 1948년이었지만 당시는 의회 건물조차 없어 중앙청에 곁방살이를 하고 있었다. 북한군의 남침(南侵)으로 한국 정부는 부산으로 피란하게 된다.

부산 피란 시절 국회도서관은 사서 1명으로 출발했다. 전쟁이 끝난 뒤에도 국회도서관은 오랜 세월 제자리를 찾지 못한 채 피란 생활을 거듭했다. 새로운 교섭단체가 만들어지면 도서관은 해당 교섭단체에 공간을 내어주고 뒷방으로 밀려나기 일쑤였다.

국회도서관이 의장 직속 독립기관으로 태어난 것은 1963년. 박정희의 3공화국이 출범하면서부터였다. 중구 태평로 1가, 현 서울시의회 건물이 국회의사당으로 쓰였다. 의장 직속 독립기관의 위상이 추락한 것은 5공화국 시절인 11대 국회 들어서였다. 전두환 정권은 국회도서관을 사무총장 밑에다 두었다. 지식의 보고를 사무의 하부 개념으로 생각한 것이다. 국회도서관은 1987년 민주화 이후 등장한 13대 국회에 들어서 독립적인 위상을 되찾았다. 도서관장의 직급이 차관급으로 격상되었다. 국회도서관이 들어선 현재의 독립건물이 완공된 것도 1988년이었다.
이름아이콘 김상순
2009-04-19 00:07
인터넷을 통한 대규모 지적 협업의 리얼타임 진화와 생산을 글로벌 현상으로 설명하는 위키노믹스라는 책을 읽고 있는데, 우리 국회도서관이 그 뇌현상의 중심에 있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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