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重層的 삶에 눈뜨면서.
이 세상에 나이만큼 확실한 선생이 없다. 원래 인간이 좀 무식해서 지가 직접 체득한 것 말고는 의심하기 마련이다. 따라서 나이가 먹고 경험이 쌓여야 뭘 좀 알게 되는 것 같다. 이게 겨우 知天命을 넘으면서 깨닫게 된 일들이다. 그런 이치를 영주가 잘 지적해 주었다. 알기 쉽고, 명료하려면 흑백이 분명하면 된다. 그런데 세상이란게 그런 단세포적인 일은 거의 없거든. 우리가 사는 삶은 인도의 세계관으로 표현하자면 인드라망에 연결되어 있다. 과거,현재,미래가 시계열로 연결되어 있고, 물질과 정신이 연결되어 있으며, 나와 남이 연결되어 있다. 영주가 용철이가 한 일을 다원적이고 중층적으로 이해한 점은 참 좋은 포인트다. 어제 밤에 용철이를 범휴스님과 함께 만났다. 어느 아파트에 조그맣게 만들어진 스님 안가에서 식사를 같이 했다. 단순.무식하게 일을 저질러 놓고는 헤프게 웃는 용철이 모습이 예나 지금이나 여일하였다. 용철이는 "홧김에 서방질하듯이 시작한 일이지만, 이제는 사회적으로 커다란 책임감을 느끼고 있다. 제대로 마무리하였으면 좋겠다. 그러나 전선이 워낙 넓어 미래를 예측할 수 없다. 오직 최선을 다할 뿐." 내가 그를 만난 이유는 그의 지친 심신을 위로하고픈 생각에서였다. 친구들이 자기 편이 되어 주고 이야기를 들어주어야 앞으로 험난한 전투를 치루는 데 동력으로 작용할 것 같았다. 아니, 친구로서 말동무가 되어 주고 싶었다. 싸움이 전개되면서 드러나고 있는 삼성장학생은 우리 상식보다 훨씬 범위가 넓고 깊었다. 삼성이 돈을 주면서 오랫동안 관리하고 육성한 사람들이 나라의 중추에 있었다. 용철이가 음습한 관계를 드러내 햇빛에 말리기기 시작하자 한 사회의 상위계층 전체가 하나로 뭉쳐 삼성과의 맺어온 연계성을 차단하려고 하고 있었다. 그들이 지금은 조용히 잠복하여 사태를 주시하고 있으나 때가 되면 야차처럼 들고 일어나 이빨을 드러내며 물어 뜯으려 할 것이다. 대통령선거 결과를 애태우며 기다리고 있을 사람들이다. 한겨레,경향,mbc,kbs PD 등 몇몇 세력들과 국민들이 용철이를 힘겹게 지키고 있었다. 당뇨병을 심하게 앓는 용철이가 버거워 보였다. 장기전이 예상되는 가운데 동가숙, 서가식하는 생활의 해결도 문제였다. 어떤 식으로 전개될 지 모르는 테러도 걱정되고. 우리의 삶은 利他行을 실천할 때만 빛이 난다. 용철이는 이제 자기를 내던져 삼성의 부정을 꾸짖고 대한민국 통치시스템이 어떻게 고장나 있는가를 명백하게 드러내 보이고자 하고 있었다. 나도 처음에는 그가 하고 있는 행위에 대해 "비인간적,비도덕적" 이라는 이유로 폄하했었다. 그러나 지금은 열렬히 응원하고 지지한다. 김용철이라는 한 개인이 지금 우리나라 역사의 한페이지를 당당히 쓰고 있다. 그렇게 함으로써 국가와 사회가 건강하게 발전하리라는 확신을 갖고. 원래는 김영주의 글에 화답하여 제목에 충실한 글을 써보려 했는데 쓰는 도중에 갑자기 용철이 응원가를 부르고 있는 셈이 되었다. 그러나 글은 솔직하게 마음가는대로 써야 한다는 평소의 생각에 따라 그냥 두기로 했다. 영주의 글에서 번뜩이는 지혜와 영감을 느낄 때가 있다. 고마운 일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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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주
