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박같은 세상. ’05. Dec. 27. Susu Park

호박은 박과에 속하는 1년 생 덩굴식물로 오랑캐로부터 전해진 박이라해서
호박이라는 이름이 붙여졌다.

황인종(동양계), 백인종(서양계), 흑인종(흑종호박) 등은 각 인종의 대표주자가 있고,
단호박, 약호박, 애호박, 늙은호박 등 품종도 다양하며 모두 아메리카가 원산지다

호박은 주변에 그만큼 흔하여 관련된 말도 많고 많다.

“뒤로 호박씨 깐다”, “호박 같은 얼굴”, “호박꽃도 꽃이냐?”  

하지만 호박은 복 덩어리이기도 하다.
덩굴째 굴러온 호박만한 행운이 어디 있으랴?
꿈에 호박이 여기저기 열려 있으면 재물이 들어오고,
남의 밭에서 호박 따오면 혼처가 정해진단다.
심술궂은 놈은 놀부처럼 애호박에 말뚝 박기도 한다.

둥근 것이 호박이다.
세상 또한 둥글다.
둥근 호박을 보면 괜히 굴리고 싶다.
나는 호박 같은 세상을 좋아한다.
신나게 구르다가, 때때로 그늘에서 낮잠 자고, 목마르면 물 먹고 다시 시작하는.

줄기세포가 있다느니, 없다느니,
맥아더 동상을 부숴야 한다느니, 말아야 하다느니,
바로 전까지의 그토록 열렬한 지지가 무색하게도.

중국산 김치에 기생충 알이 검출되어 김치를 다시 담궈먹니, 마니
내가 근무 했던 전방부대에서 일등병 총기난사 사고가 벌어져 점호를 없애야 한다느니.

세상은 너무 시끄럽다.

“Proud Mary”을 번안한 조영남의 노래
“물레방아 인생”에는 “호박 같은 세상 ~”이 나온다.

세상만사 둥글둥글/
호박같은 세상 돌고 돌아
정처없이 이곳에서 저곳으로
기웃기웃 …

호박은 구르고 싶다. –월성 읍천 앞바다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