全州李氏洙姬之墓

내가 가끔 찾아가는 등산로엔 듬성듬성 묘가 있다. 수없이 그 앞을 지나가면서도 무심코 지나쳤었는데 오늘따라 어느 한 묘 앞을 지키고 서 있는 묘비에 눈길이 간다. ‘全州李氏洙姬之墓’. ‘수희’라..... 옛 여인의 이름치고는 참 예쁘다. 복실이, 순자, 끝순이, 말자..... 물론 이쁜 이름도 많겠지만 우리 때에도 계집아이들의 이름은 이렇게 그냥 내팽개쳐진 경우가 많았다. 수희,수희,수희..... 여러번 입안에서 되뇌다 보니 약간 섹시한 느낌이 든다. 아마 그 이름 하나만으로도 몇몇 동네 총각들 가슴이 시커멓게 타들어 갔을 수도 있었으리라. 잘 살았을까? 사랑하는 남정네를 만나 여자로서의 행복한 삶을 누리다 갔을까? 자식복은 있었을까? 아마 이 곳에 이렇게 묘비명까지 달고 지금껏 묘가 잘 관리되고 있다면 경제적으로는 궁핍하게 살지는 않았을 것 같은데.... 자손들도 번성했을 것 같고.... 흐흐흐. 참 별 생각을 다 한다. 산에 다니다 보면 가끔 이렇게 실없는 생각을 할 때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