2007-12-13 1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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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의 모든 일에 좋은 측면과 나쁜 측면이 함께 하지만, 우리가 거의 대체로 그 양면을 함께 보는 훈련을 소홀히 했기에, 그 섞임을 함께 본다는 게 여간 어렵지 않다. 우리가 친구 용철이를 대할 때와 '김용철 고백사건'을 보는 태도는 좀 구분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난 친구 용철이를 얼굴만 어른어른 알 뿐 전혀 모른다. 그래서 이 글은 친구 용철이에 대한 갈등은 거의 끼어들지 않았고, 거의 100% '김용철 고백사건'에 대한 내 생각을 말한 것이다. 그래도 만약 그가 '잘못'을 저질렀다면, 그가 동창친구이기 때문에, 그에 대한 글을 아마 쓰지 않았을 것이다. 그가 '옳은 일'을 하고 있다고 판단되기에 이런 글을 쓰게 되었다. 동창친구가 아니더라도 이런 일에는 '벽돌한장'을 보태주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나는 용철이 같은 용기가 없다.( 나도 내 일에 참담한 구린내가 난다. 그 구린내가 삼성사건처럼 거창한 일이 아니기도 하지만. ) 나도 그런 수렁에서 헤매고 사는 데, 무슨 낯짝으로 이런 글을 쓸 수 있을까? 나만 그러한 것도 아니고, 우리 사회 거의 대부분이 이런 '구린 작업'이 이루어지고 있을 것이다. 어느 개인이나 어느 한 집단의 문제이기에 앞서서 '사회구조적인 문제'이다. 실은 이런 내용의 글도 함께 썻었지만, 글이 너무 길기도 했고, [하얀 거탑]에서 이미 말한 바가 있기도 해서, [하얀 거탑]을 거론하는 선에서 멈추고 짤라버렸다. 그래서 글의 리얼러티가 좀 떨어지긴 하지만. 애당초 이영목이 용철이 이야길 처음 꺼냈을 땐, 그의 고백이 배신과 복수냐 정의와 공분이냐 사이에서 갈팡질팡했다. 그러다가 글에서 말한 대로 '정의사제단'과 <단박인터뷰>을 보고 정의와 공분쪽이 크다고 보았다. 내 사회생활에서 감각으로 보아도 '옳은 일'이라고 생각이 들었다. 작은 회사를 대상으로 해도 엄청 어려운 일인데, 하늘에 나는 새도 떨어뜨리는 '삼성왕국'을 상대로 하는 일이니, 자기 인생 전체와 역사의 심판까지 각오하지 않으면 안 될 이기에, 이런 일에 '벽돌한장'이라도 되어야, 내가 '이 세상에서 지은 죄'를 조금이라도 덜어내는 일이라고 생각했다. 이 정도의 '벽돌한장'에도 '갖은 잔머리'가 굴러갔다. 혹시나 하는 두려움도 있었다. 그런 내 초라함이 씁쓸하기도 했지만, 또한 생생한 현실이기도 하다. 내가 겨우 이 정도의 '벽돌한장'에 이러한데, 용철이 심정과 상황은 어떠하겠나! 제발이지, 하늘이 도우와사 용철이의 고통이 '진흙속의 연꽃'처럼 피어오르길 간절히 기도하면서 ... . ***** 니 답장에 답장을 글 쓰려다가, 쓰는 도중에 갑자기 용철이 응원가를 부르고 있는 셈이 되었다. 글을 다시 바꾸어 쓸가 하다가 그냥 두기로 했다. 세상에 모든 일은 좋게 말할 수도 있고 나쁘게 말할 수도 있다. 니가 감당하기 버겁도록 좋게 보아주니, 마냥 고맙기도 하고 어색하고 쑥스럽기도 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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