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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빠도 은행잎은
찬바람 불더니만 노오란 은행잎은 왜 이리 길거리를 헤메는 거야 매년 연말이 되면 지나간 인생을 되돌아 보고 나름대로 장미빛 중년을 그려보지만 무엇을 어떻게 살았는지 올 한해도 그냥 바쁘게만 살았나 보다. 결혼식 장례식 동창회 계모임 술모임 나이가 들면서 여기 저기 사람 노릇하기가 더 힘들어져 바빠서 못간다고 말해 보지만 정말 바빴는지 그 시간에 무얼 했는지 공책 살 돈은 없어도 쫀데기는 사먹었고 숙제할 시간은 없어도 딱지치기는 했다. 못먹어도 고 하는 화투판에서만 끗발이 통하는 줄 알았는데 우리네 생활 구석 구석이 끗발로 통해 장사치에게 돈 보다는 도덕선생이길 원하고 대통령에게 도덕보다는 장사치이길 원하는 괜히 몽니나 꼬라지를 부리면 놈현스럽다 회창스럽다 검사스럽다 세상살이가 수만스럽게 쑥쓰러워 은행잎 한잎 주워 담뱃불로 지져본다. (월야 곽수만 쓰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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