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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문칼럼
작성자 김영주
작성일 2015-12-23 (수)
ㆍ추천: 1  ㆍ조회: 1228   
@만화[디피] 탈영병에 얽힌 군대의 어두운 속살!

군대 면제, 상류층에 병역비리가 매우 심각할 것이라고 짐작하고는 있었지만, 이명박근혜 정부가 임명한 관료 후보자들의 인사청문회에서 그 ‘진짜로 매우 심각한 실상’에 너무나 놀랐다. “군대를 간 놈이 한 놈도 없구만 . . . ! 아! 진~짜 ‘나쁜 나라’구나!”
 
 

군대! 우리나라 남자들에게 군대는 그 어느 누구에게도 ‘골 때리는 곳’이다. 그 어느 누군가에게는 ‘아련하게 그리운 곳’이기도 할까? 모르긴 몰라도, 아마 한 명도 없을 게다. 장교나 장군에 친밀한 사람이 없으니, 그들은 제외하고 하는 말이다. 내 대학시절이 70시절 후반의 유신정권 말기이기 때문에, 나라가 온통 군대처럼 운영되고 있었다. 고등시절에 이미 ‘교련의 군사훈련’을 당연하게 여겼고, 그것도 모자라서 대학생에게까지 아예 보름동안 군부대 안에서 숙식하며 ‘입영집체 훈련’을 받도록 강요하였다. 나는 그 훈련에서 “군대는 인간을 개나 돼지로 짓밟는 곳이구나!”라고 환멸을 느꼈다. 힘들거나 두렵다기보다는 지겨웠다. 두렵다면 살아남으려고 참을 수가 있지만, 지겨웠기 때문에 쳐다보기도 싫었다. 겨우 보름동안 훈련으로 그러했다면, 장차 군대 3년을 어떻게 견뎌야 할까? 마치 지옥문의 아가리처럼 다가왔다.

다행이도 방위병으로 근무했지만, 어떤 놈의 거미줄에 걸려들어 5개월쯤 온갖 수모와 폭압을 당했다. 그러나 입대할 때 애당초 인간이길 포기했기 때문에 견딜 수 있었다. 그들을 인간으로 보지 않았기 때문에, 제대하자마자 개운하게 잊어버렸다. 그런데 윤종빈 감독의 [용서받지 못한 자]가 내가 일부러 까맣게 지워버렸던 내 병영시절의 그 수모와 폭압을 다시 불러냈다. 병영생활만 떠올리면 기분이 엿 같은데, 그 엿 같은 기분 사이로 햇살이 비쳐들며 그 어두운 그늘을 실감나게 그려냈다. “아, 이제 이런 이야기도 영화로 만들어내는구나!” 그 감독의 용기가 가상하거니와, 그의 첫 작품임에도 실력이 탄탄한데다가, 몸소 ‘어리버리 쫄따구’ 캐릭터를 너무나 실감나게 연기한 게 더욱 돋보였다.

그리곤 작년 이맘때, <한겨레신문>토요판 한 가운데에 양쪽으로 펼쳐지는 만화코너에서 [디피 : 탈영병 헌병체포조]를 만났다. 첫 만남부터 심상치 않았는데, 갈수록 그 감흥이 더욱 깊어가고 마침내 감동에까지 이르렀다. 다양한 사건마다 보여준 리얼러티가 생생하게 다가오고, 그걸 세심하게 미시적으로도 잘 그려가지만, 흘러가는 거시적인 맥락도 잘 잡아갔다. 캐릭터들의 대사와 그 사이사이 이음새도 범상치 않는데, 그에 따른 캐릭터들의 표정과 몸짓까지도 그 대사에 딱 어울리게 잡아내는 능력에 감탄을 금치 못했다. 어떻게 그토록 생생한 대사를 기억해서 잡아내고, 그런 표정을 포착하여 그림으로 그려내기까지 한다는 게 너무나 놀랍다. 장면 한 컷 한 컷 하나 하나에 정성과 깊이가 함께 서려있으니, 하나도 그냥 지나치지 못한다.

그의 그런 솜씨에 빠져들면서, 내가 당했던 병영시절의 그 수모와 폭압이 다시 생생하게 살아나서 오바랩될 뿐만 아니라, 다른 사건들도 그 고구마 줄기에 함께 묻어서 따라 올라왔다. 내 대여섯 살에 이웃집 중학생이 거의 1년 동안 겁박하며 으르대던 학대가 떠오르더니, 초등학교 5학년 시절 아침 조회 전교생 모임에 아무런 잘못도 없는데 느닷없이 체육선생에게 시범케이스로 두들겨 맞고 짓밟히기까지 했던 사건, 중학교 시절 덩치만 크고 한량없이 착했던 친구가 럭비코치에게 밀걸레대로 작살나게 두들겨 맞았던 억울한 사건, 고등시절 무등경기장에서 박정희 찬양에 동원된 총검술 집단체조를 훈련하던 중에 수학선생에게 영문도 모르고 뺨을 두들겨 맞으며 발차기에 걷어채인 사건 · · · , 그리고 서툰 사회생활에서 만난 수많은 쥐새끼 · 너구리 · 백여우 · 불곰 · 원숭이 · 능구렁이 · 살모사 · · · 들의 간악한 거짓말 · 가시 박힌 농담 · 야릇한 미소 · 음침한 눈빛 · 거만한 자세 · 충고를 가장한 협박 · · · 들이 주마등처럼 스쳐지나간다.

이 작품의 모든 것에 홀딱 반하다보니, 이 작품을 맨 처음 만났을 때 거슬렸던 그 딱딱하고 건조한 그림체까지도 그가 일부러 그렇게 그린 게 아닐까 생각켰다. 신문 위쪽에 “한국 만화계의 무서운 신인”이라고 소개해서, “뭐가 얼마나 대단해서, 이렇게 호들갑을 떨까?” 했는데, 이젠 ‘무서운’앞에 ‘놀랍고’를 덧붙이고 싶을 정도이다. 이 세상의 어두운 그늘을 들추어내는 이야기이기 때문에, 우울하고 슬픈 걸 싫어하는 사람은 보지 않는 게 좋겠다. 나도 우울하고 슬픈 게 불편하지만, 이런 정도의 감흥을 만나기 어렵기 때문에 빠짐없이 챙겨 보았다.

윤태호의 [미생] [내부자] [파인]에 놀랐고, 최규석의 [송곳]에 감동했는데, 이번에 김보통의 [디피]에 다시 또 감동했다. 우리 만화가 이토록 놀라운 작품들을 만들어냈다는 게 믿기지 않을 정도다. 웹툰을 좀 더 가까이 하고 싶다는 생각이 부쩍 복받쳐 오르지만, 어떻게 틈을 낼 수 있을지 모르겠다. 우선 좋은 웹툰을 소개하는 블로그나 평론가를 찾아보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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